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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너머의 삶

경계 너머의 삶

: 베네딕트 앤더슨 자서전

[ 양장 ]
리뷰 총점9.0 리뷰 1건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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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2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70g | 135*195*20mm
ISBN13 9791160870442
ISBN10 116087044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내가 아일랜드 국적을 취득한 데는 개인뿐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반공산주의 군대가 권력을 장악하고 100만 명에 이르는 공산주의자 및 동조자들을 학살한 참이었다. 그런 일을 보면서 나는 좌익 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동생들은 이미 영국 국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나는 태어났을 때 아일랜드 성인 오고먼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신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아일랜드 국적을 따야 할 것 같았다.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분이 아일랜드에서 출생했다는 걸 증명하면 아일랜드 국적은 쉽게 취득할 수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당시 할아버지가 근무하신 페낭, 어머니는 런던에서 태어나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이 영국에 반항해 일어난 1916년 부활절 봉기 당시 반도(叛徒)들이 출생신고서가 있는 건물을 불태워 버렸다. 하지만 어머니 친구 중에 취미로 워터포드 군의 가계를 연구하는 분이 계셔서 그 분으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을 듣게 되었다. 나는 지역 국회의원에게 그 분이 해주신 이야기를 전했고, 그의 도움으로 1967년에 처음으로 아일랜드 여권을 발급받았다. --- p.30

내가 처음 학교에 간 것은 1942년쯤인 것 같다. 당시 아버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투병 중이셨고, 어머니는 1943년에 여동생을 낳으셨다. 남편과 아기를 돌보느라 너무 힘들었던 어머니는 기운이 넘쳐서 늘 티격태격하는 두 아들을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변방 로스 가토스(Los Gatos) 외곽에 있는 컨트리 스쿨이라는 기숙학교에 보냈다. 북유럽 출신의 엄격한 두 여성이 운영하던 이 학교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지만 도시가 많이 커져서 지금은 거의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우리에게 아주 낯선 곳이었고, 부모님도 너무 보고 싶고, 체벌도 자주 있었다. 나는 야뇨증이 있어서 교칙에 따라 거의 매일 아침 수업을 빼먹고 이불을 빨았는데, 이것 때문에 애들이 늘 심하게 놀리고 괴롭혔다. 그 학교에서는 배운 게 하나도 없다. --- p.36

엄청난 분량의 고대 문학을 읽은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두 위대한 비기독교 전통에 푹 빠지는 느낌이랄까. 장학생들은 학교의 우등생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민망해서 빼놓고 가르치는 성적인 장면을 비롯해 거의 모든 자료를 읽을 수 있었다. 그 분들이 중시하는 고대 문화와 우리가 배우는 현대 문화는 서로 많이 달랐다. 학교에서는 몸을 내보이는 걸 부끄러워하거나 옷으로 감추라고 배웠지만, 고대 그리스의 조각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주 아름다운 신체들을 당당히 표현하고 있었다. 1950년대 영국에서 동성애는 여전히 범죄 행위였고, 발각되면 몇 년씩 투옥될 수도 있었지만, 고대 신화는 소년이나 청년과 사랑에 빠지는 신들의 이야기로 넘쳐났다. 고대사에는 젊은 두 연인이 용감하게 전쟁에 나가거나 서로의 품에 안겨 죽은 이야기들이 등장했고, 아름다운 사랑의 여신과 활과 화살로 무장하고 그녀를 돕는 장난꾸러기 소년신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에 비해 기독교는 재미없고 편협해 보였다. --- p.42

어렴풋하지만 우리 가족 안에서도 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남동생은 나와 같은 방식으로 교육 받았다. 하지만 옥스퍼드를 졸업한 일곱 살 연하의 여동생은 당시 막 등장한 새로운 세상의 일부였다. 나와 정치적으로 더 진보적이고 머리 좋은 내 동생 사이에도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점 중 하나가 미국이었다. 실제로 미국에 도착한 날까지 나는 그 나라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미국 역사에 대해 전혀 몰랐고, 위대한 미국 소설을 읽어본 적도 거의 없고, 미국 영화를 보면 금세 지겨워지거나 짜증이 났고, 미국의 대중음악은 알지도 못한 채 경멸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흐나 슈베르트를 치는 내 피아노 소리에 지친 동생은 남미의 룸바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반을 크게 틀어 복수했다. 미국에 그렇게 오래 살았고, 좋은 미국 친구를 많이 사귀었고, 다양한 흑인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아직도 나는 미국 사회와 문화로부터 소외, 아니면 적어도 거리감을 느낀다. 그런데 아버지는 1920년대에 나온, 용감한 공산주의자인 록웰 켄트(Rockwell Kent)의 환상적인 삽화가 실린 『백경Moby Dick』을 남기셨고, 허먼 멜빌은 여전히 내게는 최고의 소설가다. --- p.56

