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날 덴마크에서 자유교육과 공교육이 법적으로 한 우산 아래 상호 협조적 관계를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데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공교육 체제의 기본 틀이 서구에서 왔고 또 그 문제점들이 상당 부분 같은 맥락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면, 대안교육 현장은 물론 공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선구적 시도와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필요하고 또 절실할 것이다. --- p.13
아이들이 암기해서 배워야 할 내용이 있거든, 그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로 들려주라. 마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그렇게 이야기해 주라. --- p.73
우리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계몽’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는 쉬운 길이 있다. 그들에게 그냥 물어보면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라. 내가 어릴 때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에 아무런 부담도 없이 했던 공부는 즐거웠을 뿐만 아니라 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내 마음속에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학교 현장에 만연한, 교사들의 위압적인 미소와 살을 에는 듯한 냉소는 나의 그 아름다운 경험을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될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 p.84~85
가르치는 일이 피곤하고 지루한 일로 여겨진다면 그것은 가르치는 일이 끝없는 반복적 일이 되어 버렸거나, 교육이 어린이의 능력 범위를 훨씬 벗어난 목표를 세웠기 때문인데, 어느 경우에 해당되는 그런 교육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 p.87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생각의 폭은 좁고 제한적이기 때문에, 초등학교는 상상력을 활용해서 어린이의 생각과 경험의 폭을 넓고 깊게 함으로써 삶이 일어나는 중심 공간인 가족에 대해 좀 더 명확한 개념을 형성하고 가족생활이 지속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경험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개념을 형성할 때는 처음부터 상상력에 기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 p.96
어린이는 천성적으로 얼마나 현명한지! 동물은 먹을 수 있는 것과 소화시킬 수 없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듯이 어린이도 소위 ‘보편적으로 유용한 지식’이란 것들이 자신에게 결코 도움되는 것들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안다.
어린이들은 학교가 뭘 가르치든 아랑곳 않으며, 하루 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며 듣는 말들 가운데 가장 행복을 느끼는 말은 “이제 집에 갈 시간입니다!”이다. --- p.99
참된 가르침이라면 모름지기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야기로 들려주는 방식이야말로 귀로 들은 것을 ‘자연스럽게’ 가슴에 닿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로 ‘살아 있는 말’, 즉 ‘이야기’만이 정신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며, 일단 정신이 깨어난 이후래야 ‘쓰인 말’, 즉 ‘책’을 통한 인위적인 계몽 교육이 어떤 효과라도 내게 될 것이다. --- p.100~101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치는 방법보다는 가르치는 내용이,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쓰기를 배우기 전에 쓰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하고, 읽기를 배우기 전에 지식을 얻고자 하는 갈망이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 p.117
자신의 삶에 대해 뚜렷한 전망을 세우도록 하는 것, 삶과 희망과 사랑을 갈구하도록 하는 것,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아 나가겠다는 독립심과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기술들을 길러 주는 것, 이것이 바로 교육의 목적이어야 한다. --- p.122
초등학교에서라면 뭐니 해도 교사 주위로 어린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가장 보기 좋은 장면 아니겠는가! 다른 어느 곳보다도 학교에서 더 행복하고 더 자유로워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린 학생들 얼굴에 그저 지루함만이 짙게 묻어 있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학교 현실이다. --- p.126
진실하고도 현실성 있는 가르침이려면 그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내면에 공명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뭘 배웠는지 설명해 보라거나 증명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 가르침, 오직 어린이의 지성과 감성을 통한 가르침, 외형보다는 참 자아의 성장을 지향하는 가르침 그리고 가르치는 일이 궁극적으로 자기 삶의 소명이자 내적 기쁨의 발현인 사람이 교사가 되어 하는 가르침, 우리 초등학교에서는 바로 이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