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음양을 생각하면 신체 표면에서는 일광이 닿는 등 쪽과 상반신은 양, 배 쪽과 하반신은 음이 된다. 내장에서는 속이 차있지 않은 위, 소장 등의 ‘부’는 양, 속이 차있는 간, 신 등의 ‘장’은 음이 된다. 또 인체의 기능적인 측면(신체를 움직이는 활동 에너지)은 양(또는 양기라고 한다), 물질적 측면(뼈, 혈액, 체액, 장부)은 음(또는 음분이라고 한다)이 된다. 체내의 음양의 균형이 무너지면 사람은 병에 걸리게 되고, 동시에 균형을 다시 맞추려는 힘(=자연치유력)도 작용하는데, 한의학적 치료의 기본은 바로 이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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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성질은 ‘불이 타고 있는 모양이며, 만물이 성장하는 시기로, 계절은 여름을 상징한다’라고 알려져 있다. ○오행색체표의 분류에서 ‘화’의 성질을 띠는 오장은 ‘심장’, 오부는 ‘소장’이다. ‘심장’에는 혈액을 순환시키는 작용과 정신활동을 관장하는 작용, ‘소장’에는 위(胃)에서 소화된 음식물을 한층 소화시켜 기와 혈의 원천이 되는 영양분과 잔여 가스 등으로 나누는 작용이 있다. ○영향을 받기 쉬운 계절은 ‘여름’이다. 여름은 더위에 의한 체온 상승과 발한에 의해 탈수 현상이 일어나는 등 심장에 부담을 주는 계절이다. 그리고 ‘심장’에 영향이 가면 혀가 빨개지고, 사소한 일에 땀을 흘리며 안색이 빨개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은 과도한 ‘기쁨’의 감정에 의해 탈이 나기 쉽다. ‘심장’을 오래 앓으면 ‘한숨’, ‘우울함’, ‘헛웃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을 보하는 식재료는 살구, 염교절임, 기장, 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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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경락을 돌며 몸속을 끊임없이 순환하고 인간의 생명활동을 지탱하는 에너지와 같은 작용을 한다. ‘혈’은 혈액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영양분 전체를 나타내며 ‘기’와 함께 몸속을 돌며 영양을 보내는 작용을 한다. ‘수(진액)’는 혈액 이외의 림프액이나 눈물, 땀, 점액, 소변 등의 수분을 말하며 몸속을 축여주는 작용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혈·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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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혈·수’의 ‘혈’은 기본적으로 혈액을 가리키는 데, 영양분 전체를 나타내기도 한다. ‘혈’은 음식물로부터 얻어진 수곡정미와 대기로부터 생성된 ‘종기(宗氣)’가 ‘영기(營氣)’와 ‘위기(衛氣)’로 나뉘어 그중 영기가 ‘혈’로 전화되어 생성된다. 이것은 체내 각 기관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자양하는 작용을 하기에 ‘영혈’이라고도 불린다. ‘혈’은 ‘기’와 관계가 깊은 데, ‘기’의 작용이 ‘혈’의 작용을 지탱해 준다고 봐도 좋다. 혈이 체외로 새어나가지 않고 전신을 순환하는 것도 ‘기’의 작용이 있어 가능하다. 또한 ‘혈’은 음양론에서는 음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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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을 관장하는 명문의 작용이 비정상적으로 항진되면 다몽, 불면, 정신불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발기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또 신장 그 자체의 염증성 질환인 경우는 급성 신염 등 고열과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신’의 음분이 부족하면 발열, 열오름증, 귀울림, 어지럼증, 허리와 무릎의 떨림, 불면, 식은땀, 목의 마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신의 양기’가 부족하면 몸이 냉해지며 임포텐츠, 불임, 빈뇨, 노화현상, 아이의 발육부전 등이 일어난다. 비뇨기계에는 하반신 냉증, 빈뇨, 야간 배뇨횟수 증가,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상과 같은 증상이 생겼을 때는 ‘신’의 ‘기’나 ‘수(진액)’를 보하는 치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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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을 종류에 따라 ‘내인(內因)’, ‘외인(外因)’, ‘불내외인(不內外因)’의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 ‘삼인설’이라고 하며 병인론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내인’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내적 요소로, 주로 정신면을 중시한다. 이것은 극심한 감정의 변화로 신체가 대응하지 못할 때 병에 걸린다는 생각이다. ‘희(喜)·노(怒)·우(憂)·비(悲)·사(思)·공(恐)·경(驚)’이라는 일곱 가지 감정변화를 ‘칠정’이라 부르는데, 칠정은 각각 특정 장과 관련이 있다. ‘희는 심’, ‘노는 간’, ‘우·비는 폐’, ‘사는 비’, ‘공·경은 신’에 병을 일으킨다. 예컨대 너무 기쁘면 기가 너무 느슨해져서 심에 무리를 주고 화를 심하게 내면 간을 병들게 한다고 해석한다. 또 거꾸로 ‘간’이 안 좋으면 화를 잘 내게 된다고도 한다. 이러한 내인에 의한 병을 ‘내상병(內傷病)’이라고 한다. ‘외인’은 신체 외부에서 들어오는 요인으로 주로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다. 이 기후변화에 신체가 대응하지 못할 때 병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풍(風)·한(寒)·서(暑)·습(濕)·조(燥)·화(火)’의 여섯 가지 기후변화를 ‘육음’이라고 한다. 현대는 기후뿐 아니라 지역과 거주환경 등도 포함될 것이다. 육음은 입·코·피부를 통해 침입하는데, 위기의 방어 기능이 정상이라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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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체형이 다르듯이 경혈의 위치도 미묘하게 다르다. 경혈의 위치는 어디까지나 어림이므로, 실제로 확인하면서 찾아야 한다. 정확한 경혈의 위치를 찾으려면 오랜 기간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초보자라 하더라도 비교적 간단히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경혈의 언저리를 손끝으로 눌렀을 때 가장 아픈 압통점이 경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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