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돈을 은행에 가져가면 바보라고 한다. 더구나 이 나라에서는 최저 이자밖에 붙지 않는다. 저축액에 100퍼센트의 이자가 붙는 바나나 공화국의 은행을 상상해 보자. 1유로를 넣어 두면 1년 뒤에는 2유로가 된다. 누군가 이 규정을 이용해 돈을 불리려는 똑똑한 생각을 해내고 반년이 지난 뒤 예금한 금액을 이자와 함께 찾는다. 1유로를 넣어 두었다면 1.5유로를 받게 된다. 이 돈을 받아 즉시 다시 예금한다. 다시 6개월이 지난 뒤 찾으면 1.5배, 즉 2.25유로로 불어나 있다. 만약 돈을 찾는 횟수를 늘려 3개월마다 한 번씩 돈을 찾아서 다시 예금할 경우, 1유로가 일 년 뒤에는 1.25×1.25×1.25×1.25=2.44유로로 상당히 많이 불어난다. 그렇다면 매일, 아니면 매 시간, 매 분, 매 초마다 돈을 찾았다가 다시 예금하면 돈이 더 불어나지 않을까?
미안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돈을 불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넘어설 수 없는 수 2.7182…, 그 유명한 오일러의 수 e다.
---pp.209~210
수 신비주의 사건은 요즘에도 일어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싫어하는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빌 게이츠를 666의 존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빌 게이츠의 이름을 ‘B. & GATES’ 라고 ‘바르게’ 쓰고 그 값을 ASCII 코드(!)로 계산하면 된다.
다른 방법도 있다.* 빌 게이츠의 완전한 이름이 ‘윌리엄 헨리 게이츠 3세’이니까 ‘BILL GATES 3’으로도 맞춰볼 수 있다. 역시 같은 결과가 나온다.
물론 명백한 편법이다. 우선 3은 ASCII 코드로는 3이 아니라 51이다. 그리고 성과 이름 사이의 자간(ASCII 코드 32)도 고려하지 않았다. 바르게 이름을 썼더라면 빌 게이츠의 ‘악마적’ 가면을 벗길 수 없었을 테니까…….
---p.342
140킬로미터의 거리를 가정하자. 베를린에서 코트부스까지 가는 정도의 거리다. 140킬로미터는 140×1000×100, 즉 1,400만 센티미터다. 이 1,400만 센티미터 중 다른 사람이 골라놓은 1센티미터를 알아맞힐 확률이 로또 일등에 당첨될 확률이다. 친구에게 1센티미터 두께의 봉 하나를 고속도로 변에 세워 놓아 달라고 하고 눈을 가린 채(물론 조수석에 앉아서) 140킬로미터를 가다가 동전을 던져 이 봉을 맞히면 확률적으로는 로또 당첨이 되는 셈이다(여섯 개의 번호를 맞히고 보너스 번호 하나를 더 맞히는 경우 거리를 1,400킬로미터로 연장해야 한다. 이것은 베를린에서 로마까지 가는 거리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러나 매주 주말이면 로또는 불티나게 팔린다. 위의 예에 빗대자면 140킬로미터의 고속도로 구간에 수 주 동안 정체가 끊이지 않는 것과 같다.* 이 많은 자동차에서 모두 동전을 던진다면 언젠가는 봉을 맞히는 사람도 나타날 것이다.
---pp.377~378
언뜻 보면 집합론에는 그다지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인다. 그저 당장 관심 있는 어떤 대상을 새로운 대상으로 묶는 것 정도다. …… 러셀의 논거는 이미 고대 그리스인들도 알고 있던 논리적 역설에 기초한다. 어떤 명제가 명제 자신에게도 유효하면 이 명제의 논리는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다. 이 역설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것이 스스로 면도를 하지 않는, 그러나 모든 이의 면도를 해주는 이발사 이야기다. 이 이발사 자신은 어떤가? 그는 스스로 면도를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고객이면서 스스로 면도를 하는 사람이 된다.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그 역의 경우에도 이발사는 스스로 면도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자신도 고객집합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이 이야기는 맘대로 뒤집었다 엎었다 할 수 있다. 논리정연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pp.49~50
어린 딸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부서져라 두드리며 놀고 있다. 한 달이고 열흘이고 계속 이렇게 놔둔다면 언젠가는 의미 있는 단어 하나 정도는 모니터에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딸이 벌써 글씨를 쓸 줄 아는 신동일까? 이 문제는 거의 철학에 가까운 문제로, 확률론 초기에는 수학자들의 토론에서 뜨거운 감자와 같은 존재였다. 그 당시에는 아직 컴퓨터가 없었으므로 타자기 앞의 원숭이를 상정했다. 원숭이에게 충분한 시간만 준다면 활자로 출간된 어떤 작품이건 언젠가는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입증할 수 있다. 보다 큰 확률을 가진 것이면 실험을 계속할 경우 언젠가는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은 언젠가는 사실로 나타난다.
---p.58
다른 위대한 학자들의 경우처럼 가우스에 대해서도 수많은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가끔 그 진실성이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화는 큰 의미를 지닌다. 다음은 그 중 가장 유명한 일화다(한번쯤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우스가 학교에 들어간 지 몇 달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습을 시키기 위해 문제를 하나 냈다. 1+2+…+100은 얼마인가 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가우스가 손을 들고 정답은 5050이라고 말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번거롭게 1+2+y+100을 계산한 것이 아니라 합해야 할 수를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능숙하게 요약했기 때문이었다.
1+2+…+100=(1+100)+(2+99)+…+(50+51)
이 계산법의 장점은 모든 괄호의 합이 101이라는 데 있다. 즉, 더해야 할 수 50과 101을 곱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50×101=5050이다. 수학의 다른 분야에서든‘실생활’에서든, 문제를 쉽게 풀려면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는 일화다.
---p.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