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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하느님의 보트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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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1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86g | 131*187*20mm
ISBN13 9788973812950
ISBN10 897381295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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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빠를 처음 만났을 때, 엄마는 스물세 살이고 아빠는 스물여섯 살이었다.
아빠가 옛날에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만약 초등학생 때 만났더라면, 당신 어깨에 상처가 나도록 하지 않았을 거라고.
중학생 때 만났더라면, 같이 먼 곳으로 떠났을 거라고.
고등학생 때 만났더라면, 난 당신에게 들려주기 위해 매일 기타를 쳤을 거라고.
만약 대학생 때 만났더라면, 지금 나와 당신은 절대 여기 있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엄마의 어깨에는 싸워서 생긴 상처의 조그만 흉터가 남아 있고, 중학생 때의 엄마는 어느 날 혼자서 집을 나갔다. 고등학생 때의 엄마는 코튼 캔디색 머리를 하고 혼자서 날마다 춤을 추러 다녔다.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 엄마는 지금 여기에 있다. --- pp.163-164

그 사람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게 아니야.
걸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을 만난 후의 세계야. 그러니까 괜찮아. 다 괜찮아.
마치 기원후과 기원전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역시 그 사람은 나의 하느님인 것이다.
― 난 반드시 당신을 찾아낼 거야. --- pp.194-195

엄마와 나의 인생은, 엄마 말을 빌리자면 ‘아빠를 만날 때까지 이리저리로 구르는 돌 같은’ 인생이다. 벌써 몇 년 전에, 엄마는 그런 인생을 선택했다.
― 엄마가 선택한 거야.
언젠가 ‘엄마가’를 강조하면서 엄마는 말했다. 나를 무릎에 앉히고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 그러니까 끝내 아빠를 만날 수 없어도, 우리가 언제까지나 구르는 돌 같아도, 그건 아빠 탓이 아니야.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선택은 엄마가 했지 내가 한 게 아니다.
― 아빠는 약속을 어겨?
그때 아직 어렸던 나는 불안해서 그렇게 물었다.
― 약속?
엄마가 되물었다.
― 우리가 어디에 있든 아빠는 반드시 찾아낼 거잖아? 그러기로 약속했다면서?
아아, 하며 엄마가 따스하게 미소 지었다.
― 물론 아빠는 약속을 어기지 않아.
그리고 내 머리에 키스하고서 이렇게 말했다. --- pp.199-200

― 이게 현실이야.
내 얼굴을 보지 않은 채 그렇게 말한다.
― 나는 현실을 살고 싶어. 엄마는 현실을 살고 있지 않잖아.
나는 소우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얼굴을 찡그리며 울음을 터뜨린 소우코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 미안해.
조그만 목소리로, 괴롭다는 듯 소우코가 말했다.
― 뭐가 미안하다는 건데?
소우코가 훌쩍거렸다. 훌쩍거리다 울음을 그치려 코를 풀고는 또 훌쩍거렸다. 그러고는 또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 엄마의 세계에 계속 살아주지 못해서.
--- pp.228-22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화창한 여름의 어느 날 요코는 ‘뼈마디까지 녹아버릴 듯한’ 사랑에 빠진다. 둘은 불같은 사랑을 하고, 이들의 사랑의 결과로 소우코가 태어난다. 하지만 소우코가 생겼다는 사실을 채 알아채기도 전에, 요코의 사랑은 일상에서 사라진다. 어디에 있든 반드시 자신을 찾아내겠다며 어느 날 홀연히 떠난 남자를 기다리며 요코는 딸을 데리고 이 동네 저 동네를 방랑하며 지낸다. 매일같이 그 사람을 생각하고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딸의 모습을 통해 그 남자를 그리면서, 그리고 가끔씩 딸에게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며. ‘하느님의 보트에 탔기 때문에 절대 한 장소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는 엄마의 말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따르던 요코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점차 엄마의 집착에 대한 반감을 품게 되고, 적막하지만 강력한 결속력에 기대어 살던 이들의 일상에 잔잔한 파도가 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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