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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높은 나의 이마

맑고 높은 나의 이마

아침달 시집-01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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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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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96쪽 | 142g | 125*190*15mm
ISBN13 9791189467111
ISBN10 118946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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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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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나는 물의 파수꾼

운동화를 적시며 여름이 오고 있었다
우리들의 여름은 지킬 게 많았다
지킬 게 많다는 건 어길 게 많다는 것
계절은 지겹도록 오래될 텐데
우리들의 여름은 처음처럼 위험했다
---「파수」 중에서


어디로 가는지 몰라 생활은 아름다웠나 너의 아기와 나의 아기는
손 싸개를 버둥거리며 좌표를 찍어주었지만
한여름이 새해인 나라를 위해 나는 날마다 마음을 끊었다 물렸다
무른 젖을
---「연하」 중에서


원래부터 충고는 없었어
헬멧도 장갑도 없이

트랙을 도는 우리들

자라면서 깨지는
흉터도 있겠지
---「한여름의 아이스링크」 중에서


나의 전면은 늘 무언가의 직전
나의 직전은 늘 무언가의 전면인데

물에서 빛을 걸러내자
손바닥에서 칼이 자라났다
---「직전의 강변」 중에서


캠프파이어가 끝나도 불씨는 남아 뜨겁게 뒤척이겠지. 등을 모두 꺼버려 우리는 잘 수가 없겠지. 제발 저 호루라기 좀 빼앗아줘. 수학여행까지 따라온 이모가 창밖에서 손을 흔들겠지. 불국인데, 불국의 밤인데. 묻겠습니까. 묻어두겠습니다. 자비로운 부처님 코스프레. 아주 오래 뒤에 발견될 화인이겠지. 우리는 잘 모르는 곳이 아프겠지.
---「불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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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는 유니크한 시인이다. 그의 태생과 지향은 동시대적 흐름 너머에 있다. 그의 시에는 그 무엇으로도 포섭할 수 없고, 포착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그의 첫 시집 『맑고 높은 나의 이마』는 빛을 삼키는 빛의 시집이다. 때로 그의 시편들은 빛이 빠져나가는 한순간과 그 순간이 다른 빛으로 채워지는 기적 같은 찰나, 그 자체이기도 하다. 스스로 빛이 되기를 거부하면서, 손바닥에서 칼이 자라나도록, 스스로의 빛을 걸러내면서, 오롯이 빛이 현현하는 찰나-‘그 자체’이고자 하는 시. 이 무시무시한 불가능에 시인은 ‘전면과 직전’으로 대응한다. 현란하고도 부박한 시절, 촛불처럼 일렁거리지 않는 맑고 높은 직심(直心)의 시인. 김영미는 과연 유니크하다. 뇌리를 떠나지 않을 첫 시집을 친견하는 이 영광!
- 김언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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