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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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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18g | 141*205*16mm
ISBN13 9791189034085
ISBN10 118903408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6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남의 물건 맘대로 만지는 게 버릇이야? 그러다 훔쳐서 도망가고…….”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던 콩의 눈이 금방 촉촉해졌다.
---「콩」중에서

“너도 매일 맞는다. 왜? 너는 키도 더 큰데.”
“그게…… 싸움은 덩치랑 상관없더라고요. 근데 이번에 치국이를 말리다가 내가 힘도 많이 세진 걸 알았어요. 다음엔 맞
고만 있진 않을 거예요.”
---「콩」중에서

저렇게 성적에 집착하는 놈이라서 지난해 그런 짓을 저질렀던 것이다. 그때가 생각나 숨이 거칠어졌다. 녀석의 얼굴을 후려치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부러트리고 싶다.
---「웰컴, 그 빌라 403호」중에서

녀석이 방문에 붙은 돼지 캐릭터 스티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victory, 승리라는 뜻이었고 우리는 돼지띠였다.
“예전에 살던 사람이 바로 너야?”
---「웰컴, 그 빌라 403호」중에서

“선배는 어떤 타입 여자애를 좋아해요?”
명조가 번쩍 머리를 들었다. 입을 벌리고는 어어,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한다. 얼굴도 아까보다 더 붉게 달아올랐다.
“티……티 났니?”
명조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잠시 수정테이프를 내려다보더니 서둘러 움켜잡고 교실을 뛰쳐나갔다.
---「수정테이프 고치기」중에서

궁지에 몰린 명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지금 울어요?”
“안 울어.”
참 심약한 사람이었다. 이러니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수정테이프나 고치러 다니고, 제멋대로 오해한 후배의 마음을 위로해 주다가 혼이 나는 것이다.
---「수정테이프 고치기」중에서

“람부탄 좋아해?”
남자가 갑자기 물었다. 세디게는 그제야 자기가 계속 람부탄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람부탄」중에서

하얀 과육이 혀에 닿자 단맛이 확 감겨들었다. 지독한 달달함이었다. 세디게가 앞니로 람부탄을 한입 베어 물었다. 축축한 살점이 입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세디게는 갑자기 온몸이 찌르르하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람부탄」중에서

“나는 학교가 좋아. 아무도 떠나지 않는 학교.”
오미드가 어깨를 으쓱하였다. 동전으로 살 수 있는 거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곤란한 얼굴이었다. 학교 마당에 바람이 불었다. 물기 한 점 없는 메마른 바람이었다.
---「람부탄」중에서

엄마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몰랐다. 명근이의 긴장 수치는 한계를 넘어섰고, 하늘은 이미 두 동강 나 버렸다. 작은 부엌창 너머의 하늘에 선명하게 금이 가 있었고, 그 주변이 검붉게 일렁이고 있었다.
‘젠장! 또 시작됐어!’
---「하늘이 두 쪽 나는 날」중에서

“결과적으론 그렇지. 하지만 파괴된 경계면을 원상복구한 건…… 너야. 애초에 경계면을 찢은 게 너거든. 네 스트레스 에
너지가 경계면에 구멍을 낸 거야.”
“말도 안 돼.”
---「하늘이 두 쪽 나는 날」중에서

내 별명은 ‘마할’이다. 마귀할멈에서 따온 거라는 걸 알지만 나는 모른 척한다. 내 앞에서 직접 그렇게 부르는 애들은 없다.
---「마할의 여름」중에서

현우가 킥하는 동작을 해 보이며 말했다. 머리에서 띵, 소리가 울렸다. 한물간 건 이니에스타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마할의 여름」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싸움은 덩치랑 상관없더라고요.”
-「콩」(김태호)


바닷가 마을, 수호는 오늘도 치국의 문자를 받는다. 안 맞으려면 엄마가 가게를 잠시 비웠을 때 재빨리 담배를 훔쳐야 한다. 이러든 저러든 맞겠지만 그래도 덜 맞으려면 할 수 없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어제 같을 수호의 일상에 어느 날 베트남 여자가 껴들었다. 이름은 콩. 수호가 듣기엔 딱 ‘콩’으로 들리는데 자꾸만 도리질을 친다. 콩만 한 여자, 언제 봤다고 대뜸 반말부터 하는 여자, 겁도 없이 치국을 막아서는 여자, 누나가 그리운 엄마가 자꾸만 밥상에 끌어다 앉히는 여자, 콩. 콩이 수호에게 묻는다. 덩치도 크고 힘도 더 세면서 왜 맞고만 있냐고.

