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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

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

: 화가 이경미 성장 에세이

이경미 | 샘터 | 2012년 04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9 리뷰 23건 | 판매지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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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에세이 top100 1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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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516g | 144*198*30mm
ISBN13 9788946418219
ISBN10 8946418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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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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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진 새벽에 집으로 들어서면 강아지들과 노란 고양이 나나가 저를 반겨주었지요. 삶이 고단하다는 것을 사람에게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들 또한 고단하지 않을 리 없는데……. 그래서 저는 강아지와 나나에게서 위로받고 또 위로받았습니다. 특히 나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언제나 부담스럽지 않게 저를 편하게 해주었지요.---p.19~20

그 우주인들은 우주에서 아마 저들의 고향을 생각했을 것이다. 손에 잡힐 듯 파랗게 빛나는 지구를 보며 떠나온 그곳을 생각했을 것이다.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오래도록 비행했을 그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려왔다. 어렸을 때 TV화면으로 본 챌린저호의 끔찍한 폭발 장면과 당시 그 우주선에 탑승했던 교사 출신의 여성 우주인과 슬퍼하던 그녀의 가족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치 창밖으로 파란 지구가 만져지는 듯한 생각이 들어 가만히 모은 내 두 손이 이유 없이 꼼지락거린다. (중략)
사랑에 대한 의문 반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 반으로 도착했던 처음과 달리, 정말 이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지금도 여전히 이곳의 풍경은 기묘하다. 운명처럼 이곳에 꽤 오랜 시간을 머물러야 한다면 새로운 땅에 대한 탐험과 배움이 먼저겠지만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는 떠나온 나의 집, 나의 가족, 나의 고국을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우리가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벌써 그리운 그곳을 더욱 사랑하기 위해서, 달로 떠난 그들이 우주 속에 있던 짧은 시간 동안 평생을 돌이켜도 끝나지 않을 감동적인 깨달음을 얻어온 것처럼, 그래서 나도 그곳을 떠나온 것이리라 믿기로 했다.---p.27,32

때때로 사람이 중요한지 고양이가 중요한지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사실 생각해보면 미국처럼 잘사는 나라의 이면에는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수많은 무등록 차량이 있고, 집이 없는 사람, 병에 걸리면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최하층민이 매우 많다. 동물을 위해 많은 자산을 기부해 최첨단의 동물 보호소를 만드는 미국이지만 반면 노숙자가 넘쳐나는 나라이기도 하다. 가끔은 무엇이 우선인가를 두고 나도 고민스럽다. 지구상에 굶어 죽고 있는 아이들이 1분당 몇 명이라든가, 보호자가 없는 노약자들을 위한 자선단체라든가, 반면 인간의 손에 학대당하고 버려지는 안타까운 동물들이 구출되자 얼마 안 되어 안락사를 당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들.---p.43

멀리 고즈넉한 달에는 ‘플라토(Plato)’, ‘코페르니쿠스(Copernicus)’,‘튀코(Tycho)’라는 익숙한 이름의 지명이 있다. 닿지 않던 땅에 붙인 이 친숙한 이름들 덕분에 무인의 황무지가 인간의 것이 된다. 모두 떠나온 자의 소행이다.---p.57

빈방에서 멍하니 창호지문을 바라본다. 문 밖은 따스한 초여름의 기운이 가득했다. 창호지문은 밝은 햇살 때문에 마치 등을 켜놓은 듯 훤하다. 가장자리는 은은하고 붉은 아지랑이가 아른거린다. 바람 때문인지 빈방을 채운 격자무늬의 그림자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살랑사랑 일렁였다. 내 눈가의 물기 때문인지 정말 그림자가 일렁이는지 알 수는 없었다. 문을 흘깃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불러보았다. “엄마…….” 나는 너무 절실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목소리가 낯설다. 또다시 불러본다. “엄마…….” 이번엔 조금 더 목소리에 힘을 준다. 의지와는 반대로 나는 점점 더 절실해져갔다.
“엄마!” 이제는 계속 부른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라고 불러본 지 너무 오래되어 입 밖으로 튀어 나오는 그 이름이 무척 낯설었다. 어색한 느낌을 잊어보려는 듯 나는 더 크게, 더 또렷하게 불러본다. 문 밖에 엄마가 있는 것처럼. 저 문을 열고 엄마가 “왜?”라고 대답할 것만 같아 나는 더욱 목청껏 불렀다. 메아리도 없이 아른거리는 옅은 바람 소리조차 들릴 듯한 초여름의 고요함이 나를 짓누른다. 그런 고요함이 싫었다.---p.71-72

사람들과 차들이 분주히 오가는 큰길과는 달리, 끝이 굽이쳐 가려진 골목. 도시의 골목이 생전 처음이었던 나에게 그곳은 세상의 전부였다. 언제나 등 돌린 듯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누군가의 어깨처럼, 집집마다 담벼락에 매달린 석류나 감들은 내 시선을 사로잡았고 동경을 품게 했다. 여름이 가까우면 골목에는 어김없이 짙은 보랏빛 라일락 향내가 진동했다. (중략) 긴 고생을 하고 탈 많았던 남편도 먼저 보낸 엄마가 중얼대던 말이 있다. “한때는 하루하루 어찌 살아야 하나 싶을 만큼 긴 것 같았는데, 지나보니 인생은 저 골목어귀 같더라. 멀리서 올 때는 너무 멀어 보였는데 어귀를 돌고 나니 골목은 금방 끝이더구나…….” 어른들이 말하는 인생을 알기에 나는 너무나 모자란 나이였다. 하지만 엄마의 담담한 말은 이제는 떠난 지 오래되어 잘 기억나지도 않는 그 어린 시절의 골목과 아련히 겹치며 눈물 나게 했다.---p.95-96

