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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398g | 128*188*30mm
ISBN13 9788963710563
ISBN10 896371056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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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재일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였다. 1995년 제2회 하이텔 무림동 공모전에 「칠석야」가 입상하여 이를 계기로 작가가 되었고, 2000년부터 1년간 시공사 장르 문학 팀장으로 재직하였다. 빈틈없는 문장과 치밀한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한 소설적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 주며 특히 무협적 문장에 정통하다고 평가받는다. 지은 책으로는 『칠석야』, 『묘왕동주』(전5권)가 있고, 2002년 첫 권이 출간된 『쟁선계』를 현재까지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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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부리코 위에 금테 안경을 걸고 있는 은발의 남자 앵커는 현지 시각으로 어제 오후 3시 소집된 국가안보회의 결과 뉴욕 주 전체에 일급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으며, 주 방위사령부의 핵심 병력이 맨해튼 섬 주위에 배치되었음을 전하고 있었다. 이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자 앵커가 어제 사태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그제인 ‘브로드웨이의 참변’ 때의 10분의 1 수준인 사백쉰다섯 명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경찰과 군인이라서 뉴욕 주 전체의 치안에 심각한 공백이 우려된다는 멘트를 덧붙였다. 다시 화면을 빼앗아 온 남자 앵커가 상체를 살짝 옆으로 틀며 BBC 다큐멘터리 내레이터와 비슷한 톤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믿기 어려운 이 엄청난 파괴를 자행한 그들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진보된 과학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 아니면 타블로이드 신문들의 호외 헤드라인처럼 외계에서 온 지적 생명체?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누구도 확실한 대답을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우리 CNN 방송에서는 오늘 저녁 8시, 미국국방과학재단의 특별 고문이자 저명한 군사 전문가인 에릭 브라이언 박사와 영국의 왕립초자연연구소의 숀 메이어 소장을 초빙, 이번 사건에 대해 심층 분석할…….” --- pp.55-56

“중요한 팁을 하나 알려 주지. ‘모든 것은 분명하지 않다.’ 이 팁을 따르지 않으면, 지금까지는 몰라도 앞으로는 살아남기 힘들 걸세. 자네를 포함한 인간군 모두가 말일세.”
“모든 것은 분명하지 않다.”
조윤호는 시드 마이어가 한 말을 나직이 뇌까려 보았다. 인류 멸망을 소재로 다룬 재난 영화의 광고 카피처럼 앞으로 펼쳐질 암울한 미래에 대한 강한 암시가 담겨 있는 말 같았다. --- p.75

“바로 저곳이 한국의 태권V가 나오는 ‘초록돔’입니다!”
말이 끝난 순간, 국회의사당 베이지색 돔에 고정되어 있던 열네 쌍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 어머!”
“정말인가 봐!”
그그그그!
둔중한 소음과 함께 국회의사당 지붕 위 베이지색 돔이 서서히 갈라지며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인간형의 길쭉길쭉한 팔다리와 흑백의 심플한 보디 컬러, 거기에 가슴에 커다랗게 달려 있는 빨간색 ‘V’ 자 마크는 지금으로부터 30년쯤 전 대한민국의 소년들을 열광시켰던 태권V와 무척 닮아 있었다. 그러나 몸통 위로 볼록 솟아 있는 얼굴만큼은 완전히 달랐다.
빨갛고 동그란 눈에 원추형으로 튀어나온 코, 거기에 유난히 긴 두 개의 앞니.
그 얼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저 로봇을 태권V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쥐권V’였다. --- pp.106-107

마지막 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울린 순간, 청년은 변신했다. 머리에는 일본 전국시대 무장들이 쓰는 뿔 달린 투구, 상체에는 주요 부위를 은백색 금속으로 감싼 갑옷, 하체 또한 상체에 걸친 것과 한 세트인 게 분명한 갑옷, 마지막으로 손에는…….
“무기 센스는 꽝이군. 저거 참치라는 생선이지?”
경기장 한복판에 널브러진 불곰의 배 위에 한쪽 발을 척 올려놓은 채로 몇 명 안 되는 관객들을 향해 한 손을 치켜 올리고 있는 청년을 보며 achild가 말했다. 참치회라면 사족을 못 쓰는 조윤호가 achild의 말 중 틀린 부분을 정정해 주었다.
“가다랑어입니다. 참치의 사촌쯤 되는 생선이죠.”
이 말을 하는 동안에도 조윤호는 방금 자신이 본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머리 꼭대기에서 발끝까지 무시무시한 갑옷으로 차려입은 잘생긴 청년이 손에 든 커다란 냉동 가다랑어로 불곰을 때려잡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 pp.253-25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게임 회사 경력 15년 차 조윤호는 자식 교육에만 미쳐 동반 유학을 떠나 버린 아내 탓에 ‘기러기 아빠’ 신세로 서울에 혼자 남은 지 1년째다. 게임 개발자로서 자부심과 자신감에 차 있던 과거는 간데없고 백으로 밀리고 능력도 인정받지 못해 좌절감을 느끼던 그에게 사장은 다시금 무리한 명령을 내리고, 이번에야말로 자기 정체성을 부인할 만한 상황임에도 체념하듯 명령을 따르기로 한다.

한편, 같은 시간 지구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나타나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으로 범죄행위들을 저지르고 이 장면들은 방송을 통해 세계 전역에 보도된다. 휴일을 맞아 느슨한 한때를 보내던 조윤호 역시 방송을 접하지만 피부로 와 닿는 이야기가 아니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런 그 앞에 15년 전 잠깐의 만남으로 게임 개발자로서 조윤호의 인생에 깊은 영향을 끼쳤던 전설적인 인물 시드 마이어가 나타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와 함께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는데…….

이제부터 내가 자네를 찾아온 이유를 말해 주지.
자네와 자네를 포함한 모든 인간군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딱 한 가지 있네.
이 ‘게임 지구’를 다른 회사에 매각하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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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못난 가장, 초라한 중년 직장인이라도 한 방은 있다. 무기는 만년필과 재떨이, 목표는 지구 멸망 막기! 게임 개발자라는 주인공의 종특을 활용하는 글 솜씨도 감탄스럽지만, 초현실적인 전개 속에 살아 있는 현실의 결이 특히 좋다. 독특한 유머 감각은 보너스.
이수현(번역가)
우습다가도 무섭고 무섭다가도 우습다. 배를 잡고 웃다가도 현실적인 공포에 모골이 송연해지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허탈하게 웃는다. 이것이 게임 속의 NPC와 몬스터가 겪는 심정일까. 역발상 게임 판타지, 형언할 수 없이 독특하고 제멋대로인 지구 멸망 재난 소설.
김보영(작가)
폭발할 듯 넘쳐 나는 상상력과 재미, 게다가 게임이란 설정에 대한 공감으로 페이지를 절로 넘기게 해 주었다. 체감상으론 140자 추천사 쓰는 게 더 오래 걸린 기분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내용이 짧다는 게 아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 버린 듯 만족이 가득하다. 이럴 때 말하는 거다. 야, 재밌다!
전홍식(SF&판타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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