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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 시인은 청춘에 만들어진다

리뷰 총점8.5 리뷰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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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랑 에세이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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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88g | 130*210*20mm
ISBN13 9788997758043
ISBN10 8997758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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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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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눈사람의 죽음에서 인간 삶의 자연스러움과 당연함을 배운 것 같다. 눈사람은 햇살이 나면 자연스럽게 녹는데, 그것은 눈사람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운명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눈사람은 차에 치여 죽는다. 이 얼마나 슬프고 당혹스러운 일인가. 눈사람마저 차에 치여 죽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중략)
눈사람이 태어나지 않는 21세기. 인간을 복제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눈사람은 만들려고 하지 않는 21세기. 설혹 눈사람이 태어난다 하더라도 자동차에 치여 죽어버리는 그런 세기의 삶은 불행하다.

왜 나는 쩨쩨한 일에만 열받는가. 저 정치인과 재벌들 대신에, 정치인과 재벌들의 부패와 타락 대신에 2,500원짜리 짜장면의 양이 적다고 열받고, 치사하게 열받고, 중국집 하마 같은 주인놈한테 욕을 하고, 치사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을 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고, 미군 주둔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적십자 회비를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반장에게만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가.
(중략)
새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구름이 나무야 물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내게는 아주 먼 이야기처럼 생각되었던 사랑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내게 와서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습니다(말을 거는 것이 누구인지 나인지 당신인지 사랑이라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내게는 그런 운명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도둑처럼 내 안에 들어와서 나가지 않고 벌써 몇 달째 살림을 살고 있습니다. 듣던 음악도 그전에 듣던 음악이 아니고 바라보는 책상 모서리도 예전의 책상 모서리가 아닙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볼 때가 많습니다.

옆에서 보면 사랑은 다 그렇다. 측은하고 유치하고. 그러나 자신이 해보면 또 다 그렇다. 위대하고 결정적이고 운명적이고…. 사랑은 불연속적인 두 개체가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이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혼자 있는 것도 불가능하다. 심심하고, 외롭고, 허전하기 때문에. 그래서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하나로, 오락가락하다가, 그 힘든 시소놀이를 하다가, 사람은 죽는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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