대부분의 학자에게 맨 처음 현장 연구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때 느낀 엄청난 충격, 이질감, 흥분을 살면서 다시 경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나중에 나는 몇 년씩 (내가 좋아하고 흥미를 느낀) 태국과 필리핀에서 현장 연구를 했지만, 내 첫사랑은 역시 인도네시아였다. 타이어와 타갈로그어도 읽고 말할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어야말로 내 제2외국어고, 내가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유창하게 쓸 수 있는 유일한 외국어다. 지금도 가끔 인도네시아어로 꿈을 꾸곤 한다.
나는 1961년 12월 말에 자카르타에 갔다가 1964년 4월에 떠났다. 밤중에 공항에 내렸는데 우기가 시작된 뒤였다. 그 날 시내로 들어가는 모든 택시에 유리창이 열려 있던 것이 생생히 기억난다. 제일 먼저 느낀 건 냄새였다. 싱싱한 나무와 관목들, 소변, 향, 뿌옇게 흐려진 석유등, 쓰레기, 그리고 대로변에 늘어선 작은 포장마차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가 대단했다. --- p.97

자바의 시골을 돌아다니려면 체력도 좋고 머리도 잘 돌아가야 했다. 기차 말고도 버스, 트럭, 마차, 조랑말, 소달구지, 카누 등 여러 교통수단이 있었는데, 고지대에서는 조랑말을 타는 수밖에 없었다. 말을 사랑하는 아일랜드에서 자랐기에 나는 타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늘 트럭으로 이동하는 걸 좋아했다. 코넬에 다닐 때 나는 워싱턴, 필라델피아, 뉴욕, 보스턴처럼 먼 곳을 히치하이킹으로 가곤 했다. 운전자들은 기꺼이 젊은 학생들을 태워 주었고, 차를 얻어 타는 학생들도 살해당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 옛날, 자바에서도 히치하이킹이 흔했고, 트럭 운전사들은 젊은 백인 학생이 길가에서 엄지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트럭 운전사가 혼자인 경우 나는 몇 시간씩 옆자리에 앉아 신나게 귀신, 악령, 축구, 정치, 악덕 경찰, 여자들, 무당, 불법 복권, 점술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떤 때는 트럭 짐칸에 올라타기도 했는데, 해가 진 뒤 거기 서서 얼굴에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기도 했다. --- p.115

1972년 나는 워싱턴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비자를 줄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런던을 방문한 김에 거기 있는 대사인 아지(Adjie) 장군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장군은 혁명에서 자신이 한 역할에 대해 얘기해 주더니 정중하게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비자 얘기를 꺼냈더니 곧바로 발급해 주었다. 그래서 (결국 금방 나와야 했지만) 나는 인도네시아에 돌아갈 수 있었다. 거기 있는 동안 정보부의 신문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국가의 네 적(敵)이 실려 있었다. (군부의 엄청난 타락상을 폭로한)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의 타스통신(TASS), 북경의 『인민일보』, 그리고 코넬 대학교였다. 정말 놀랍고도 웃기는 일이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내가 자카르타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두 주일 후에야 발견했는데, 그걸 알자마자 곧바로 추방했고, 수하르토의 독재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무려 27년 동안 입국을 금지시켰다. --- p.129

필리핀 시골 마을에서 보낸 첫 밤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나를 아주 반갑게 맞아 주었고, 우리는 술잔을 주고받으며 자정이 넘도록 대화를 이어갔다. 혁명군들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았고, 두 소년이 열심히 통역도 해주었다. 주로 옛날 이야기였는데, 인도네시아어나 자바어 같아 보이는 단어들이 자주 등장했다. 그래서 뜻을 물어보면 거의가 인도네시아어 단어와 같은 의미였다. 그래서 다들 깜짝 놀랐고, 분위기가 더 고조되었다. 다음날 나는 엄청나게 긴장한 상태에서 강연을 했다. 나는 수하르토가 인도네시아 공산당원들을 학살한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마르코스도 같은 짓을 저지를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필리핀의 좌익들도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다들 공감하는 눈치였다. 그 날 저녁 또다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두 소년과 나는 조용히 마닐라로 돌아왔다. 몇 년 후 전해들은 바로는, 이 두 소년은 안타깝게도 네멘조가 구 공산당에서 탈퇴했을 때 당의 지시로 혁명군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한다. --- p.139

