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9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164g | 123*188*20mm |
ISBN13 | 9791160943962 |
ISBN10 | 1160943966 |
발행일 | 2018년 09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164g | 123*188*20mm |
ISBN13 | 9791160943962 |
ISBN10 | 1160943966 |
저마다의 사유가 있어서 봄소풍을 떠나지 않고 시청각실에 남아 영화를 보던 고교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같은 학교 학생인 K라는 아이가 쏜 총에 맞아서 사망했다. 그리고, 지옥의 한복판에서 유일하게, 운 좋게 살아남은 아이가 있었는데, 그게 '나'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고교생 총기 난사 사건에서 혼자 살아남은 19살 남학생이 바라본 세상을 읽기 쉬운 문장으로 풀어냈다. 읽기 쉽다고 해서 가벼운 소설이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주제 의식은 묵직한 편이다. 소설속 등장인물 중에서 제일 지독한 아이는 단연코 K이겠고, 사람을 죽인 살인자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나'는 어쩐지 K에게 동류의식을 느끼기까지 한다. 어째서?
그 점에 대해서 소설가가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나'는 K에 대해서, 그리고 그 날의 일에 대해서 어떤 어른이 물어도 자세하게 답하기를 거부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나'도 문제가 있는 학생이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며 착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가 아니니까. 삐딱한 시선으로 삐딱하게 벗어난 것들을 캣치하는 아이니까. '나'는 아무래도 K보다 세상의 어른들이 더욱 비정상정으로 느껴지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인간이 정말 만물의 영장이고, 그토록 고귀한 걸까. 인간의 생명이 그토록 귀하다면서 어떤 이의 죽음에는 묵념을 하고, 어떤 이의 죽음은 신경도 쓰지 않는 걸까.
'나'는 삐딱한 아이이기는 해도 K가 잘못했다는 건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어른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아이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어른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어른들은 자신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의 눈에 밉보여서 이득이 되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러니, 여러가지로 '나'에 대한 걱정이 많다. 소설을 다 읽고나서도 K가 같은 학교 학생들을 죽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정해진 틀 안에서 누구도 의의를 달지 않고 뻔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답답해서 미쳐버린 걸까. 과연, 그런 이유가 살인의 동기가 될 수는 있나. K는 변호사 아버지와 정신과 의사인 어머니의 두둔 아래 생각보다 큰 죗값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단언 말이야. 성직자와 살인자 중 어느 쪽의 입에서 나오는 걸 더 믿을 수 있을까.
그게 가장 하품 나는 질문이야. (본문 6쪽)
반듯하게 있어야 할 염색체 몇 번이 살짝 어긋나는 바람에 평생 동안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지체장애 1급. 늘 타던 엘리베이터가 추락해 숨만 살아 있는 식물인간. 손톱을 깎다 바이러스에 감염…….
인간의 생명을 결정짓는 건 이렇게나 사소하고 시시한 것들. 위대하고 고귀한 것은 어디에 있지? (본문 73-74쪽)
수학 시간엔 내가 얼마나 멍청한지를 배우고 사회 시간엔 내가 얼마나 겁쟁이인지를 배우고 생물 시간엔 내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배운다. 수백 명을 한곳에 몰아넣은 학교의 목적은 그 사실을 빨리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 (본문 155-156쪽)
천재지변의 무서운 세상. 혹은 역변의 세상에서 같이 죽는 게 좋을까? 아님 살아남아 삶을 개척하는 게 나을까? 나라면 차라리 같이 죽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거라면 모를까 폐허가 된 세상에 홀로 살아남는 건 심리적 압박이 상당할 것 같으니까. 어떤 상황 속에서 우리는 살아 돌아온 그들에게 다행이라고 말한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3자의 입장. 모두가 죽은 현장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면, 그게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기만 한 일일까?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소년은 참사 1주기 추도식 다음 날 학교를 벗어나 돌아다닌다. 총기 난사 사건에서 살아남은 후 사람들은 소년을 예외 취급한다. 그들 입장에선 배려일 수 있지만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지만 소년의 교복을 보고 참사에 대해, 추도식에 대해 말한다. 소년은 이들이 보이는 관심이 버겁고,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도 함께 느낀다. 또한 사건의 가해자 k와 공범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소년은 언제까지 혼자 살아남은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살아가는 것. 어찌 보면 나는 살아있어 살고 있는지 모른다. 삶이 버겁고 여전히 무섭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우울해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려 노력하기도 한다. 