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제의 뒤틀린 우선순위
자본주의는 전 세계를 점점 더 끔찍하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해마다 암울한 통계를 발표한다. 지구 어디선가 영양실조나 관련 질병으로 해마다 죽는 5세 미만 어린이가 약 6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 600만 명은 현대사에서 상징적인 수치다. 제2차세계대전 때 나치에게 학살당한 유대인의 숫자이기 때문이다. 굶주림 때문에 전 세계 어린이가 해마다 홀로코스트를 겪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재앙에도 세계 각국 정부들은 대책을 취하지 않고 있다. … 전 세계 각국 정부가 해마다 군사력에 쓰는 돈은 1조 달러를 훌쩍 넘는다. …
2008년 말 세계 금융 시스템은 거의 붕괴하다시피 했다. 부시 정부뿐 아니라 오바마 정부도 국민의 세금으로 은행가들을 살리려고 신속하게 행동했다. … 7000억 달러짜리 구제금융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였다.
2009년 가을 학기 초에는 애리조나의 공립학교 교사들이 해고되면서 학급당 학생 수가 50명까지 치솟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고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보통 42.5명에 이른다.
2009년 말 현재 “27개 주에서 저소득 아동과 가구의 의료보험 혜택이 축소됐고, 25개 주에서 유아?초등 교육과 그 밖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삭감되고 있으며, 34개 주에서 주립대학 지원이 줄었고, 26개 주에서 공무원 채용이 동결됐고, 13개 주에서 공무원 해고 계획이 발표됐고, 22개 주에서 공무원 임금이 삭감됐다”. --- 본문 중에서

? 가난한 사람들의 재산을 훔쳐서 부자에게 주는 사회
단지 누구는 부유하고 누구는 가난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부유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 누군가가 굶주리기 때문에. 누군가가 집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전쟁의 참상을 겪기 때문에, 자연 환경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한 줌도 안 되는 소수가 부유한 것이다. …
호황의 단물은 모두 사회 상층의 극소수에게 돌아갔다. 경제학자 사에즈가 계산한 결과를 보면 2002~06년 노동계급의 임금은 기껏해야 그대로였지만, 가장 부유한 1퍼센트의 소득은 해마다 평균 11퍼센트씩 늘어났다. … 이것은 그야말로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자들의 부가 극소수 부자들에게 고스란히 재분배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월가를 구제해 준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다. --- 본문 중에서

? 소련이나 중국은 사회주의 사회인가?
핵심은 노동자들이 사회를 통제하느냐 아니냐다. 소련을 비롯해 ‘사회주의’의 보루라는 나라들에서 노동자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기는커녕 착취와 억압을 당했고 사회적?정치적 권력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다.
물론 소련에서는 국가가 생산을 소유했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누가 국가를 소유하느냐다. 모종의 기층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인민 대중이 ‘소유권’을 행사하는 사회가 아니라면, 그래서 소수의 특권층이 선의에서든 악의에서든 사회 운영 방식을 결정할 권한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사회주의의 기본 개념에 어긋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인간은 이기적이라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없는가?
이런 인간 본성론은 자본주의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타적 행동을 설명하지 못한다. 자본주의에서도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가 있고, 서로 사랑하며 보살펴 주는 가족이 있고,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기나 재난이 닥치면 이런 연대 정신이 그야말로 전 세계로 퍼지기도 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뉴올리언스가 쑥대밭이 됐을 때, 세계 도처에서 구호의 손길이 쇄도했고, 심지어 자국의 절박한 사정 때문에 미국의 원조가 시급한 나라들에서도 그랬다.
경쟁과 탐욕, 폭력 등을 낳는 물질적 환경을 제거하면, 인류는 항상 사랑과 친절, 연대, 희망 등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바탕으로 행동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 노동자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일상적 경험으로 판단하면, 다수 민중이 스스로 조직화해서 사회주의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 친기업, 전쟁 지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대부분의 시기에는 현 상태를 정당화하는 여러 생각들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람들은 투쟁 속에서 변하고 자신들의 힘을 확신한다.
사회의 이러저런 측면을 바꾸고자 하는 투쟁은 더 심각한 문제들을 제기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투쟁과 다른 투쟁들(그리고 체제 자체의 본질)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노동자들은 이런 투쟁을 조직하면서 자신들에게 사회를 운영할 능력이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 본문 중에서

