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있는 인형이 방 안을 보고 앉아 있는 우리나라 가정집 데코레이션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장식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마다 바뀐다. 사탕 축제로 유명한 로젠몬탁부터 부활절, 크리스마스, 늦가을 등불 축제인 잔트마틴까지, 주제마다 모양과 색감도 다양하다. 지역부호들이 많이 사는 동네를 지나가면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이디어도 풍부하고 디자인도 세련된 예술품들이 동네의 가치를 올려 주는 데 톡톡히 한몫한다. ---p.23
동화의 흔적을 찾아 5만 8000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 하멜른에는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련한 피리 소리를 따라온 사람들이 지금도 아이들을 찾아 헤맬 것 같은 도시. 하멜른 곳곳에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동상이 서 있다. 피리를 불면서 베저 강으로 유유히 쥐를 몰고 간 사나이가 여전히 이 도시에 남아 약속을 지키지 않은 하멜른 사람들을 꾸짖고 있는 듯했다. ---p.28
그림 형제의 동화 속 주인공 겐제리젤(Gaenseliesel)은 괴팅겐에서는 세상에서 키스를 가장 많이 한 소녀로 유명하다. 동상으로 서 있는 이 동화 속 주인공에게 100년이란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키스 세례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소녀에 대한 청년들의 구애는 1901년 겐제리젤 분수가 만들어지고 소녀의 동상이 세워지면서 시작되었다. 한때 엄격하고 보수적인 괴팅겐의 시의원들은 젊은이들의 이러한 장난스러운 행위를 풍기 문란으로 몰아 키스 금지법을 선포하기도 했다. ---p.49
부퍼탈(Wuppertal)은 자연과 건물이 조화를 이룬 전형적인 독일 도시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보기에 따라서는 흉물스럽기까지 한 슈베베반(Schwebebahn)의 육중하고 둔탁한 철근 골조가 부퍼 강을 따라 도시 절반의 하늘을 갈라놓았다. 도시계획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 같은 도시. 그렇게 부퍼탈은 1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 왔다. 공중을 떠다니는 슈베베반이 달리기 시작한 것은 100년이 넘었다. --pp.111-112
베토벤 생가를 돌아보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중, 마침 토요일이라 독일에서 크기로 유명한 벼룩시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 벼룩시장을 보너 라인아우엔 플로마크트(Bonner Rheinauenflohmarkt)라고 한다. 날씨가 좋은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이 벼룩시장은 라인 강변의 라인아우엔 공원에서 열린다. 독일에 봄이 오면 벼룩시장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벼룩시장엔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물건이라면 없는 것이 없다. ---p.133
베를린 곳곳마다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공사들이 산재해 있고, 하늘을 향해 치솟은 고층 건물들은 현대 건축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 준다. 그 고층 건물들 사이사이로 직각으로 뻗어 올라간 하늘을 바라보면, 이 도시의 아물고 있는 상처와 화려한 미래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