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여기가 어디야? 놀이동산인 거야, 텔레비전 속인 거야? 영화 촬영장을 놀이동산처럼 만들어 놓았다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텔레비전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놀이기구와 연결되어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그리스 신전 세트에는 [예능의 신]이란 프로그램 제목이 붙어 있고, 낡은 학교 건물 위엔 [진실의 사물함 23번]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숲이 무성한 곳에는 [열정의 숲]이란 이름이 걸려 있고, 미로 같은 방 위에는 [이슈 게임]이라고 적혀 있었다. 가장 멀리 보이는 [목격자와 목소리]란 건물에는 커다란 눈이 그려져 있다. --- p.14
“피디란 말야, ‘프로듀서’ 또는 ‘프로그램 디렉터’의 줄임말이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구성해서 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만드는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이지. 참, 기획이란 말은 아니? 프로그램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거야. (…) 난 조연출이야. 피디를 ‘연출’이라고도 하는데, ‘조연출’은 피디가 전체 프로그램을 지휘할 수 있도록 대부분을 함께하면서 돕는 사람이지. 피디가 되려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단계가 조연출이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연출을 도우며 배우고, 자신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맞는지 탐색을 하기도 하지.” --- p.24
“드라마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매력적인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능력 아닐까? 먼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할 것인지 정해. (…) 주제를 정했다면 어떤 인물을 등장시키고 어떤 사건으로 이야기를 전개할지 정해야 돼. 스토리텔링을 잘해야 하는 거지. 스토리텔링은 드라마뿐 아니라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적용돼. 각 프로그램의 특성에 맞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중요하거든. 그래서 방송을 하는 모든 이들이 스토리텔링을 고민하지.” --- p.41
“방송미술에는 세트 디자인, 의상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소도구 담당, 분장 담당 등 다양한 분야가 있고, 각 분야마다 전문 인력들이 있어. 나는 이분들에게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방향을 알리고 지휘하는 역할을 하지. 먼저 방송 프로그램이 정해지면 제작 초기에 연출자와 만나서 협의를 한단다. 프로그램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하고, 주인공들의 특성에 맞는 머리 모양과 옷차림도 제안하지. 연출자와 협의가 다 끝나면, 미술팀 전체에게 통일된 방향을 제시해.” --- p.80~81
“방송은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해. 아무리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함께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이끌지 못한다면 그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기 쉽지 않지. 출연하지 않겠다는 출연자를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하고, 생각이 다른 스태프를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해. 그러기 위해선 평소에 함께하는 사람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잘 맺어야 하겠지?” --- p.86~88
“방송을 하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거겠지만, 원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잘 담아내기 위해서는 열정과 끈기가 있어야 해. 새로운 장면을 나만의 방식으로 아름답게 찍어 내겠다는 도전 의식도 필요하지. (…) 인간의 삶을 담는 휴먼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의 실제 생활을 찍기 위해서는 피디와 촬영감독이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야 해. 한 유명한 피디는 창의성은 일을 시작하는 최고의 출발점이지만, 일을 부끄럽지 않게 완성하는 최강의 무기는 열정이라고 했어. 그리고 끈기와 책임감이 열정의 다른 이름이라고도 말이야.” --- p.1112~114
“방송 내용뿐 아니라 방송 환경에도 유행이 있단다. 요즘은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방송처럼 새로운 형태의 방송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 예전에는 굵직한 방송사에서만 방송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개인이 제작자나 출연자가 돼서 다양한 주제로 방송을 하고 있지. 1인 방송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유튜브나 아프리카 TV를 통해 접해 본 적이 있을 거야. (…) 기술의 변화도 잘 읽어야 해. 아주 예전에는 텔레비전이 흑백이었단다. 흑백 텔레비전에서 컬러 텔레비전으로, 다음엔 고화질의 HD 텔레비전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UHD(울트라HD), 즉 초고화질 텔레비전이 등장한 거야.” --- p.133~134
“뉴스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뀔 수 있을 정도로 방송의 힘은 막강해. 힘 있는 자들의 유혹과 위협에 넘어가 진실에 눈감게 되면 기자는 생명을 잃는 거지. 때로는 힘센 자들이 괴롭힐 수도 있어. 그래도 진실의 힘을 믿고 눈을 부릅뜨고 취재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나갈 수 있어.” --- p.158~159
기관사 할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좋은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선물에 힌트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많이 읽는 게 도움이 될 거야. 잘나가 작가님이 준 ‘펜’으로 뭐든지 메모하고 써 보는 연습도 해야겠어. ‘운동화’를 신고 궁금한 곳도 직접 찾아가 보고, 사람들과 인연의 ‘끈’도 많이 만들어야지. ‘손전등’으로 세상과 사회를 잘 비춰서 들여다보고, ‘시계’를 자주자주 확인하며 나만의 열정적인 시간을 쌓아 가야지. 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 보는 거야.
--- p.177~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