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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19년 05월 01일 |
|---|---|
| 쪽수, 무게, 크기 | 464쪽 | 568g | 128*188*30mm |
| ISBN13 | 9788960497740 |
| ISBN10 | 8960497746 |
- 원제이동
-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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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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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제대로 된 의사는 없는가.”
“당신처럼 젊은 여자가 환자 마음을 알 리 없지.”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귀 아프게 들어왔다.
열심히 해 왔다고 생각했다. 밥 먹을 시간도 변변히 챙기지 못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뛰어다닌다. 드물게 찾아오는 휴일마저 친구가 불러내도 모두 거절하고, 체력 회복을 위해 내처 잠만 잔다. 요컨대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의료에 바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나처럼 그릇도 작은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책임이 너무 무겁다. 동기였던 여의사는 나보다 훨씬 유능했지만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었다. 같은 세대의 유능한 간호사들도 이직이나 결혼으로 차례차례 직장을 떠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나 같은 인간이 이곳에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건지. ---「dream」중에서
“그보다 아쓰코 당신은 내가 죽은 다음에는 어떡할 거야? 일을 찾을 가망은 있고?”
“있을 리가 없잖아. 자격증도 하나 없고, 속도위반 결혼으로 대학도 중퇴했고.”
나는 휴가의 손목을 내려놓은 뒤, 침대 반대편으로 가서 링거액이 떨어지는 속도를 점검하는 척하며 부부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럼 어쩔 셈이야.”
“당분간은 사망보험금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그다음엔?”
“몰라.” ??
“당신도 무슨 일을 하든 하루빨리 시작하는 게 좋아.”
“그렇겠지. 난 아직 서른다섯 살이고, 이래 봬도 아직 꽤??”
아내의 말이 도중에 끊겼다.
신경이 쓰여서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더니, 그녀는 무언가 생각에 빠진 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여러 가지로 준비를 해야겠네.”
아내가 그렇게 말하며 소리 죽여 웃는 듯이 보였던 것은, 내 착각일까. ---「family」중에서
“루미코는 시기와 질투를 받는 거야.”
가오리 선배는 잠깐 틈을 두었다가 말을 이어 갔다.
“루미코를 주치의로 해 달라고 부탁하는 환자가 늘었거든.”
“나는 딱히 질투한 적 없어.”
이번에는 부장이 발끈해서 말했지만 가오리 선배는 천연덕스럽게 무시했다. ---「marriage」중에서
“역시 여자는 무섭습니다. 믿을 수가 없어요.”
저도 일단은 여자입니다만, 하고 목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남자끼리의 우정뿐입니다.”
“??글쎄요. 여자든 남자든,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그렇게 응수하며 야에가시의 허벅지 안쪽에 백신주사를 놓았다.
“아얏. 선생님, 오늘따라 왠지 손길이 상당히 거치신데요.”
“그럴 리가요. 기분 탓입니다.” ---「friend」중에서
“이와시??”
그에게 말을 걸려다가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이와시미즈의 옆에 마슈코가 서 있었다. 워낙 체구가 작다 보니 그의 몸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얼굴로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허둥지둥 그 자리에서 떠났다.
잰걸음으로 걸으면서 눈으로 가장 빠른 줄을 훑었다.
왜 내가 도망가는 거지? ---「에필로그」중에서
농축된 것이 가장 진한 맛을 내듯, 시간이 한정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후회하는 것 그리고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와 동시에 이렇듯 극단적 상황이 필요할 만큼 앞만 보며 달려가는 인생은 멈춰 세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해 주는 장치가 되어 준다. ??
어쩌면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그들의 삶이 우리에게 건네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내 것이되 나 혼자의 것도 아닌 인생의 어느 순간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세심하게 바라보고,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자기 생각과 느낌도 정확하게 전한다. 그래야만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인생이란 어떤 선택을 했느냐보다는 어떤 태도로 살아왔느냐,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당신처럼 젊은 여자가 환자 마음을 알 리 없지.”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귀 아프게 들어왔다.
열심히 해 왔다고 생각했다. 밥 먹을 시간도 변변히 챙기지 못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뛰어다닌다. 드물게 찾아오는 휴일마저 친구가 불러내도 모두 거절하고, 체력 회복을 위해 내처 잠만 잔다. 요컨대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의료에 바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나처럼 그릇도 작은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책임이 너무 무겁다. 동기였던 여의사는 나보다 훨씬 유능했지만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었다. 같은 세대의 유능한 간호사들도 이직이나 결혼으로 차례차례 직장을 떠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나 같은 인간이 이곳에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건지. ---「dream」중에서
“그보다 아쓰코 당신은 내가 죽은 다음에는 어떡할 거야? 일을 찾을 가망은 있고?”
“있을 리가 없잖아. 자격증도 하나 없고, 속도위반 결혼으로 대학도 중퇴했고.”
나는 휴가의 손목을 내려놓은 뒤, 침대 반대편으로 가서 링거액이 떨어지는 속도를 점검하는 척하며 부부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럼 어쩔 셈이야.”
“당분간은 사망보험금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그다음엔?”
“몰라.” ??
“당신도 무슨 일을 하든 하루빨리 시작하는 게 좋아.”
“그렇겠지. 난 아직 서른다섯 살이고, 이래 봬도 아직 꽤??”
아내의 말이 도중에 끊겼다.
신경이 쓰여서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더니, 그녀는 무언가 생각에 빠진 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여러 가지로 준비를 해야겠네.”
아내가 그렇게 말하며 소리 죽여 웃는 듯이 보였던 것은, 내 착각일까. ---「family」중에서
“루미코는 시기와 질투를 받는 거야.”
가오리 선배는 잠깐 틈을 두었다가 말을 이어 갔다.
“루미코를 주치의로 해 달라고 부탁하는 환자가 늘었거든.”
“나는 딱히 질투한 적 없어.”
이번에는 부장이 발끈해서 말했지만 가오리 선배는 천연덕스럽게 무시했다. ---「marriage」중에서
“역시 여자는 무섭습니다. 믿을 수가 없어요.”
저도 일단은 여자입니다만, 하고 목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남자끼리의 우정뿐입니다.”
“??글쎄요. 여자든 남자든,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그렇게 응수하며 야에가시의 허벅지 안쪽에 백신주사를 놓았다.
“아얏. 선생님, 오늘따라 왠지 손길이 상당히 거치신데요.”
“그럴 리가요. 기분 탓입니다.” ---「friend」중에서
“이와시??”
그에게 말을 걸려다가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이와시미즈의 옆에 마슈코가 서 있었다. 워낙 체구가 작다 보니 그의 몸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얼굴로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허둥지둥 그 자리에서 떠났다.
잰걸음으로 걸으면서 눈으로 가장 빠른 줄을 훑었다.
왜 내가 도망가는 거지? ---「에필로그」중에서
농축된 것이 가장 진한 맛을 내듯, 시간이 한정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후회하는 것 그리고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와 동시에 이렇듯 극단적 상황이 필요할 만큼 앞만 보며 달려가는 인생은 멈춰 세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해 주는 장치가 되어 준다. ??
어쩌면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그들의 삶이 우리에게 건네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내 것이되 나 혼자의 것도 아닌 인생의 어느 순간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세심하게 바라보고,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자기 생각과 느낌도 정확하게 전한다. 그래야만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인생이란 어떤 선택을 했느냐보다는 어떤 태도로 살아왔느냐,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옮긴이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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