관찰을 통해 무언가 창의적인 성과를 생산했다면, 그림을 그리는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관찰 행위의 동기는 과학적인 호기심보다는 그저 사소한 생명들이 지닌 작고 섬세한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손으로 살짝만 눌러도 멍이 드는 하늘하늘한 자줏빛 모란꽃잎의 섬세한 아름다움이나, 하늘을 향해 비춰보면 작은 마을의 지도처럼 보이는 플라타너스의 잎맥이나, 우아하고 세련되게 고개를 숙이며 조형적인 선을 그리는 수선화의 긴 잎들이 나의 마음을 끌었다. 식물뿐 아니라 장독과 장독 사이에 섬세한 편물을 아슬아슬하게 짜놓은 거미들의 놀라운 능력이나, 때때로 무수히 마당에 날아들어 무언가를 쪼아대는 참새의 완벽한 듯 아름다운 호를 그리는 둥근 머리,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유리체 뒤로 섬세하게 움직이는 고양이의 황금빛 홍채, 보송보송 솜털구름보다 보드라운 병아리의 날개죽지 같은 게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고 신기했다. (중략)
생은 사소한 것으로 시작해 눈물겹게 아름답다가 이유 없이 지고 만다. 작은 씨앗에서 여린 잎들이 틔어나고, 한줌이 되지도 않는 벽돌 틈 사이에 피어난 화사한 민들레로, 꽉 쥐지도 못하는 한 손 위의 여린 병아리의 노오란 몸짓으로, 다음엔 골목을 가득 메운 아이들의 발갛게 달아오른 뺨으로, 활짝 핀 지천의 붉은 철쭉으로, 대낮에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들러붙은 한 쌍의 개로, 또 술에 전 아버지의 흐린 눈빛으로, 옆집의 석류나무 끝에 살짝 걸린 노을빛으로, 천 년을 지켰다는 계림의 숲으로, 바람에 날리는 해파리 같은 홀씨의 너울거림으로…… 모든 생은 존재했다. (중략)
엄마는 많은 말도 없이 비싼 비료도 없이 자녀도 화초도, 내가 안고 온 그 수많은 동물들도 평온하게 그 생을 살게 했다. 내가 아는 생은 하나의 존재가 아니었다. 하나의 주체가 아니었다. 수많은 벽돌이 쌓여 교회가 지어지듯, 나를 스쳐간 수많은 생명들이 존재했었고 존재하고 있으며 존재할 것이다.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잊혀지지 않기를 오늘 하루도 기도한다. 한 포기의 풀도 저 자신을 위한다는 경전의 말처럼 한 포기의 풀도 저 자신만을 위한 생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p.111-116

그 어떤 시간이든, 그 어떤 노력이든 흔적은 남는다. 그 흔적으로 인해 아프다 해도, 또 웃는다 해도 결국 식물처럼 서서히 자라나리라. 우리의 모든 경험과 지식은 그렇게 삶이라는 나무의 가지가 되어 세상을 향해 팔을 벌린다.---p.217

나나와 1미터쯤 떨어져 거실 바닥에 누웠다. 나나의 투명한 눈이 나를 지긋이 응시한다. 가족들은 모두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다. 강아지들도 제자리를 찾아 사라진다. 적막 같은 거실 위에 나나와 내가 서로 바라보고 있다. 나나의 깊고 커다란 눈동자가 나를 홀린다.
우주같이 적막하다. 나는 홀로 궤도에서 이탈한 우주인같이 고독했다. 손가락 하나 쳐들기 힘들게 피곤했다. 서너 시간 후면 나는 다시 출근해야 한다. 침대에서 자야 하지만 거실 바닥에 뉘인 내 몸은 바닥 속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다. 내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마치 원시의 소리처럼 고요히 들린다. 블랙홀 같은 어둠이 나를 삼킨다. 저 멀리 별빛 같은 나나의 눈동자가 창백하게 빛난다. 암흑이다.---p.236

무수히 많은 지구상의 아름다운 존재들은 우리들의 뒤에 있다. 그리고 나, 우리는 결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할 것이다.“You don’t own me!”---p.262

‘너를 보면 아프고 지친 내가 떠올라. 그래서 좀 더 좋은 인간이고 싶어. 너와 함께라면…….’---p.277

순한 성격도 그렇고 두개골이 골절되었던 사연도 그렇고, 언제나 고개를 조금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가, 인간세계가 이해가 되지 않는 프랑켄슈타인의 어눌하지만 귀여운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걱정하던 바와 달리 시간이 지나자 랑켄은 나름대로 익숙해졌는지, 여전히 머리는 조금 엉뚱한 방향으로 들이대긴 해도 크게 곤혹스러울 정도는 아닐 만큼 적응해갔다. 작업실을 옮기며 나에게 잠시 랑켄을 부탁한 친구는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랑켄은 나나의 동생이 되었다. 항상 사람만 바라보는 나나에 비해 랑켄은 혼자 사색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과연 그 작은 뇌 속에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서늘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 긴 사색에 잠긴다. 랑켄은 랑켄에게 일어난 일이 어떤 것인지, 자기의 세계가 왜 20도쯤 기울어 있는지 평생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랑켄은 고양이니까.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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