미국 민족주의의 핵심적인 신화 중 하나가 바로 ‘예외주의’, 즉 미국의 역사, 문화, 정치는 본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유럽이나 남미와 다르고, 아시아와도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은 얼마든지 비교 가능하고, 특히 유럽, 남미,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등) 영국령과는 비교할 거리가 아주 많다. 이런 사고방식의 또 다른 측면은 바로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지역주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연구자들은 미국의 정치를 다른 나라의 정치와 비교하는 것을 그토록 싫어했다. --- p.154

비교정치철학 연구 논문인 「자바 문화의 권력 개념」 최종본을 쓸 당시 나는 대부분의 서구 독자들이 보일 반응을 (“흠, 자바인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미개하고, 우리는 그렇지 않아.”) 예측하고 거기 적절히 대응할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다행히 막스 베버(Max Weber)의 책이 도움이 되었다. 그는 ‘카리스마’를 명쾌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그 개념을 현대 사회학에 처음 도입한 학자였다. 히틀러, 레이건, 마오, 에비타 페론, 드골, 수카르노, 간디, 피델 카스트로, 레닌, 호메이니는 어떤 합리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자신들이 완전히 현대적이라고 생각한 문화에서도 ‘권력’에 대한 관점의 기저에는 뭔가 전통적인 부분이 남아 있지 않을까? 그보다 훨씬 나중에 레이건은 부인이 점쟁이와 통화하고 나서야 중요한 결정을 내리곤 했다는 것, 오늘날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들 역시 뒤에서는 점성술사나 풍수지리학자의 의견을 경청한다는 말을 듣고 ‘그럼 그렇지’ 싶었다. --- p.165

『상상의 공동체』는 『브리튼의 해체』보다 더 광범위한 논쟁을 배경으로 태어났다. 그중 첫 번째 표적은 민족주의가 유럽에서 생겨나 비슷한 형태로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다는 유럽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내가 보기에 민족주의 운동은 아이티뿐 아니라 북미와 남미에서도 생겨났고, 이런 운동들은 어떤 하나의 ‘인종적’ 또는 언어적 요인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다.
두 번째 표적은 전통적인 마르크시즘과 자유주의다. 이런 유의 마르크시즘이 민족주의를 회피했고, 세계 역사에 끼친 그 큰 영향력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네언의 말은 옳다. 하지만 그가 이 문제를 마르크시즘을 이용해서 해결하려고 시도한 적은 없다. 나는 16세기 유럽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책들의 특성을 이용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들은 물론 초기 자본주의가 생산한 상품이지만, 맥주나 설탕과 달리 어떤 개념이나 감정, 상상을 담고 전달하는 그릇이기도 했다. 고전적인 진보주의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 p.175

지역 연구는 외부 지원금이나 대학 내 영민한 관리자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분야였다. 지역 연구 안에서도 분야별로 세력의 불균형이 심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양상이 바뀌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미국이 패하기 전까지는 동남아시아 연구 이 힘이 있었고, 학부생들도 그 수업을 많이 들었다. 미국이 잠시 일본 경제의 약진에 충격을 받았던 1970년대 말과 80년대에는 일본 연구가 득세했다. 원래부터 힘이 있었던 중국학은 중국이 미국 학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더 큰 힘을 갖게 되었다. 남아시아 연구는 훨씬 약했는데, 미국인들이 그 지역을 ‘여전히 영국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정부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인도는 인디라 간디1의 짧은 군사정권 기간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였기에 당시 ‘중공’을 견제하는 데 유용한 나라였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인도와 구 파키스탄이 외국 학자들, 특히 미국 학자들의 연구를 점점 더 강하게 제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비자 받기도 힘들고, 연구 금지 주제도 늘어나고 있었다. --- p.195

『상상의 공동체』를 학제적인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르크스, 벤야민, 스토는 모두 과거의 인물이고 교수도 아니었다. 터너는 자신이 인류학이라는 분야를 대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교수였던 세 사람의 프랑스인과 아우어바흐는 별로 그러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마르크시즘은 늘 배경에 깔려 있지만) 나는 『상상의 공동체』에서 어떤 초(超)학문적인 시각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한 분야에 국한된 책일까? 일단 역사책은 아니다. 어떤 사료나 1차 자료에 기초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정치학 책일까? 참고문헌 목록을 보면 정치학 책은 한두 권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책 전체가 민족주의라는 하나의 정치적 힘을 다루고 있고, 배경에 깔린 사고의 틀은 내가 공부한 비교정치학에서 나온 것이다. --- p.210

