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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어요, 이렇게 좋은데

어쩌겠어요, 이렇게 좋은데

: 시시한 행복이 체질이다 보니

리뷰 총점8.9 리뷰 28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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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80g | 126*188*20mm
ISBN13 9791188039241
ISBN10 118803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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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날아온 물 폭탄이 내 뺨을 후려쳤다. 일면식도 없는 다른 보트 가이드가 능청스럽게 장난을 친 것이었다. 따로 돈을 주고 배웠는지 납작한 노에 한껏 물을 퍼서 정확하게 면전에다 물 폭탄을 쏘았다. 나는 아무리 물을 퍼 담으려 해봐도 노의 납작한 면으로 물이 줄줄 다 흘러내렸기 때문에 뒤늦게 호탕한 체하며 일부러 맞아주는 척했다. 그러면 그만할 줄 알았는데 나를 만만하게 봤는지 연속으로 물 폭탄을 쏴대는 바람에 아이라인이 시커멓게 번져 오리너구리가 되었다. 혹시나 지루할까 봐 손수 물을 퍼부어주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효과는 있어 보였다. 모두들 “노! 노!” 하면서도 입은 엄청 크게 웃고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만나면 반가워서 물 폭탄, 멀어지면 아쉬워서 또 물 폭탄을 쏘아대니 모두 행복한 얼굴이 되었다. --- p.186

그런데 우붓 사람들은 도대체 왜 문틈을 띄워둔 걸까? 나는 나무로 둘러진 두 개의 유리 미닫이문에 있는 1센티미터의 틈을 바라보았다. 한국에선 방충망이 필수고, 혹시나 문에 조금이라도 틈이 벌어져 있다면 그건 부실공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붓은 그렇지 않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창문 틈으로 버젓이 들어오는 찌짝과 눈이 마주쳐 놀랄 수 있다(내가 그랬다는 건 아니다). 얼핏 보면 유리로 막힌 곳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틈이 있다. 아예 조각 장인이 예술적으로 뚫어놓은 문도 봤다. 한 잎 한 잎 조각된 꽃잎 모양의 구멍 사이로 모든 종류의 벌레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게 가능해 보였다. 카페나 식당 같은 곳은 아예 뻥 뚫려 있다. 벽도 유리문도 없이 네 개의 기둥 위에 지붕 하나 얹혀 있다. --- p.209~210

우붓에선 농부도 예술가라는 말을 했던가? 아침 일찍 일을 나가서 세 시간쯤 벼를 베고 돌아온 농부가 그때부터 나무를 깎아 코끼리를 만들고 기린을 만들고 그림도 그린다. 길에서 거대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검게 그을린 할아버지를 만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뿐인가? 공사판에서는 석공이 벽돌 한 장 턱 얹듯이 아무렇지 않게 놀랍도록 정교하고 세밀한 조각을 하고 있다. 옆에서 서양인 할머니가 감격스러운 눈으로 동영상을 찍기에 나도 용기를 내서 양해를 구하고 우붓의 흔한 석공의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담았다. 한번은 길가에 트럭이 있어서 보니 노란색 바탕에 알록달록한 꽃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빛바래고 낡긴 했으나 틀림없는 꽃무늬였다. 나중에 그것이 쓰레기 운반용 트럭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p.218~220

온갖 숲의 정령이 살고 있는 마법의 섬 발리에 마을 전체가 꽃으로 장식되어 초록의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곳. 눈부신 해변이나 화려한 밤 문화, 입이 딱 벌어지게 으리으리한 건축물은 없지만, 우붓은 많은 걸 가지고 있다. 맑디맑은 하늘, 너무나 뽀얀 구름, 크고 동그랗게 예쁜 달빛. 옥구슬 구르는 소리를 내는 귀여운 새,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한 꽃과 나무. 모든 집에 자리하고 있는 성스러운 신전, 마음을 담은 기도. 엄숙한 지붕 위에 앙증맞게 그려진 꽃잎, 험상궂은 조각상 귀에 꽂아놓은 새하얀 캄보자 꽃 한 송이. 그것들이 나를 저절로 감사하게 했고 떨리도록 행복하게 했고 기도하게 했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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