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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와 눈 맞추기

개밥바라기와 눈 맞추기

실천문학 시인선-02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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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49*210*20mm
ISBN13 9788939230378
ISBN10 89392303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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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한 여인의 웅크린 모습을 보고 고치를 떠올린다(「고치 짓는 누에」). 누에처럼 푸른 뽕을 먹다가 종국엔 실을 뽑아 고치 속에 틀어박힌 존재. 누군가에게 평생 실을 뽑아 바쳐야 하는 운명이기에 이렇게 고치 속의 잠을 잠시 자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어떤 운명의 손이 그 여자로 하여금 고치를 짓게 했는지도 모른다. 요컨대 이 여인의 삶이 희생과 헌신의 연속이었을 것이라는 상상이다. 지금은 봄이 오는 길목, 꽃샘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봄의 온기가 퍼지면 한뎃잠 자는 이 고치에게도 햇살이 비쳐 거친 발목과 뭉친 어깻죽지를 밝은 세상으로 밀어 올릴 수 있을까? 고치를 찢고 한 마리 나방이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노숙의 여인이건 남에게 실만 뽑아 바치는 고치건 그 존재의 층위는 화자 자신과 다를 바 없다. 화자는 자신의 아픈 삶에 수련이 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거리의 노인과 노숙의 여인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낸다. 이 사랑의 관계는 일방적이어도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연민의 사랑이야말로 신수현이 노래한 ‘눈[雪]’ 같은 사랑 을 실현하는 길인지 모른다.
- 이숭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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