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시간에 쫓기고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하며 공부하는 사람은 얄팍하고 단기적인 공부에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게 돼 진정한 지식을 쌓을 시간과 여유를 만들지 못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다방면의 지식을 방대하게 습득해서 자유자재로 응용할 줄 알아, 노는 것 같으면서 높은 성적을 거두는 토털 인텔리와의 경쟁에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격차가 생겨난다. 그것이 싫다면 당장 지금까지의 공부법을 과감히 버리고 주저 없이 그물망 공부법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그동안 나는 여러 나라를 떠돌며 세 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첫째, 쉽게 조금 공부하고도 높은 성적을 거두고 남는 시간을 취미와 예술 감상, 자기계발 등에 사용해 평생을 유쾌하고 멋지게 사는 사람. 둘째, 공부에 치이고 찌들면서 간신히 높은 성적을 유지해 적성보다는 성적에 맞추어 괜찮은 직장에 취업해서 그럭저럭 잘 먹고 잘살기는 하지만 인생이 삭막하다며 불평하며 사는 사람. 셋째, 아예 공부를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날그날 닥치는 대로 살아 꿈은커녕 항상 내일이 불안한 사람. 나는 이런 유형의 차이가 내가 20년 후에 멋진 사람이 되겠다 등의 긴 시야를 가지고 공부하느냐, 아니면 다음 중간고사에서 10점을 높이겠다 등의 단기 목표에 맞춰서 공부하느냐에 따라 나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 구석구석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내가 방금 교과서에서 본 내용이나 수업에서 들은 내용과 관계가 깊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고, 내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지식들이 사실은 모두 하나로 이어져 세상사를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머릿속에 모인 지식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번쩍’ 하는 깨달음을 느낄 수 있고,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배움의 희열을 느끼게 된다. 이 희열이 바로 공부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에너지의 원천이며, 여기에 중독이 되면 누가 말려도 생활 속 모든 현상을 공부로 바꾸는 그물망 공부법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모범생 콤플렉스’를 과감히 내다 버리고 인텔리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말하는 모범생 콤플렉스란 도덕 교과서처럼 바르게 살고, 자세가 너무 바르고, 옷차림이 너무 단정하고, 말 그대로 한눈 한번 안 팔고 공부만 파고들어 규범의 테두리를 절대 넘지 않으며, 공부만 잘하는 재미없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유형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존중받는다. 나는 진짜로 공부를 즐기며 잘하면 인생을 알차고 멋지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의 청춘들에게 더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쓸데없는 지식이란 없다. 사소한 것도 잠깐 스치기만 하면 내 머릿속에 ‘잔상’ 또는 ‘잠재 지식’으로 저장된다. 그것은 언젠가 지식 그물망에 쓰이는 탄탄한 밧줄이 된다. 그리고 많이 읽어두어야 한다. 쉬지 않고, 가리지 않고, 모두 읽을수록 좋다. 어려운 책 많이 읽으라는 골치 아픈 이야기가 아니다. 길을 지나치며 보는 간판, 버스 정류장의 안전 수칙, 건물의 비상구 안내판, 커피 포장지의 성분표, 음악회나 미술 전시회의 팸플릿, 길에 세워진 비석이나 조각품의 받침대 등에 적힌 설명 등 모든 것들을 꼼꼼히 읽어두면 언제 어떤 지식과 연결될지 모른다.
루브르박물관에 갈 일이 있으면 작품 감상에 들어가기 전에 건물 계단이나 바닥, 그리고 천장을 한번 올려다보기 바란다. 지하철 탈 때는 표 받는 시스템이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왜 그런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여행지 뒷골목에 있는 서민들의 카페에 들어가서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그리고 무슨 물건을 사서 어떻게 쓰는지 용기를 내어 물어보기 바란다. 길에서 골동품이나 미술품을 파는 가게를 발견하면 일단 들어가서 이 작품에는 무슨 의미가 있고 누구 것이며 어떻게 구입했는지 물어보기 바란다. 그 과정에서도 배우는 것이 정말로 많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진정한 공부에 써야 할 귀중한 시간을 입시와 시험 유형 찾아내기 같은 편법 공부에 매달려왔다. 애초부터 크고 평탄한 길을 놔두고 힘든 샛길을 선택해온 것이다. 사실 점수 올리기 같은 단기 목표를 버리고 세상을 조금만 넓게 보며 공부다운 공부를 하겠다는 장기 목표로 대체하면 나중에는 입시 제도가 어떻게 바뀌건, 교육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건 기대 이상의 높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