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은 1970년대 이후 고도성장을 이룩해왔으며 세계시장에서도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한국기업들의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했던 데는 정부 지원정책의 효과적인 추진,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 인적 자원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선진기업을 따라 잡으려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추격 전략도 주효했다. 경영 전략 연구 분야에서 선발기업에 대한 연구는 많다. 반면 정작 후발기업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후발기업의 전략에 관한 연구는 아직 양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체계화된 이론이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연구들이 선발기업 혹은 후발기업들의 장점 또는 단점을 나열하고 설명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본 장에서는 후발기업 추격catch-up의 성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폭넓게 검토하여 기술력 향상뿐만 아니라 리더십, 경영 전략, 외부환경, 정부정책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추격 전략 2.0’ 모델을 제시한다. --- pp.15~16

삼성전자의 성공 요인으로 ‘스피드 경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치밀한 사전 준비와 함께 중요시하는 요소가 바로 ‘스피드 경영’이다. 이러한 스피드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는 수직 계열화와 이에 기반을 둔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 능력이 대표적이다. 흔히 전자 분야에서 애플과 삼성은 위탁 생산과 부품의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라는 대조적 생산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대비된다. 애플의 생산 전략은 100% 위탁 생산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설계와 디자인만을 할 뿐이다. 이런 방법은 생산량 조절이 쉽고 위험 분산 및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생산의 전략적 통제력이 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주요 생산과 부품을 수직계열화했으며 이에 기반을 두어 ‘글로벌 스피드 SCM’을 구축하는 길로 나아갔다.
삼성전자 경영 방식의 특징을 표현하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삼성전자 자신들은 창조경영, 소프트 경영, 스피드 경영, 인재 경영, 디자인 경영, 감성 마케팅 등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특히 스마트폰 추격 성공으로 삼성전자 경영과 생산체제의 특징으로 효과적인 공급망 관리와 공급망 관리의 기반인 부품의 수직계열화 경쟁력이 크게 부각되었다. 공급망 관리 혁신 경쟁력이야말로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이다. --- p. 98

삼성전자는 다각화 전략으로 누적판매량을 높여 2011년 4분기에 부동의 1위일 것 같았던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역전하며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업계 1위에 빛나는 애플을 역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했다. 삼성은 현지화와 가격전략을 이용했다. 현지 사정에 맞도록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집중했으며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는 중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표면적으로 삼성이 애플을 이긴 듯 보이지만 오직 판매량에 한정된 결과이다. 이익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 삼성은 애플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2012년 4분기 기준으로 애플은 130억 7,800만 달러(약 14조 2,158억 원)이며 삼성전자 IM 부문은 5조 4,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 p. 119

현대자동차가 신차에 대해 10년간 또는 10만 마일에 거쳐 고장 난 엔진과 관련 부품들을 무료로 교체해주는 파격적인 서비스 정책을 도입한 것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자동차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다. 또한 패키지 판매 전략은 일본 자동차에 비해 저가?저품질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혁신적 마케팅 전략들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1998년 9만 대에 불과하던 판매량은 1999년에는 16만 대, 2000년에는 24만 대, 2002년에는 38만 대로 증가했고 시장점유율은 1998년 0.6%에서 2002년 2.2%로 대폭 상승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되면서 두 개의 브랜드를 통해 시장을 차별화하는 전략도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즉 현대자동차는 고소득층과 중산층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기아자동차는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 p. 196

추격 전략 2.0 모델은 후발기업이 선발기업을 성공적으로 추격하려면 그에 필요한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신속히 학습해 새로운 경쟁우위를 개발해야 하고 그 과정은 경영진의 리더십, 기술 변화 및 시장 트렌드, 그리고 자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의해 가속화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상세히 살펴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글로벌화 과정은 이 두 기업이 이러한 조건들을 잘 충족시키면서 발전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두 기업이 초기에 기술 역량을 축적하고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데는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한국정부의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한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성공 요인을 역사적으로 비교해보면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지만 동시에 기업과 소속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여러 가지 차이점도 나타난다. 이는 비록 추격 모델의 기본적 원칙들은 여러 산업에 공통으로 적용되지만 실제로 후발기업이 선발기업을 추격하는 구체적 과정은 여러 가지 내외적 요인들로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 pp.233~234

이들 기업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적 경영이 과감히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아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자동차와 현대자동차는 모두 창업과 거의 동시에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모험 정신을 발휘했고 글로벌화 과정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 또는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도전정신을 보여주었다. 만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경영진이 이처럼 투철한 기업가정신을 가지지 않았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우월한 기술과 제품을 가지고 있었던 선발기업들을 짧은 기간에 추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현재와 같이 기술 변화가 빠른 초경쟁 시대에 그러한 기업가정신이 더욱 요구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B>어떻게 후발주자가 1등을 따라잡을 것인가?<br/>디지털 혁명 시대에 추격 전략 2.0이 필요하다!<br/></b><br/>미국이나 유럽 등 많은 서구기업들은 발명, 발견, 기초 연구개발 등을 통해 특정 산업을 개척한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기업들은 역사적으로 산업화를 늦게 시작함으로써 대부분의 산업에서 선발기업의 지위를 누리기보다는 후발기업으로 경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격이란 후발자와 선발자 간의 기술 능력 및 시장점유율 등의 격차가 좁혀지는 과정을 가리킨다. 한국적 경영의 대표주자인 삼성이나 현대가 후발주자로 출발해서 앞선 선두기업들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다가 마침내 앞지르고 1위 기업이 되었다. <br/><br/>그럼 지금과 같은 새로운 혁신적 기술의 출현이나 급격한 소비자 기호의 변화 시대에는 추격 전략은 통할까? 이 책은 여전히 통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급변하는 환경은 후발주자가 성공적으로 선발주자를 추격할 가능성을 더 크게 한다고 주장한다. 후발기업의 추격이 성공할지의 여부는 역량개발이나 리더십 등과 같은 내부적인 요인들뿐만 아니라 기술 변화나 시장 트렌드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서도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 새로운 혁신적 기술의 출현이나 급격한 소비자 기호의 변화가 선두기업의 기술이나 마케팅 능력을 진부화시킨다면 후발주자가 성공적으로 선발주자를 추격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디지털 혁명 시대에 추격 전략 2.0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