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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야 하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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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488g | 135*200*22mm
ISBN13 9791196717308
ISBN10 119671730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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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를 죽이고 싶다―. 온몸의 혈관에 매혹적인 독소가 내달리기 시작한 듯, 몸도 마음도 그 욕망에 매였다. 지금이라면…… 이 욕망을 풀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더는 주저할 게 없다. 자신은 곧 죽는다. 경찰에 잡히는 것은 두렵지 않다. 와카쓰키학원 아이들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으나 욕망에 저항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곧 자신은 죽는다. 적어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내내 봉인해 왔던 욕망을 풀어버리고 싶었다.
--- p.51

사카키는 진찰실 밖 벤치에 앉아 불안하게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쓰러질 것 같은 남자를 부축했을 때 양복 위로는 가늠할 수 없었던 단단한 몸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고개를 든 남자의 표정은 너무나 초췌했다. 마치 이 세상은 끝났다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에 절로 웃고 말았다. 혹시 이 남자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망 선고를 받은 게 아닐까. 그렇다 하더라도 저런 절망적인 표정밖에 짓지 못하는 남자가 가련했다. 그저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음은 두려운 게 아니다. 자신은 눈앞에 죽음이 닥쳤기에,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였기에 비로소 이 세상의 진정한 기쁨과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 p.117

재미있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이룬 자신과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형사라. 이토록 재미있는 만남이 또 있을까. 사카키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이 눈으로 범인이 체포되는 것을 보고 싶어. 언젠가 사형대에 매달릴 그 녀석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그 형사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사형대에 매달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쯤 자신은 이미 죽어 버렸을 테니까. 아니, 그보다 자신은 체포되지 않는다. 절대 체포될 수 없다. 조금 전까지는 그토록 차분했는데 갑자기 욕망이 들끓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 p.261

집으로 돌아가 불단 앞에 누워 유미코에게 밤새도록 말을 걸었다. 자신이 틀린 걸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족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의 신뢰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만족스럽게 기능하지 못하는 몸속에서 형사로서의 후각은 확실하게 경보를 울리고 있었다. 그 녀석이 범인이라고―.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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