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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 1.5부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 1.5부

[ 초판종료 , 반양장 ] 블랙라벨클럽-0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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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26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640쪽 | 786g | 140*210*35mm
ISBN13 9788926726235
ISBN10 8926726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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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정신으로 지냈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마음 고통이 너무 커서 초연하지도 못했다. 길어야 며칠이었다. 일 초 일 초가 천금인데 그것이 지나가든 지나가지 않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찰나가 흐르고 또한 정해진 시간 앞에서 잘금잘금 살이 깎여 나갔다. 내가 무엇을 해야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녀를 신이라고 여긴 적 없기에 다시 한 번 인간으로 받아들였다. 몇 번의 고민을 거치자 곧게 서 있던 직선이 여기저기 깎여 인간 여자의 그림자로 화했다. 그러자 고통은 더욱 깊어졌다. 차라리 내 앞에 서서 변치 않을 기둥이라고 여기는 편이 훨씬 안정감을 주었다. 그것이 사람의 그림자로 변하면 매 순간 순간 몸 한 구석의 뼈가 부러져 나간다. 그는 도저히 그 그림자가 밤에 먹히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생이 온통 빛이었기에 그 그림자가 없어지면 제 삶 또한 밤이다.
그녀가 약점을 고해하는 것은 이와는 전혀 별개의 일이다.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녀는 동기의 우상을 지지하는 단 한 가지 지지대를 부러뜨렸다고 믿었겠지만, 그것은 기실 수만 개의 지지대 중 하나에 불과했다. 누이를 사람으로 받아들이라 했다. 사람을 한 가지 이유만으로 사랑할 수는 없다. 그는 그저 그 저묾이 고통스러웠다.
담대하게 있는 사람 앞에서 죄인이 되었다. 행여 바람이 해가 될까 두렵다. 무언가 분명히 있었고 무언가 분명히 지나갔는데 그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쩔 줄 모르겠다. 혼자 방황한다.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었다.

나는 괜찮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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