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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기억

단정한 기억

[ 양장 ] 교유서가 산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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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1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516g | 140*210*22mm
ISBN13 9791190277068
ISBN10 1190277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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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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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존경에는 공포나 억압이 아닌 연민과 자랑이 담겨 있는 법이다.
--- 「아버지, 애잔하고도 깊은 이름」중에서

우리의 생의 가치는, 분주한 일상이나 만나는 사람들의 머릿수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추억 속에 살아 움직이는 ‘흔적’의 활력과 온기에서 입증된다. 그러나 추억이 아무에게나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 순간의 생을 가장 치열하게 살아간 이들에게만 남는 물방울의 ‘흔적’ 같은 것이니, 생의 추억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의욕적이고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일 것이다.
--- 「생은 다른 곳에」중에서

하지만 역설적인 것은, 막상 청춘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청춘인지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청춘은, 청춘을 지나버린 사람들의 생에서 발견되는 어떤 지나온 흔적과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청춘은, 젊은이들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현재적 생의 조건이 아니라, 청춘을 지난 사람들이 뒤늦게 발견하는 ‘기억’의 형식이라는 것이다.
--- 「청춘, 꿈을 꾸는 꿈」중에서

사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좋은 동시를 읽음으로써 천진한 어린이의 눈빛으로, 세상에서 가장 더운 심장으로, 그리고 삶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신뢰와 희망으로 사람과 사물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모두는 어린이이고, 어린이날은 그런 어린 시절을 순간적으로 탈환해주는 날이기도 하다.
--- 「우리 모두는 어린이」중에서

만약 우리에게 하나의 길만 주어지고 그저 우리는 그 길을 걷기만 하면 된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평화롭고 단조로울 것인가. 하지만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 속에서 특유의 긴장과 활력을 가지는 법이다. 그런데 ‘선택’이 다른 것들의 ‘배제’나 ‘포기’를 뜻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요한 고비마다 다른 것들을 배제하거나 포기하면서 ‘길’을 선택해간다. 하지만 그 선택에 자긍과 겸손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해도, 어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없을 것인가.
--- 「선택에 대한 긍정과 사랑」중에서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의 현재형을 충실하게 자각하는 데 있다. 그 자발적 고통을 일러 우리는 ‘자기 성찰’ 혹은 ‘세계 인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니 지혜와 지식이 근심을 점증(漸增)시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 「‘헛됨’의 편재성과 ‘창조자’에 대한 기억」중에서

결국 『진노의 잔』은 공의로우신 하나님께서 세상의 폭력에 대해 진노하신다는 것을, 그 폭력에 대해 눈감고 성전 안으로 유폐된 신앙에 대해 진노하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을 떠난 잔혹함, 교만함에 대해, 그리고 불경건에 대해 하나님은 진노하신다는 전언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진노의 잔』은 파시즘의 폭력에 맞선 ‘신앙적 저항’의 역사적 국면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증언이라 할 것이다.
--- 「파시즘의 폭력에 맞선 ‘신앙적 저항’」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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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화들짝 놀랐다. 비평가가 이렇게 재미있게 울림 깊게 쓰면 안 되는 거잖아! 2∼5부는 풍성한 어휘와 적확한 문장과 해박한 지식으로 수놓은 독서에세이. 다양한 텍스트와 시인들과 벌이는 단정한 연애담. 얼마든지 자전적인 글을 쓸 수도 있지만, 문학(특히 한국 시인과 시)에 평생 봉사하기로 맹약이라도 한 전사처럼, 뚜벅뚜벅 펼쳐온 ‘아득’한 ‘확장’의 외전. 소문난 모범비평가의 너무 공손한, 연민의 촉수가 몹시 발달한, 때로는 죽비 같은, 다정한 문학사랑담이 널리 빛나기를.
- 김종광 (소설가)
누구나 “참으로 분망한 시간을 이어왔다”라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기억에 대해 “큰 굴곡 없이 단정하고 가지런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랑할 것도 무람할 것도 없는 세월”에 대해 말하면서도 “나는 이제 천천히 돌아보며 가야겠다. 선생으로서, 지아비로서, 아비로서, ‘문학적’이 아닌 ‘인간적’인 자전을 조금은 덜 부끄럽게 쓰기 위해서”라는 오랜 다짐을 잊지 않고 있다.(「단정한 기억: 문학적 자전을 위하여」에서) 우리는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어쩌면 ‘문학적’인 것은 ‘인간적’인 자전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나아가 ‘인간적’인 자전은 ‘문학적’인 시간들의 역사라고 말이다.
- 이은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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