소설가나 학자는 언어를 통해 생각하고 언어로써 자신을 표현한다. 이 두 집단 중 소설가나 언어 예술가들이 학자들보다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다. 그들은 인습적인 개념이나 표현 방식을 깨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학자들은 전문 용어라는 보호막 속에 갇힌 채 거기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 용어는 축복이면서 저주다. 전문 용어를 쓰면 동료 학자들과 더 쉽게 소통할 수 있고 전문성도 인정받는다. 그런데 용어는 사고와 표현을 옥죄는 감옥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학자가 선택하는 문체와 독자층은 단지 그 책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내용의 창의성 및 혁신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 학제간 연구의 의미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 p.216

전문화는 학부 수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18세~21세 사이의 젊은이들에게 폭넓고 일반적인 교양을 심어 준다는 관점은 약해지고, 4년간의 대학 생활이 주로 노동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되돌리거나 늦추기는 힘들기 때문에, 대학 당국이나 교수, 학생들이 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나는 대학 교육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이 (보수적이고 좀 비현실적이지만) 강하게 남아 있을 때 학교를 다녀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상상의 공동체』는 그런 시각에 뿌리박고 있지만, 요즘 대학에서 그런 유의 책이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 --- p.243

오래 전부터 무정부주의, 레닌주의, 뉴 레프트, 사회민주주의 등 여러 형태의 사회주의가 진보적이고 해방주의적인 민족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국제적’ 여건을 제공해 왔다.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세계적으로 일종의 진공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그나마 페미니즘, 환경운동, 신무정부주의, 그리고 비인간적인 신자유주의와 위선적인 ‘인권 보호 운동’에 맞서서 같이 또는 독자적으로 싸우고 있는 여러 ‘이즘’들이 일부나마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렇지만 길게 보면 그 빈자리를 제대로 채우기 위해서는 할 일이 아주 많다. 그렇게 하려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내는 데 있어 젊은 학자들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패권 국가들은 자기 입맛에 맞게 ‘인권’을 보편적이고 추상적이며 세계적인 가치로 내세울 때가 많다. 반면에 각국의 정부는 전 국민의 평등권을 추구하는 인권 운동가들을 쉽게 제지하지 못한다. 진정한 해방을 이루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리긴 했지만 미국의 인권운동이 흑인 및 여성의 정치, 사회 경제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확대한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와 ‘민족주의’는 여전히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개념이다.
--- p.251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주의 연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연구에 이론적인 틀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그 언어와 권력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 [뉴욕타임스]
특유의 매력과 멋진 문체로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베네딕트 앤더슨의 학문적 여정을 묘사한 책.
- 라마찬드라 구하 (TLS)
전문용어의 남발, 언어 능력 부족 등 이 시대 학계에 대한 명민하고 타당한 분석으로 가득한 책. 흥미로운 내용에 특유의 겸허함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자서전으로, 자신의 성취에는 운도 많이 작용했다는 말이 감동적이다. 그의 저작을 읽는 우리도 정말 운이 좋다.
- [프로스펙트]
국가든, 학교든, 언어든 앤더슨은 거품을 정말 싫어한다. 그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문화에 등장하는 평생 코코넛 껍질 속에 갇혀 사는 개구리 얘기를 자주 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코코넛 껍질에서 빠져나오는 느낌이 든다.
- [이코노미스트]
이 책에서 앤더슨은 한쪽은 군 정보부장, 다른 쪽은 인도네시아 공산당의 정치국장인 두 형제처럼 거의 근친상간적인 자카르타의 정치 풍토를 보여주는 일화 등, 인상 깊었던 면담들과 농담을 섞어 가며 정중하고 친절한 어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가디언]
앤더슨은 내부인들만 아는 농담, 개성 넘치는 여담, 은근한 유머를 섞어 가며 자신의 특별한 이력과 감성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학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는 주로 국제주의를 소개하고, 지리, 역사, 언어,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스콧 셔먼 (네이션)
2015년에 타계한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주의의 반제국주의적 기원에 대해 본능적으로 공감했고, 이런 경향은 보기 드물게 특이한 시각에서 비롯된 역사관을 통해 더 강화되었다. [상상의 공동체]를 집필할 당시 그는 동남아시아를 연구하는 작은 서구인 집단의 중심에서 일하는 정치학자였다. 사후에 출간된 [경계 너머의 삶]이 잘 보여 주듯이 앤더슨은 학문적 배경뿐 아니라 집안의 내력 덕분에 민족주의가 지닌 이런 혁명적 매력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 [파이낸셜 타임스]
앤더슨은 전 세계가 국제적인 연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한다. 이 책이 우리의 사고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앤더슨의 논의는 우리로 하여금 세계화에 대한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을 지양하고, 그의 표현을 빌자면 ‘민족주의와 국제주의의 해방적 잠재력’을 이해할 도구를 제공한다.
- 트레버 잭슨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앤더슨의 여러 개념과 논의를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해 주는 예리하고 매력적인 책.
-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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