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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희의 소원나무
리뷰 총점8.6 리뷰 5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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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04g | 148*210*16mm
ISBN13 9791186452363
ISBN10 118645236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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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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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소리가 났고 쿵, 부딪쳤다.
혼돈으로 빠져드는 듯 어지러움을 느꼈다.
아우성치는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곧, 멈췄고 온통 캄캄해졌다.
누군가 내 손을 잡는 것 같았지만 찰나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무서웠다.
세상이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았지만 내 의식은 분명하고 또렷했다.
---「프롤로그」중에서

“라희야, 미안해. 이 상자를 너무 늦게 열어 봐서 정말 미안해.”
엄마는 중얼거리며 상자 뚜껑을 연다. 상자 안에 놓인 나무를 조심스럽게 꺼내더니 책상 위에 세워 놓는다.
‘엄마, 내가 그 나무 이름을 [라희의 소원나무]라고 지었어. 열매 위에 적힌 숫자 순서대로 떼어 펴 봐. 내 소원을 적어 놓았으니까.’
엄마는 1이라고 적힌 열매를 떼어 아빠에게 내민다.
아빠는 엄마가 하는 모양을 보고 있다가 엄마가 내민 열매를 받아 들고 색종이를 펼친다. 아빠 손이 떨린다.
“첫 번째 소원.”
아빠가 소리 내 읽는다. 목소리가 비 오는 날처럼 축축하다.
--- p.21

재은이는 내 글씨를 흉내 내 색종이에 써 넣는다. 그러고는 열매를 접어 나무에 붙인다. 상자를 닫고 책꽂이 중앙에 갖다 놓는다.
‘역시 재은이는 머리가 좋아.’
나는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하지만 기분이 별로다. 내 소원을 왜 재은이가 고쳐 놓고 시치미를 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재은이가 이렇게 엉큼한 애였나 생각하니 배신감이 든다. 나머지 다른 소원도 재은이가 다 고쳐 놓을까 봐 걱정이 된다. 만약 재은이가 고쳐 놓는다면 내 소원은 물거품이 되는 거다. 이뤄진다 해도 그건 내 소원이 아니고 재은이 소원이니까.
--- p.64~54

관광버스가 뒹굴 때 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갑자기 어지러워지더니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손을 잡았다가 놓치고 눈을 떴을 때 나는 집에 와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목소리를 잃었고 엄마 아빠는 내 말을 듣지 못했으며 나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 p.67

“라희야, 그 날 사고. 좀 이상해. 내 말 듣고 있니?”
‘네. 선생님, 말씀하세요.’
“경찰에서는 그 날 사고를 운전자의 졸음운전 때문이라고 매듭지었지만 졸음운전 아니야.”
‘졸음운전?’
“응. 졸음운전. 그 날 일, 나 똑똑히 기억해. 내가 운전석 뒤에 앉았거든. 기사 본인도 소풍 가듯 콧노래 부르며 운전했는데 무슨 졸음운전이야.”
--- p.90

나는 어깨를 움츠린다. 범죄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게 무섭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죄까지 뒤집어쓰는 이 아저씨가 두렵다.
아저씨는 쓴 글자들을 또 지운다.
‘양심 고백은 경찰서에 가서 해야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저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른들의 세계란 참 모르겠다. 수채화 그림 위에 검정 크레파스로 덧칠한 아무것도 안 보이는 탁한 그림 같다. 감추고 또 감추고 속이고 또 속여서 안을 전혀 들여다 볼 수 없는 어두운 그림 같다. 어두워서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그게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아무렇지 않은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두렵고 무섭다.
‘어른들은 왜 있는 그대로 다 보여 주지 않는 걸까?'
--- p.108

행복한 집, 그 자체만을 꿈꾸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엄마는 깨달아야 한다. 엄마는 다 가졌기 때문에 부족함을 모른다. 하지만 엄마가 지금 많은 것을 인내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내 생각을 하며 손수 망치질해 만들어지는 집 한 부분을 담당했다는 자부심을 안고 입주할 사람을 생각하며 힘든 시간을 견디는 중이다. 힘듦을 참지 못하는 엄마가 행복을 가꾸어 갈 집을 만드는 일에 일손을 보태며 결코 쉽지 않은 오래 참음을 실행하는 중이다.아빠는 누구보다 엄마의 그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엄마를 위로하고 있다.
--- p.179~180

가야 할 길이 서로 완전히 달라졌음을 나는 확실히 안다.
내 가족은 나하고 갑작스런 이별로 아파한다.
그 아픔마저 삶으로 끌어안고 살아야 함을 나는 안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그 날이 완전한 삶의 완성이다.
지금 이별의 슬픔은 행복한 재회, 그 날을 위해 인내하는 과정이다.
나에게 별책 부록 같은 짧은 시간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나는 간다.
추억 속의 내 이름 라희를 기억하면서.
---「에필로그」중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 누구나 행복할 권리, 평등하게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라희의 소원나무』가 청소년들에게 꿈이 되고 희망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작가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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