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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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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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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나는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습관대로 손목시계부터 차고 바지를 주워 입는다. 그러면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가씨 룸의 전구를 갈아주는 인생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개처럼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게릴라들을 생각하면 복된 삶 같은데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할리우드 스타를 생각하면 한심하게도 여겨졌다. 누구도 함부로 판단할 순 없는 거겠지, 생각하면서 목장갑과 드라이버를 챙겨 들고 주리의 룸으로 건너갔다. --- p.50~51

나는 담배를 피우며 곱창집 풍경을 멀거니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저들과 난 다른 인간인가, 잠시 생각해보았다. 만약 다르다면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저들도 행복이라든가 성공을 간절히 원할 텐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남을 때리거나 나이프를 들기도 하는가. 한 인간의 성격과 기질, 소속을 결정하는 건 무엇일까. 저쪽과 나 사이엔 4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가로놓여 있는데 양쪽을 구분해주는 건 그것뿐인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나 속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가 맨홀 구멍에 꽁초를 넣고 계단을 올라갔다. --- p.75

“글쎄, 나로선 뭐라 단정 짓기 어렵군. 단정 짓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특별한 걸로 바뀌게 되니까.” --- p.145

“보통 감수성이 아냐. 그 끔찍한 사진에서 엄마를 떠올리다니.” 김서희가 연거푸 감탄했고, “대단히 문학적이지.” 지미가 말을 받았다. 하지만,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수성이니 문학이니 그런 건 난 잘 모른다. 교수의 심사평도 어딘가 과장된 면이 있었다. 나는 상상력 같은 건 발휘하지 않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했을 뿐이다. 누군가는 록펠러의 딸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빌 게이츠의 아들로 태어난다. 누군가는 탤런트 김미숙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동두천 김미숙의 아들로 태어난다. 그런 것이다. 그 어찌할 수 없음을 문장과 문장 간의 결합으로 스케치했을 따름인데 그 대가로 백화점 상품권을 받아서 이렇게 친구들과 샤부샤부를 먹고 있다, 그 정도의 이벤트였다. 문학까진 아니라고 생각한다. 냄비의 국물이 졸아 있어서 나는 식당 점원에게 여기 육수 좀 더 부어달라고 말했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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