때론 생각 없이 앞만 보고 살고 있지만, 그게 편한 때도 있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고민이 고민을 낳기도 하니까. 아직 자신의 자아가 형성되기도 전에 유일한 생존자가 된 소년은 무슨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살아갈까? 살아남았다는 기쁨도 있었겠지만 마냥 기쁘기만 했을까? 나는 소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아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친구들의 삶까지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건 어른들의 생각일 뿐. 당사자는 삶 자체가 버거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소년의 삶과 작가의 삶을 같이 생각해 봤다. 죽을 수도 있었는데 살아남은 소년. 별책부록 같은, 번외와 같은 삶. 나는 아직도 삶이 어떤 건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계속 생각하고 고민한다. 다만 아이들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그게 어떤 삶인지는 결국 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지만. 삶이 꽃길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꽃길보다는 험난한 길이 더 많다. 꽃길이라 생각하는 건 순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살아간다. 그 삶이 비록 번외일지라도.
미국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섬뜩섬뜩하다. 이 책에서 총기로 현장학습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남아있던 친구들을 죽인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총기 난사 사건이 떠올랐을 뿐이지, 이런 사건 말고도 우리 마음을 아리게 하는 사건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서 화가 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어째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봐도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이야기도 적잖다. 문제 학생에게는 문제 부모가 있다고는 하나,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은 경우도 있으니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 책 <번외>에 나오는 K도 그렇다.
K는 저마다의 이유로 현장학습에 참여하지 못해 학교에 등교해 영화 감상을 하던 사이에 함께 있던 이들은 총기로 살해한다. 이 책의 주인공도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현장학습에 못가고 학교에 등교하게 되는데, 사건이 벌어질 때는 다행히도 국어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느라 현장에 없어서 화를 면하게 된다. 이 책은 그 후 꼭 1년이 지나 사망자들에 대한 추도식이 있던 날의 주인공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원래도 발작도 있는 등 몸이 허약하다. 그런 아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고, 게다가 자신이 호감을 가졌던 급우가 가해라지니 그 충격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이 아이는 정신과 치료도 받지만 그것이 크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가 하는 행동들이 주위 사람들로서는 이해되지 않을 뿐이다.
즉 이 책은 학내의 총기 난사 사건이라는 사건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생존자가 받게 되는 상처와 그에 대한 주위의 색다른 시선을 그를 더 힘들게 함을 들려준다. 이 책 96쪽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어제가 바로 1주기 추모일이기까지 했는데. 유일한 생존자가 이렇게 인생을 낭비하고 잇다는 것을 알면, 하늘에 잇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얼마나 슬퍼하겠어?... 네 인생이 죽은 아이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덤인 것마냥 얘기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든...”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이 그 아이에게 더 큰 상처가 됨을 헤아려야 하겠다.
요즘에는 트라우마라는 말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만큼 사건, 사고도 많고 이로 인해 마음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심리 치유에 노력을 기울이는 움직임이 커졌다. 그렇지만 전문의를 통한 일대일 치유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시선 또한 바뀌어야 이들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도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사건의 희생자에 대해서는 동정을 하면서도 정작 사고에서 살아남은 자에 대해서는 이 책의 다른 이들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사건만 아니었더라면 주위의 관심도 안 받고 편안하게 살았을 사람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달갑지 않은 관심도 받아야 하고, 더욱이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 책 주인공 역시도 자신이 번외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사건의 희생자뿐 아니라 생존자도 더 큰 희생자이자 피해자임을 깨달았고 이들에게 부담주지 않는 행동을 해야 이들이 속히 치유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살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함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