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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문장

이상의 문장

: 우리가 가졌던 황홀한 천재 이상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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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54g | 122*185*30mm
ISBN13 9788994943404
ISBN10 899494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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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 년씩 뒤떨어져도 마음 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빠지게 놀고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 보아야 아니 하느냐. 열아문(여남은) 개쯤 써보고서 시 만들 줄 안다고 잔뜩 믿고 굴러다니는 패들과는 물건이 다르다.
---「오감도 작자의 말」중에서

보고도 모르는 것을 폭로시켜라. 그것은 발명보다 발견! 거기에도 노력은 필요하다.
---「보고도 모르는 것을 폭로시켜라」중에서

어느 시대에도 그 현대인은 절망한다.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
---「어느 시대에도」중에서

꿈은 나를 체포하라 한다. 현실은 나를 추방하라 한다.
---「꿈은 나를」중에서

나는 돈을 벌 줄 모릅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버나요? 못 법니다, 못 법니다. 동무도 없어졌습니다. 내게는 어른도 없습니다. 버릇도 없습니다. 뚝심도 없습니다.
---「슬픈 이야기」중에서

나는 술이 거나 ─ 하게 취해서 어떤 여자 앞에서 몸을 비비 꼬면서 ‘나는 당신 없이는 못 사는 몸이오.’하고 얼러보았더니 얼른 그 여자가 내 아내가 되어 버린 데는 실없이 깜짝 놀랐습니다. 얘 ─ 이건 참 땡이로구나 하고 삼 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그 여자는 삼 년이나 같이 살아도 이 사람은 그저 세계에 제일 게으른 사람이라는 것 밖에는 모르고 그만둔 모양입니다.
---「약수」중에서

사랑받은 기억이 없다. 즉 애완용 가축처럼 귀여움을 받은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이다.
---「공포의 성채」중에서

근심이 나를 제한 세상보다 큽니다. 내가 갑문을 열면 폐허가 된 이 육신으로 근심의 조수가 스며들어 옵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메소이스트’ 병마개를 아직 뽑지는 않습니다. 근심은 나를 싸고돌며 그러는 동안에 이 육신은 풍마우세로 저절로 다 말라 없어지고 말 것입니다.
---「산촌여정」중에서

암흑은 암흑인 이상 이 좁은 방 것이나 우주에 꽉 찬 것이나 분량상 차이가 없으리라. 나는 이 대소 없는 암흑 가운데 누워서 숨 쉴 것도 어루만질 것도 또 욕심나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다만,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지 모르는 내일 그것이 또 창밖에 등대(等待)하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뿐이다.
---「권태」중에서

나는 세상의 불행을 짊어지고 태어난 것 같은 오욕에 길든 일족을 경성에 남겨두고 왔다. 그들은 차라리 불행을 먹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오늘 저녁에도 맛없는 식사를 했을 테지. 불결한 공기에 땀이 배어 있을 테지.
---「첫 번째 방랑」중에서

암만해도 나는 십구 세기와 이십 세기 틈바구니에 끼여 졸도하려 드는 무뢰한인 모양이오. 완전히 이십 세기 사람이 되기에는 내 혈관에는 너무도 많은 십구 세기의 엄숙한 도덕성의 피가 위협하듯이 흐르고 있소그려.
---「김기림에게 6」중에서

상(箱)은 오늘의 환경과 종족의 무지 속에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천재였다. 상은 한 번도 잉크로 시를 쓴 일은 없다. 그는 스스로 제 혈관을 짜서 ‘시대의 혈서’를 쓴 것이다. 그는 현대라는 커다란 파선(破船)에서 떨어져 표랑하던 너무나 처참한 선체(船體) 조각이었다.
---「김기림, 故 이상의 추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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