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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날

꽃비 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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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76g | 140*210*20mm
ISBN13 9788993694529
ISBN10 899369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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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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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붓길 따라
오솔길 접어드니
동학사 계곡 꽃잎들
세월 가듯 흐르는데

산자락 고이 펼쳐
나비 떼 너울너울
절간 귀퉁이엔 금사초롱
호젓이 피어있네
봄바람은 벚꽃 잎들을 날려 보내고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품바 꾼들
얼굴에 색색으로 그려진 익살스러운 모습과
헝겊으로 꿰매어 입은 복장
재담과 춤사위가 흥겹다

어깨에 엿가락 둘러메고
가위 소리 요란하다
어린 시절 빈 병과 맞바꾸어
몰래 먹던 달콤하던 맛

친구들과 옛이야기 꽃피울 때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위로
벚꽃이 하나둘 떨어질 때
세월의 덧없음을 아쉬워하며
꽃비 내린 길을 걸어본다 ---「벚꽃 축제」중에서

지팡이에 맡긴 몸
손지갑도 힘에 겨워
걸음걸음 가쁜 숨 몰아쉬던 어머니

아산 스파비스 온천물
가벼운 물살에도
힘겨워하시던 어머니

머리카락은 세월의 흔적만큼 빠지고
깃털처럼 가벼워진 어깨

바위에 새겨진 글처럼
마음에 남겨진 미소

차창 밖으로
마른 잎 같은 손
보이지 않을 때까지
흔들어 주시던 어머니

사시던 웅비 아파트는
텅 비어 있지만
간절한 그리움으로
닳고 닳은 성경책만 남아 있네 ---「어머니의 흔적」중에서

꽃비 흩날리는 봄날
과천 대공원 길을 걷는다
가슴이 꽃물에 흠뻑 젖는다

웨딩마치에 맞추어
레드카펫을 걸어가던 날
그때에도
내 머리 위에 꽃비가 내렸었지

말그레한 은빛 나비들이
선녀의 옷자락처럼
나풀나풀 떨어지는 봄날의 환희

직박구리 새떼들도
신바람 입에 물고
벚나무 그늘 속을 휙휙 날아든다

향기 품은 벚꽃 길을
나는 그날의 신부처럼 걷고 있다
---「꽃비 내리는 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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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 시인의 시가 여행시로 말미암아 산문적 특성이 두드러진 시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전경옥 시인은 다양한 시의 양식을 실험하고 있는 도전의 시인이다. 특별히 시인은 일관성 있는 서술보다는 비약을 통해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끌어 들임으로서 독자들 시선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는 이국적인 신선함을 잘 소화해 내어 자신의 독특한 시형을 만들어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비약적인 전개는 시인이 언어가 갖고 있는 음의 고저를 잘 살려냄으로 한층 긴장감 있는 구조적인 틀을 만들어 내고 있기에 시는 탄탄한 기반 위에 서 있다 할 것이다.
또한 눈여겨 볼 것은 시인의 시는 삶과 매우 밀접한 실재적인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인의 삶이 곧바로 시로서 재탄생 되어지는 진실성의 문학으로 읽혀질 수 있다. 단지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으로, 그럴듯한 말장난으로 헛시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참으로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느끼고 체험하고 본 것을 시인의 언어로 조탁해 내고 있기에 어쩌면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시인의 시는 그래서 더욱 값지고 놀랄 만큼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이철호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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