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사회운동의 재구성에 관한 관심이 고조된 배경에는 낡은 NL/PD적 사고와 행동에 대한 근본적 회의, 나아가 ‘근대성’과 이를 내장한 과거의 급진적 사회운동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에 더해 삶의 양식에 관심을 갖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시대 급진적 사회운동의 연대성은 소수성(지향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것은 국가ㆍ민족주의와 남성 중심의 관점에서 형상화한 시각과 ‘민주화 담론’ 등과 같은 주류 중심의 관점으로부터 거리 두기가 필요하지요.”
“‘민주성’은 정부와 국민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는 정치적 민주주의(political democracy)와 조직 내의 민주적 관리를 의미하는 조직 내적 민주성(organizational democracy)을 넘어서는 더욱 확장된 개념의 민주성이어야 합니다. 기존의 민주성이 국민의 요구를 수렴해 행정에 반영시키는 대응성(responsiveness)의 확보 및 책임 행정의 구현을 의미하였다면 급진주의적 사회운동의 민주성은 관리가 아닌 자율적 참여와 소통을 지향하며 소수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다원성’의 원리를 강조해야합니다. 최근 한국의 활동가들 내에는 확장된 가치 지향에 기초하여 기존의 시민운동 단체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소규모의 공동체 운동, 자유 생태 학교의 운영, 상호부조 조직과 협동조합의 설립, 작업장에서의 자주 관리 운동, 각종 문화 운동 등을 독자적으로 시도하고 있어요. ”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공간적이고 물리적인 특성과 함께 지역 정체성과 관련한 문화적 요소와 구성원들 간의 신뢰 구조 및 권력관계 등 비 물리적인 사회관계를 재구조화할 실천과 연계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기존 급진주의의 사상 내의 문제들, 즉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삶, 그리고 자연환경 등과의 관련 하에서의 생산관계들에 대한 난점들, 한계들, 여백을 채워야 합니다. ”
“저는 인류의 과제가 생산력의 확대에서 충분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분배로 이동하고 있다는 징후로 다음의 네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직접민주주의의 등장, 두 번째는 중앙에서 집권했던 모든 권한을 지방으로 분배하는 지방분권, 세 번째는 가부장제에 맞서는 페미니즘의 등장,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바로 민과 관이 권력의 효율적 분배를 논의하는 거버넌스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토대인 생산관계는 생산력 확대에서 분배로 이동하고 있는데, 인간의 의식인 상부구조는 여전히 근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토대와 상부구조의 부조화와 모순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에 사노맹이라는 조직 자체가 이렇게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정치공론장에서 처음으로 과거 운동권의 이념이라고 하는 것들이 논의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근데 이 시점에서 조국이 대처하는 것을 보면 사실 아쉬워요. 백태웅 같은 경우도 어제인가 한겨레 신문 인터뷰를 간단하게 했고요, 한 십년 전에도 간단하게 하긴 했는데, 정면대응 안 해요. 이번 조국 같은 경우는, 난 그때 사회주의자였다, 사회주의자였는데 그 뒤에 생각이 달라졌다, 이런 식으로 정면돌파를 해야지만 그 덫에서 벗어날 수가 있는데, 정치 쪽에서는 그렇게 하면 자기 발등을 찍는 건지 아닌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단지 이를,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다’는 말로만 가면 곤란하죠. 그런 부분들에 대한 전환적인 대응이 있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지금은 자유로운 개인 또는 자아의식을 가진 개인이 새로운 성숙한 단계로 사회 속에서 자기 위치를 찾아가는 곧,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를 실현해가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근대의 역사를 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개인주의에 기반을 했던 우파적인 사상, 곧 근대의 사상과 그 한계를 넘어서려고 했지만 이제까지의 틀에 갇혀버렸던 좌파적 사상, 집단중심적 사고로 교조적으로 빠졌고, 결국은 국가주의적인 함정에 빠져 생명력을 갖지 못하고 오래가지 못했던 정치적 실천이 있었다고 할 수 있죠. 이제 좌, 우파의 이런 것들을 넘어서서 개인과 공동체의 새로운 조화를 받아들이는 것, 대립적 관점이 아닌 수용과 협력 이런 차원으로 접근하는 단계로 우리 인류의 인식이 발전하고 있는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
“이전까지 인류사의 성취로서의 민주주의를 당연한 기초로 깔고 이를 더 확대,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사회적 이슈가 등장하여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면서 지금껏 성취한 민주주의 기반 위해서 인류가 더 자유로워지고 개인이 더 자유로워지도록 또 다른 가치, 더 확장된 가치를 풍부하게 계발해 가는 게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 새로운 가치, 이런 맥락에 닿는 것일 텐데요. 그런 과정이 생략되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자의적이고 편의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최근 부각되고 있는 젠더 이슈의 경우도 그것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커다란 이슈, 새로운 가치의 문제로 등장하고 나타날 수 있는 것일 텐데, 우리 사회에서는 적잖이 파괴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하는데요. ”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