“예전에 살던 사람이 바로 너야?”
-「웰컴, 그 빌라 403호」(문부일)


획이 하나 떨어져 ‘항복빌라’가 되어 버린 낡고 오래된 빌라인 ‘행복빌라 403호’에 사는 루오네는 집을 내놨다. 이 집이 팔려야 크고 깨끗하고 반듯한 새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다. 그래서 온 식구가 나서서 필사적으로 집을 팔기 위해 애를 쓰는 중이다. 그런데 드디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생겼다. 바로 루오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이름조차 재수없는 ‘나승리’네다. 루오의 삶을 바꿔 버린 중3 때 그 사건의 범인, 나승리. 할머니랑 반지하 산다더니 오래된 옥탑집이 가지는 치명적 약점을 모르는 모양이다. 루오는 쾌재를 부른다. 어디 한번 당해 보라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사계절 곰팡이투성이. 그런데 찜찜하다. 나승리는 루오가 모르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티……티 났니?”
-「수정테이프 고치기」(박하익)


콘셉러들이 우글거리는 학교에서 어느 날부터 가장 독보적 존재가 되어 버린 나, 이은애.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드워프’,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난쟁이 종족에서 유래한 별명이다. 어쩌다 한번, 친구의 수정테이프를 고쳐 준 후부터 각종 문구류의 수리 기사 역할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2학년이자 교지편집장인 명조 선배가 찾아와 수리기술을 전수해 달라더니 수시로 찾아오기 시작한다. “그냥 둘이 바깥에서 만나. 저 선배가 너 좋아하네.” 키득거리면서 부추기는 친구들에게는 웃기지 말라 도리질부터 쳤지만 마음은 자꾸 콩닥거린다. 명조 선배가 좋아하는 사람, 정말 나일까?

“람부탄 사다 줄까?”
-「람부탄」(진형민)


여기는 말레이시아. 체류기간이 지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모여드는 골목에 세디게도 엄마와 오빠와 살고 있다. 우연히 주운 교통카드를 시험해 보려고 먼 시내까지 나온 날, 세디게는 문득 궁금했을 뿐이다. ‘히잡을 벗고 다니면 어떤 기분일까.’ 정신없이 바쁘게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히잡을 벗어 보았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걸 오미드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재수없이 굴며 괴롭히던 오미드. 이제 어떻게 하지?

“젠장! 또 시작됐어!”
-「하늘이 두 쪽 나는 날」(최영희)


명근이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지구를 혼란에 빠뜨리는 침입자들을 감지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시험을 앞두고 또다시 그들의 침투 흔적이 발견되었다. 하늘은 금이 가 있고 9반 강희천의 머리에는 하얗고 둥근 테가 떠다닌다. 시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어김없이 찢긴 하늘과 놈들의 흔적이 눈에 띈다. 문제집 총량은 210장, 시험까지 남은 날은 2주일, 210÷14=15, 하루에 문제집 15장만 풀면 된다. 시간은 충분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침입자가 예사롭지 않다는 거다. 하늘은 점점 더 선명하게 금이 가더니 두 동강이 나버렸고 강희천은 체육 수업 중 쓰러져 결국 결석까지 했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명근이뿐. 젠장, 시험 기간마다 이게 뭐냐고!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마할의 여름」(한수영)


내 별명은 마할. ‘마귀할멈’에서 따왔다. 아빠는 네 살 때 가출했고 외할머니와 엄마, 오빠, 나 넷이 산다. 내 별명이 ‘마할’이 된 건 순전히 외할머니 때문이다. 외할머니의 표정과 말투로 외할머니가 평소에 하는 말을 친구들에게 하기 때문이다. ‘인생 화무십일홍인 거 모르니?’,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치거든’ 같은 나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말들. 아무려나, 내겐 현우가 있으니까. 친구인 줄만 알았던 현우가 어느 날 내 맘에 와 박혔다. 현우만 보면 이유 없이 심장이 쿵쿵거린다. 그런데 현우가 연애를 한단다. 그것도 재수없는 ‘교정장치’랑. 두고 보라지. 할머니가 그랬다.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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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자기보다 덩치 작은 아이에게 얻어맞으며 담배 셔틀을 하는 소년이 있다. 전교생에게 수정테이프 수리 장인으로 유명한 ‘드워프’ 소녀가 있다. 공부는 안 하면서 시험 날짜와 범위만 자꾸 세어 보는 소년이 있다. 한 번쯤 히잡을 벗고 거리를 걸어 보고픈 아프간 소녀가 있다. 허름한 집을 보이기 창피해 놀러 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피해 온 소년이 있다. 할머니 곁에서 온몸에 할머니의 말투와 냄새가 배어든 소녀가 있다. 그들은 모두 고백하고픈 저마다의 비밀을 갖고 있다. 고백은 타인에게 내미는 손이다. 아이는 세상에 손 내미는 경험을 통해 어른이 되어 간다. 모든 고백은 자국을 남기기 때문이다. 맞잡은 손에도, 거절당한 손에도, 혹은 주저하다 내밀지 못한 손에도 그 자국은 어김없이 남는다. 그래서 고백은 성장의 눈부신 순간이다. 저마다의 고백과 상실을 경험하는 여섯 아이들의 이야기에 함께 아프고 설레고 웃다가 마침내 ‘어른’이 되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그만 먹먹해졌다.
- 송동철 (오디세이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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