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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그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

소리와 그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

: 티베트어 수업이 들려준 삶과 죽음의 끝없는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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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치유 에세이 top100 2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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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502g | 145*201*30mm
ISBN13 9788958205920
ISBN10 89582059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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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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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 나를 알아주는 것인가? 소유와 물질을 과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뜨거운 피인가? 큰소리로 지식을 파는 것인가? 그런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살아 있다는 것의 본질을 ‘소리’와 ‘냄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움직이고〔動〕, 움직이기 때문에 소리〔聲〕를 내고, 소리를 내기 때문에 냄새〔?〕를 발산하고 그리고 타자를 만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소리와 냄새를 가지고 말이다.
3년 전, 티베트에서 기운이 없는 노을을 바라보는데 머릿속에서 뭔가 떠오르더니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누구신가요? 하고 물었다. 그 떠오른 무엇은 대답을 하지 않고 빙빙 돌더니 오히려 나에게 묻는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가득한가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티베트. 그건 아마도 티베트일 거예요. --- p.5

티베트로의 여행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시간이다. 깊은 골짜기에 숨어 있는 불교사원에 들어가면 더욱 그러하다. 하늘에 점처럼 박힌 사원 안에서 나는 돌담 밑으로 가앉는다. 고개를 올려 구름을 본다. 그럼 기분이 말랑해진다. 밤에는 별과 달을 번갈아 마신다. 기분은 낮보다 더 좋아진다. 그러다가 라면처럼 쪼글한 이마의 주름을 가진, 하지만 사슴의 미소를 지닌 라마승 할아버지가 붉은 치마를 살랑이며 다가와 내 옆에 앉으면 설렌다. 가만히 앉은 그에게서 어떤 소리와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할아버지가 나의 팔을 붙잡고 사원의 더욱 깊은 곳으로 데려가면 더욱 황홀할 일이다. 사원을 나와 초원이나 마을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목적 없이 바라본다. 조용히. 하루 종일.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다. --- p.8

저자: 이곳에서는 매일 소리내어 경전을 읽는데,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있나요?
쒀바(니종사원 책임자): 제가 생각하기에 수행의 처음이자 끝은 ‘소리내어’ 불경을 읽는 겁니다. 소리와 소음은 확연히 다릅니다. 소리는 따뜻하고 정(情)이 있지만 소음은 들을수록 불쾌하죠. 소음을 듣노라면 몸의 균형이 흩어집니다. 우리가 소리내어 경전을 읽는 이유입니다. 몸과 정신의 균형 찾기랄까요.

저자: 그럼, 이곳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소리내기(훈련)를 하나요?
쒀바: 그렇습니다. 영적인 길을 가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때때로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현상의 소리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자신의 목소리 상태가 어떤지를 우선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마다 목소리에는 저마다의 에너지가 있습니다. 갈라지는지, 울리는지, 퍼지는지, 부드러운지, 날카로운지… 저마다 다른 고유의 주파수가 있는 거죠. --- p.83

이제 다와는 걸을 때마다 호흡이 힘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원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지치고 피곤해서 주저앉아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날이 갈수록 견딜 만했다. 걸음걸이도 씩씩해지고 빠르지는 않지만 속도까지 낼 수 있었다. 목소리도 커졌다. 밥맛도 좋았다. 책을 읽는 것은 요령이 생겼다. 읽다보면 저절로 쉬고 끊었다 가는 곳을 찾을 수 있었고 끝나는 곳을 알 수 있었다. 문장은 어디서 끊고 어디서 쉬었다 가라는 표시가 없었지만 다와는 읽다보면 스스로 호흡이 멈추어지는 곳, 이어지는 지점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입에는 따뜻한 침이 나왔다. 얼굴이 펴지고 어깨도 가볍고 미소가 저도 모르게 흘러 나왔다. 말도 많아졌다. 누굴 만나든 떠들고 싶어졌다. 얼굴이 말랑말랑해진 느낌이 들었다. 가슴의 답답함이 없어지고 목의 불편함도 사라졌다. 코와 입으로 들숨과 날숨을 할 적마다 배가 움직이고 가슴이 움직였다. 하지만 등에서는 무언가가 여전히 자라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곱사등이, 다와」중에서

털과 수염이 얼굴을 뒤덮어 양 볼이 보이지 않는 남자가 자신의 조랑말에게 다가가 뒷발을 들어 살펴보았다. 과연 굵은 가시가 박혀 있었다. 새끼 조랑말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말이네. 너의 이름은 뭐니?
다시마라예요.
어떻게 알았지? 발에 가시가 박혀 있는 것을.
들었어요. 새끼가 엄마에게 하는 말을요.
정말, 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혹시 우리 왕자님의 병도 고칠 수 있지 몰라? 그렇지?
그건 모르겠어요. 전 의사가 아니니까요.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소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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