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이 공간이 거대한 세트장이고, 여러분이 그 안에서 자식, 부장, 선배, 옆집 사람, 아내, 시청자, 승객, 친구 역할을 맡고 있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과장, 엄마, 아들 역할에 휘둘려 ‘진짜 나’를 잊고 산다면 과연 여러분은 진정으로 행복할까요?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할 때, 여러분이 느끼는 감정을 세세하게 인지하고 제대로 표현하고 있습니까?
이 훈련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정확히 알고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 한 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끊임없는 자기분석으로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면 자신에 대한 존엄성을 뼛속 깊이 느낍니다. ‘남들이 보는 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나’에 전념하게 되고, 내면과 외면의 불일치나 갈등 없이 조화롭게 삶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나’를 소모하지 않으면서 내가 맡은 수많은 역할들을 유연하게, 지혜롭게 수행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가족, 동료, 친구, 사회 구성원으로서 동시에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매 순간 역할에 맞게 행동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배우입니다. 여러 역할을 실행하며 살아가는 동시다발적 존재이니까요. ‘연기’는 감성과 신체를 지닌 유기체적 인간에게 꽤 유용한 학문입니다. 나를 알고 이해하는 방법, 내 감정을 조절하고 상대와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 소통하고 교감하는 방법은, 결국 가장 멋진 나를 만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 p.15
가면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기업 중역이나 의사, 변호사 등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위와 신분을 획득했는데도,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이 무능하고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망상을 갖습니다. ‘임포스터Imposter’라는 말은 사기꾼, 협잡꾼, 타인을 사칭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들은 현재 자신의 모습은 가짜이고 언젠가 이 가면이 벗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워합니다.
‘가면현상’은 ‘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e’으로까지 이어지는데, 특히 성공한 여성들에게서 더 자주 보인다고 합니다. 그녀들은 자신의 성공을 ‘그저 운이 좋아서’라고만 여기고, 자신의 진짜 실력이 들통 나지 않게 하려고 지나치게 근면성실하게 일에 몰두합니다. 과도하게 노력하다 보니 신경과민, 번아웃, 수면장애 등을 달고 삽니다. 대표적으로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 엠마 왓슨과 나탈리 포트먼도 앓았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6개 국어를 구사하고 하버드대학을 나올 만큼 뛰어난 재원이었던 나탈리 포트먼은 졸업식 축사에서 자신이 ‘멍청한 여배우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어려운 수업만 골라 들었다고 고백했죠. --- p.64
어찌 보면 촬영현장이야말로 가장 이질적인 전문가들이 잔뜩 모인 곳입니다. 연출, 극본, 진행, 촬영, 조명, 발전 차, 녹음, 무술, 미술, 세트, 소품, 의상, 분장, 미용 등은 물론이고 제작, 마케팅, 특수효과, 편집, 음악, 특수영상, 홍보까지 합치면, 대략 60~120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약속된 시간에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집중력을 기울입니다. 물론 요즘은 사전제작 방식으로 비교적 여유 있게 만들어지는 드라마도 있고 리허설도 철저히 하겠지만, 그래도 “레디, 액션!”이 들어가는 순간에는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 곳이 바로 현장입니다. 100명도 넘는 사람들이 매의 눈으로 여러분의 일거수일투족을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고 있다면, 그런 상황을 타고난 감성만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 그런 배우는 절대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환영받지도 못합니다. 그건 세일즈맨이 고객을 만나 설득하는 순간도, 프로그래머가 긴가민가한 코드를 넣고 빼는 순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 p.91
이태호라는 소년은 경찰학교를 졸업한 뒤, 직업명 ‘경찰관 이태호’로 임관합니다. 그리고 현장에 투입된 경위 이태호는 주취자를 구호하고, 보호대상자들을 안전하게 지키며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합니다. 오진아라는 여성은 마케팅 회사에 입사한 직업명 ‘사원 오진아’가 됩니다. 신입사원 오진아로서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 그녀는 곧 대리로, 과장으로 진급하며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김명수 할아버지는 은퇴 후 과거의 실력과 열정을 되살려 사회복지기관에 입사했습니다. 예전에는 중소 무역회사의 임원이었지만, 현재는 ‘인턴 김명수’라는 역할을 맡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나와 나의 직업과 나의 역할을 가지고 가치를 키워나갑니다. 또한 동시다발적인 역할수행자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현재 몇 가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요?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많은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는지 말입니다. 닉네임 데쓰맨 님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20가지 이상, 많게는 30여 가지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원 가족관계 외에도 직장, 동호회 등 수많은 집단에 속해 있기 때문이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좋아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혈연ㆍ지연ㆍ학연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동시에 이렇게 많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 p.99
흔히들 ‘나는 보라색이 좋아.’, ‘나는 고양이는 싫어.’, ‘나는 높은 곳은 딱 질색이야.’ 등 자신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그리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연 왜 보라색이 좋아졌는지, 무엇 때문에 강아지는 괜찮은데 고양이는 싫어진 건지, 언제부터 높은 곳은 질색이었는지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순간부터 보라색을 좋아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했던 건 아닐 텐데 말이죠.
