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인한 이익을 얻고자 많은 토지소유자들이 무임승차의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은 공간을 자본과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신들의 것’으로 쟁취하는 힘을 결집시키기도 했다. 시민들은 공화주의의 헌법적 가치와 개인의 권리를 반추하게 되었으며 복종과 질서를 강조하던 기존 국가의 통치성에 다시 한 번 정면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도시의 광장은 국가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 되었다. 시민들은 광화문의 거대한 촛불집회를 통해 이른바 ‘국정농단을 일삼은 유아스러운 정권’을 몰아냄으로써 새로운 방식으로 집합 열정을 발현시켰으며 위대한 광장 정치의 힘을 보여주었다. _6쪽 “2판에 부쳐”
일반적으로 도시현상은 미시적이고, 정태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는 세계 체계, 국가, 계급, 인종 등 이른바 거시적 힘들이 미시적인 생활의 장소에 중층적으로 응집되어 나타나는 공간이다. 도시는 또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따라 인간의 실천에 의해 끊임없이 생성되는 역동적 공간이다. 사회이론가들은 도시의 형태 그 자체가 아니라 도시공간이 형성되는 사회적 과정과 삶의 경험에 주목한다. _22쪽 “제1장 서론”
일상세계는 노동과 여가 생산 소비 가족 및 친구 이웃 관계 등으로 단편화되어 있으면서 또한 총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세계이다. 일상생활세계는 생산이 일어나는 장(場)인 동시에 또한 소비가 발생하는 공간이며 노동의 장소인 동시에 여가의 장소이다. 일상세계는 수많은 인간들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곳으로서 가족 이웃 학교 직장동료 등 직접적 대면관계에서부터 매스미디어를 통한 간접적 대면에 이르기까지 무수하게 많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형성되는 곳이다. _91쪽 “제3장 일상생활세계와 생활 정치”
국가 주도의 자본축적을 통해 미증유의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사회의 도시공간은 조악한 기능주의와 서구 상업주의의 모방, 숨 고를 틈 없는 거친 근대화의 특징들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시민을 위한 공공의 공간은 또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빈 공간은 개발 이윤의 논리로 포섭될 뿐 ‘동네 사랑방’의 원리가 계승되어 담론이 교환되는 공공 영역은 비효율적이고, 비기능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국가의 도시계획은 근대화의 양적 성장논리만을 반영하고, 몇몇 건축들은 서구의 모방에 급급했다. 사람들의 숨결이 몰아치는 재래식 시장은 여지없이 콘크리트의 건물로 변할 태세이고, 천연 공원이나 다름없는 주변의 산자락들은 여지없이 파괴되고 있다. _155쪽 “제4장 ‘계급’과 ‘국가’ 권력의 텍스트로서의 도시공간”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이 의사당로에 서면 누구나 그 길의 정점에 우뚝 서 있는 의사당 건물을 올려다보게 된다. 그쪽의 지반이 다소 높은 데다 건물이 계단식으로 쌓아올린 기단 위에 얹혀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반대편에서는 시원하게 열린 길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각적 권위를 확보하게 된다. _166쪽 “제4장 ‘계급’과 ‘국가’ 권력의 텍스트로서의 도시공간”
녹색 국가론은 국가주의에 대한 거부와 결부된 하나의 정치적 운동과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조명래(2006)는 국가가 담지하고 있는 속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국가론은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와 권력,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 인간을 매개로 한 세계 전체에 대한 지배의 원리와 기술을 다룬다는 점에서 사회과학 담론 중 그 어느 것보다도 인간 중심적이며 반생명적, 반녹색적이다”(조명래, 2006: 206). 그러므로 환경과 생태를 지향하는 녹색 국가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_227쪽 “제6장 도시 정치생태학과 환경”
욕구와 욕망의 소비가 계급별로 차등화되듯이 공간의 소비 역시 그렇다. 부와 권력, 교육 등의 사회적 자원이 계급에 의해 분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간’ 역시 계급에 의해 점유되고 분할되는 자원이다. 장소와 토지는 이윤이 발생하는 생산수단인 동시에 소비의 대상이다. “보다 전망 좋은 곳, 보다 공기와 물이 좋은 곳” 등 특별한 사용가치를 지니는 자연 공간은 소수의 역량 있는 계급에 의해 소유된다. 그러나 자연 공간이 계급에 의해 소유되고 재생산되는 순간 그 공간은 사회 공간으로 변화한다. 공간은 사회적 실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별장이 지어진 호젓한 강변의 자연 공간은 더 이상 자연 공간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곳은 상류계급에 의해 ‘생성된 공간’으로서 상류계급을 위한 물적 자원은 물론 사회적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는 사회적 공간인 것이다. _270쪽 “제7장 계급, 공간, 생활세계의 불평등”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으로 불리는 몇 가지 법안과 조례들을 살펴보자.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들 중 가장 대표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임대차보호법’이다. 임대차보호법은 다시 크게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으로 구분되는데, 각각의 법안은 시행령으로 제정되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경우 2017년 5월 30일 부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경우 2018년 1월 26일을 각각의 시행일로 정하고 있다. 이 중 특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속칭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으로 두루 불리는 법안이다. _320쪽 “제8장 도시 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재개발에 대한 기대는 세운상가 일대의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인상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이 철회되면서 서울시는 새로운 도심 재생의 활로가 필요했고,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시-세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세운상가의 재활성화 사업을 시작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기존의 전면 철거 후 재건축의 재생 방식에서 탈피해서 물리적 경관을 그대로 보존 혹은 보수 및 리모델링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프라를 활용하는 재생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바라보면, 사업은 크게 3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보행 재생’, ‘산업 재생’, ‘공동체 재생’이라는 사회경제적 재생을 포함하고 있는 도심재생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_359쪽 “제9장 도시 정치와 지역운동”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