? 왜 행동해야 하는가?
여러분이 1955년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 살던 로자 파크스이고 버스 좌석을 백인 남성에게 양보하라고 강요받았다면, 실용적 처신은 그냥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다. … 그러나 로자 파크스와 수많은 사람들이 비실용적이고 비현실적으로 행동에 나섰기 때문에 역사가 바뀌었다. 변화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첫걸음은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
우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 … 정치는 단지 정치인들이나 평론가들, 노동조합 지도자들이나 공민권 단체와 진보 단체의 우두머리들만 하는 일이 아니다. 정치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정치적 문제들에 어떻게 대답하고 그런 대답을 바탕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 왜 사회주의인가?
사회주의의 방정식에는 이윤이라는 변수가 빠진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사회의 자원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통제하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민주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 …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서 짓눌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해방시켜서, 각자 진정으로 원하는 일(의사든 과학자든 예술가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회주의 사회는 인류가 쌓아 온 기술과 지식을 이용해서 힘들고 보람 없는 일들을 줄일 것이고, 미처 줄이지 못한 일들은 공평하게 분담할 것이다. 최종 목표는 그런 일에서 모든 사람을 해방시켜서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고, 여가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서 누구나 경이로운 세계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1세기가 됐는데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삶은 더 절망적인 것이 됐고, 전쟁과 환경 재앙의 위협이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고 있다. 해마다 영양실조나 관련 질병으로 죽는 5세 미만 어린이가 약 600만 명이나 된다. 제2차세계대전 때 나치에게 학살당한 유대인이 600만 명이었으니 굶주림 때문에 전 세계 어린이가 해마다 홀로코스트를 겪는 셈이다. 특히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역이 됐다.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는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br/><br/>경제 위기에 따른 긴축 재정으로 연금이 줄어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리스의 한 약사가 국회 앞에서 머리에 총을 쏴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에서조차 빈곤과 가난이 평범한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빈곤선 이하 생활을 하는 미국인이 국민 7명 중 1명꼴인 3980만 명이나 되고, 뉴욕의 노숙자가 10만 명이나 된다. 굶주림을 해결하는 데 인색하기만 한 각국 정부는 은행을 살리는 데는 수천 억 달러를 쏟아붓는다. 해마다 군사비로 소모하는 돈이 무려 1조 달러를 넘는다. <br/><br/>상황이 이렇다 보니 2009년 여론조사에서 사회주의보다 자본주의가 나은 체제라고 답한 미국인이 절반을 겨우 넘었다. 30세 미만에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선호하는 비율이 각각 절반이었다. 이렇듯 1930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로 말미암아 오랫동안 확고했던 생각, 즉 자본주의가 아무리 결함이 많더라도 실행 가능한 유일한 체제라는 생각이 산산조각 나면서 다른 대안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확산됐다. 세계 자본주의의 보루 미국에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로 활동하고 있는 앨런 마스는 왜 자본주의 체제가 고장났고, 사회주의가 그 대안인지 그리고 어떻게 사회주의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후기 “유진 뎁스와 사회주의 사상”을 쓴 하워드 진은 소련이라는 가짜 사회주의가 제거된 덕분에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서 진정한 사회주의를 다시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겨났다고 강조한다.

사회주의는 불가능하고 허황된 꿈인가, 아니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안인가? 잘 모르겠다거나 좌파의 진짜 생각이 궁금하다면 마스의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마스는 현대 미국 좌파의 톰 페인이다.
마이크 데이비스 (『슬럼, 지구를 뒤덮다』저자)

사회과학 책자에는 관심이 없지만 새로운 전망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사회주의를 생생하고 능숙하게 설명해 주는 보기 드문 책이다
존 필저 (『미국의 이라크 전쟁』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