그저 우리는 어떤 계기로 인해 그렇게 변한 자신을 보호하기 바빴던 거죠. 물론 익숙해져버린 습관들을 바꾸거나, 스스로 만들어낸 방어기제에 대한 원인들을 파헤치는 것 또한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할 일이 산더미고 먹고살기도 바쁜데 뭐하러 그런 것까지 고민하나 싶을 수도 있죠. 지금껏 모른 채로 이렇게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결정적 순간과 나만의 고유한 특징을 만들어낸 원인을 모른다면, 앞으로도 그저 그런 ‘나’로 끌려가듯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원치 않는 상황에서도 무기력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내가 되는 거죠. 나를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시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인간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인간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일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 아닌가요. --- p.155
얼굴은 수많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시로 근육을 이완시켜주지 않으면 표정이 굳어지고, 굳어진 표정이 오랜 세월 계속되면 인상으로 고정됩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샤워할 때, 혹은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다면 화장실로 달려가 얼굴 스트레칭을 해보세요. 얼굴 스트레칭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인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좋은 목소리를 내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면접이나 미팅, PT 직전에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1단계 : 눈코입을 얼굴 한가운데로 모았다가 쫙 펴봅니다. 마치 주먹을 꽉 쥐었다가 손바닥을 쫙 펴는 것처럼 눈코입을 모았다 풀어봅니다. 3회 정도 반복합니다.
2단계 : 입안에서 혀로 오른쪽 볼을 바깥쪽으로 쭉 밀어봅니다. 최대한 늘려봅니다. 그다음에는 왼쪽 볼을 바깥쪽으로 밀어줍니다.
3단계 : 입술 양끝을 살짝 힘을 주어 위로 올립니다. 입술 끝이 아래로 쳐지면 자칫 우울한 인상을 줄 수 있는데, 수시로 입술 양끝을 위로 올려 입 주변 근육을 풀어줍니다 --- p.220
주위에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있나요? 듣기 좋은 목소리는 개인에게는 매우 큰 매력요소이고, 상대방과의 소통에서는 윤활제 역할을 합니다. 가장 좋은 목소리란 자신의 몸에 맞는 목소리입니다. 남자라고 무조건 저음이 좋은 것도 아니고, 여자라고 여성스러워 보이기 위해 일부러 높은 톤을 낼 필요도 없다는 말입니다. 자기 몸에 맞는 목소리가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합니다. 목소리는 몸이라는 통에서 나온 울림이 성대를 통해 세상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이때 목이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 목구멍이 좁아지거나 수축되어 소리가 갈라지고 불안한 톤이 만들어집니다.
자신의 몸에 맞는 목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음…’ 하는 허밍을 통해 내가 가장 편안하게 낼 수 있는 고유한 톤을 확인해보세요. 그러고 나서 그 톤에 말을 실어서 내보내봅니다. 내 몸에 맞는, 내게 자연스러운 톤을 인식한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말할 때 여러분의 코 아래쪽으로 소리가 나와서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것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봅니다. 코 아래쪽으로 소리를 낸다고 생각하고 말하면 더 깊고 정리된 목소리를 내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입니다. 아무리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도 눈빛으로 그 내용을 함께 전달할 수 없다면 결코 상대방의 가슴에 가닿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말이 상대방의 귀를 지나 그의 가슴에 닿을 수 있도록, 파워 보이스를 연습해보시기 바랍니다 --- p.231
연기자들의 연기훈련은 3단계로 구분됩니다. 첫째는 실제 자신을 분석하는 것이고, 둘째는 연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을 인지하는 것, 셋째는 자신의 심신을 활용하여 온전히 새로운 역할을 창조해내는 기술을 터득하는 것입니다. 이 3가지를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능력으로 키우는 것이 연기훈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과정은 자기분석훈련, 감성훈련, 감상훈련, 표현훈련, 화술훈련, 대사훈련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인 자기분석훈련은 ‘현재의 내’가 되기까지 걸어온 일련의 과정들을 분석해보고 자신의 직업적 특성에 맞게 보완할 부분과 이해해야 할 부분들을 찾는 것입니다. 건강상태, 성장배경, 성격, 외모, 좌우명 등 ‘현재의 나’라는 인물을 명확히 분석하고, 내적갈등의 요소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 갈등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 동시에 자신이 맡은 ‘동시다발적’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하며 받아들입니다.
그다음으로 감성훈련은 시와 노래 등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진심을 관찰하고,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웁니다. 감상훈련은 책, 영화, 드라마 등 작품을 분석해 제작자들의 기획의도와 연출의도를 이해하고, 연기자로서 직업적 전문성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그 외에 발성, 발음, 화술, 대사를 훈련하고, 상상력, 집중력, 표현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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