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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이별할 때

이별과 이별할 때

: 간호조무사가 된 시인이 1246일 동안 기록한 생의 마지막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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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에세이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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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86g | 147*210*22mm
ISBN13 9791129705167
ISBN10 1129705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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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는, 오래 살 수밖에 없는, 최첨단 의료시대를 사는 우리들. 그래서 당신도 나도 갈 수 있는 곳. 아니 어쩌면 당연히 가야 될 곳! 나는 그곳에서 직접 보았다. 직접 들었다. 직접 느꼈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써서 알리기로 했다.
오는 것은 분명하고, 분명해서 기다리지만, 언제 도착한다는 배차 시간표가 없는 생의 마지막 정거장. 그곳에서 저쪽 세상으로 데려다줄,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그를 배웅하는 가족들의 시간을 나는 함께 겪었다. 막막함과 그 막막함이 너무 생생해서 울고 또 울었던 나날들이었다.
--- p.16

DNR 동의서! 어쩌면 환자의 고통보다는 그 고통을 지켜봐야 하는 자신의 고통에 대한 방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자식들의 애통함보다는, ‘자신이 더 이상의 고통은 받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이어진다. 그 고민과 판단이 의무가 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 p.94

요양병원이란 정거장, 세상에서 유일하게 ‘납득’ 안 되는 어떤 것도 없는 곳! 처음의 비난도 동조로 물들고, 처음의 놀람도 익숙한 이해가 되는 곳! 거부도 거절도 무력해지고 마침내 안고 가는 요람 같은 곳이 바로 요양병원이다.
나는 또 하나를 배운다. 그래, 이별이란, 죽어서 이별한다는 것이란, 다른 어떤 순간이 덮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그래서 이별이란 슬픈 것이구나… 영원해서 슬픈 것이구나….
--- p.113

오광수 할아버지는 폐암 말기 환자다. 그는 3개월을 선고받고 요양병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오늘, 그 3개월이 열흘 정도밖에 안 남은 오늘, 오늘도 할아버지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편지를 받았다. 그들의 이별 준비는 완벽하다. 완벽해서 슬프지 않다. 다만 지극히 조용해지고, 지극히 깊어고, 지극히 평화로워진다. 떠나고 떠나보내는 게 아니라, 머물고 기억되는 이별! 그들은 참 좋은 이별을 준비 중이다.
--- p.186

“여기서는 울 수 있으니까, 엄마 앞에서 꾹꾹 참았던 울음이 엘리베이터만 타면 누가 등짝을 후려치는 것처럼 쏟아져요. 우리 엄마, 이젠 딸도 모르잖아요. 수박을 잘라 드리니까 고맙다며 받더니 옆 침대 할머니에게 당신은 이런 딸들이 있어서 좋겠다 하시는 거예요.”
--- p.291

요양병원에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면서 가슴이 안 먹먹하고 안 아플 때는 사실 없었다. 늙은 사람, 병든 사람, 늙고 병든 사람. 죽은 사람, 죽어가는 사람, 죽지는 않았는데 죽은 것 같은 사람. 가족이 많은 사람, 가족이 없는 사람, 가족이 많은데도 늘 혼자인 사람, 가족이 없어서 눈길이 더 가는 사람… 이런 환자들을 보며 평상심으로 못 산 지도 근무 날짜 수만큼 됐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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