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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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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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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50g | 120*188*20mm
ISBN13 9788950981464
ISBN10 895098146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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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노력이란 말은 굉장히 눈물겹거나 혹은 다소 우아하게 들린다. 하지만 본질은 조금 다르다. 보통은 죽을 만큼 힘들지도, 감상에 잠길 만큼 아름답지도 않다. 나는 내가 하는 노력들이 축축하게 젖은 구두를 신은 채 먼 길을 걷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에 텔레비전을 보는 대신 2시간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이 뭐가 그리 대단한가. 버틸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고시와 장사를 경험한 나는 버텨야 할 이유와 버틸 수 있는 기회가 인생에서 늘 갖춰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버틸 수 있으므로 버텨야 했고, 버팀으로써 조금씩 나아졌다.
--- p.14

시작하는 인연에는 3가지가 있다. 시작하는 줄도 모른 채 어느새 깊숙이 들어와버린 인연이 있고, 시작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끌려간 인연이 있다. 그리고 시작할 인연이 없었지만 작정하고 시작한 인연이 있다. 사람들은 늘 자신을 에워싼 세상이 톱니바퀴처럼 잘 들어맞아서 인생이 자연스럽게 잘 풀리기를 바란다. 시절 인연과 사람 인연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변덕스럽고 기다림은 긴데 귀한 삶은 너무도 짧다. 그렇기에 인연이 다가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을 때에도 먼저 운동화 끈부터 묶는 이들이 있다. 자연스레 시작하든, 어쩔 수 없이 시작하든, 작정하고 시작하든, 내딛고 나면 같은 시작임을 그들은 안다.
작정(作定)이란 지어서(作) 정한다(定)는 뜻이다. 가보고 싶은 길이 있다면 허락을 구하지 말고 성공을 셈하지 말고 그저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마음을 지어 정하기를. 운동화 끈을 묶는 일부터 출발할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아무 이유가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존재니까.
--- p.29

노력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임은 노력하기 힘들어진 뒤에야 깨닫는다. 흔하고 평범한 과거의 하루가 지금의 나에게는 특별한 시간이다. 마음먹고 내딛어야 하는 특별한 도전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도, 훗날의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는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오늘이, 아직 특별한 도전을 할 수 있는 ‘노력하기 좋은 날’일지도 모르겠다.
--- p.125

사람은 약하다. 열흘 동안 매일 한 걸음씩 전진하더라도 하루 만에 열 걸음을 후퇴할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은 나아질 수 있다. 한 번 연습하면 한 번 좋아지고 한 번 단련하면 한 번 강해진다. 비록 미약하고 보잘것없을지라도 어제보다 나아질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다. 그것이 분명한 까닭에 우리는 삶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노력할 가치가 있다.
--- p.160

우리는 존재로써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존재에 대한 인식을 통해 그 반작용으로써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다. 정의롭지 못한 일을 당하고 나서야 정의에 대해 생각하고, 기회를 잃은 다음에야 기회의 귀함을 알며, 젊음이 사라지고 난 후에야 젊음을 그리워한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건강의 체험은 건강하지 못한 체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하지 않음이 있고 난 다음에야 함이 있는 우리 모두는 어리석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미 가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아직 갖지 못한 것을 갈구하다가 갖고 있는 것이 없어진 뒤에야 후회하기 때문이다. 감사는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가장 넓은 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문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그 무엇이라도, 잃어버린 후에는 애타게 찾게 될 감사한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 p.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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