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도덕은 가장 기본적이다. 타인의 안녕에 대한 관심은 모든 도덕적인 것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공감하는 관심은 진화적으로 혈연선택을 기반으로 한 부모의 자녀 돌봄에서 나온 것이 거의 확실하다. 포유류에서 이런 돌봄은 수유(포유류의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으로 조절된다)를 통해 새끼에게 자양분을 제공하는 일에서부터 포식자를 비롯한 위험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의미한다.” --- p.14
“도덕의 결실이 현실화되려면 필수적인 협동적 먹이 찾기, 특히 넓은 잠재적 협동자 풀 안에서 파트너를 선택해야 하는 과제에 더욱 철저하게 적응된 개인들이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초기 인류 개인들은 좋은 협동 파트너를 평가하여 선택하고, 남들의 평가를 예상해 자기도 파트너로 선택받을 수 있게 행동하고, 일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관리하고 통제함으로써 유익한 파트너십을 창출하는 것을 배워야 했다.” --- p.115
“전리품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은 따라서 ‘물질’의 평등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존중의 평등에 관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보다 덜 받아서 단순히 실망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분함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 헌신은 우리의 협동적 노력의 전리품을 나눌 때가 되면 판을 키운다. 공동 헌신을 한 파트너들은 단순히 우리가 동등하게 나누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동등하게 나누는 것이 서로에 대한 책임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 p.143~144
“다른 대형 유인원과 갈라지는 근본적인 변화는 초기 인류 개인들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자원을 생산하는 데서 남들이 자기에게 점점 더 의존하게 된 것처럼 남들에게 점점 더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점점 더 상호 의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 결과로 나타난 도덕심리가 진정한 도덕이라고 주장했다. 개인들이 종종 남을 돕는 것, 그리고 마땅한 자격으로 즉 공정하게 남을 대하는 것을 근접 목적으로 삼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도덕적 태도는 새로운 형태의 합리성, 즉 협력적 합리성을 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이런 협력적 합리성 덕분에 초기 인류 개인들은 자신 앞에 놓인 새로운 협력적 세계를 이해하고 이 세계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 적절한 행동 결정을 내렸다.” --- p.154
“현대 인류는 유능한 문화적 행위자로서 정체성을 창조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즉 관습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고, 관습적인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자신을 포함해)을 질책하고, 먹을거리 찾기에서부터 집단 방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에서 내집단 성원들과 협동하고 외집단 성원들을 배제하며, 일반적으로 자신의 내집단 동료들과 집단 전체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방식으로 행동함으로써 특정한 집단에 속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 p.205
“전체적으로, 인간의 도덕 안에 존재하는 복잡성, 그리고 심지어 불가피한 모순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사회적 삶의 번잡함과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하면, 인간 도덕의 복수複數의 원천과 층위를 모든 상황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는 없다. 굶주리는 내 협력 파트너에게 공감을 느끼면 전리품의 절반 이상을 그에게 줄 수 있지만, 그것은 전리품을 동등하게 나누는 나의 일반적인 경향과 모순된다. 남의 먹을거리를 훔쳐서는 안 된다는 사회규범이 있을 수 있지만, 내 아이나 친구가 굶주리고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각기 다른 사회규범이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어떨까? 인간의 도덕은 단일체가 아니라 수백만 년에 걸친 인간 진화의 상이한 시기에, 상이한 생태적 압력 아래에서, 상이한 여러 원천으로부터 이어 붙인 잡다한 구성물이다.” --- p.241~243
“도덕은 하나의 규격화된 단위module(그 의미가 무엇이건)가 아니라 각각 나름의 진화사를 갖는 많은 상이한 과정의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인간의 도덕은 복수의 행위를 포함한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일정한 인지적 통찰의 맥락에서 인간들이 서로와 상호작용하게 된 방식이다. 자원을 공정하게 나누는 데서 자신과 동등한 자격이 있는 존재로 타인을 대하거나 사회규범을 어긴 데 대해 타인을 질책하는 것과 똑같이 자신을 질책하는 것은, 적절한 존중심을 가지고 자신을 타인과 대등하게 보는 인식, 즉 불편부당한 관점에서 생겨나는 진정한 도덕을 반영한다.” --- p.283
“그래도 우리는 때로 이기적이다. 그렇다. 우리가 도덕적인 것은 기적이며, 우리가 꼭 이런 모습이었어야 했던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대체로 도덕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대체로 더 많은 아이를 낳은 것은 우연일 뿐이다. 그리하여 또한, 이상한 말이지만(그리고 니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덕이 우리 인간 종과 우리의 문화, 우리 자신들에게―적어도 지금까지는―어쨌든 좋은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에 그저 감탄하고 축하해야 한다.”
--- p.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