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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홈즈

살롱 드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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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81g | 140*195*20mm
ISBN13 9791189178147
ISBN10 118917814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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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된 후 평범한 이들이 비범한 사건과 만나 아등바등하는 이야기를 자주 쓴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공감하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이야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 역시 그런 이유로 쓰게 되었다. 집안일에 치이고 무시당하기 쉽고 때로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마저 접어야 하는 주부들. 그런 이들이 함께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해내는 순간을 ‘아주 재미있게’ 보여 주고 싶었다.”
--- 「작가의 말」중에서

남자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멍청하고 연약한 초식동물들이 포식자의 존재를 잊어 갈 때 바람의 반대 방향에서 나타나 모가지에 어금니를 꽂아 넣는다.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 p.44

“범죄는 진화해. 쥐방울이 성폭행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단 소리지.”
미리는 시간문제일 거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 p.53

“그렇게 생각하니까 진짜 끔찍하다. 그냥 어디에나 있는 조용한 젊은 남자 한 명이 그러는 거잖아.”
“조용한 젊은 괴물이지. 일반 남자들이랑 이런 놈은 다른 거야.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해 버리면 평범한 남자의 일탈 정도로만 생각하게 돼. 하지만 그게 아니거든.”
--- p.87

“그럼 가 볼까.”
지현은 신기만 해도 관절 통증을 없애 준다는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해가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밤이었다. 아파트 단지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환한 것은 입구 쪽의 몇 개뿐, 뒤로 갈수록 깨진 가로등이 많았다. 불빛은 부나방을 불러 모으고 어둠은 범죄자들을 불러 모은다.
--- p.142

알고 있지? 모두 너 때문이야.
어둠 속의 존재가 속삭였다.
네가 무모한 짓을 벌이는 바람에 그 여자가 사라진 거야.
“아니야.”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았나 보지? 응, 그런 거야?
“아니야.”
미리는 중얼거렸다.
넌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아니….”
--- p.191

공포.
그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에게 공포를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은 강한 힘을 가졌다는 뜻이었다. 남자에게 공포란 그런 의미였다. 다른 이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힘. 그러기 위해서는 전시가 필요했다. 자신의 업적을 내보여야 했다. 물론 그것이 지나치면 꼬리가 밟힐지도 모른다. 몇 번이나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었다. 그래도 공포를 전시할 때의 짜릿함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남자가 훤한 대낮에 작품을 내다 버리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더 큰 자극, 더 깊은 희열, 그리고 더 강렬한 쾌감….
--- p.213

화장실 안에서는 희미하지만 비린내가 풍기고 있었다. 한때 마트 생선 코너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던 소희는 비린내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챘다. 피였다. 생선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물에 씻을 때면 항상 이런 냄새가 났다.
이 비좁은 화장실은 이를테면 도마였고 자신은 배가 갈리길 기다리는 생선이었다.
--- p.225

남자는 자신의 인생에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거울처럼 투명하고 평평한 삶이었다.
그런 삶을 이어 가던 중에 남자는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사는 게 왜 이리 심심하지?
모든 것이 그 의문에서부터 시작됐다.
--- p.264

스마일맨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미소 짓는 걸 잊지 않았다. 단정하게 빗어 넘겼던 머리카락이 다 흘러내려 이마를 가리고 있었다. 코피는 더 이상 흐르지 않았지만 얼굴 아래쪽은 이미 피범벅이었다. 광대뼈는 이제 눈에 띄게 부어올랐다. 얼굴 전체가 땀으로 번들거린다. 지극히 평범했던 인상은 사라지고 상처 입고 분노한 괴물의 얼굴로 바뀌었다. 그 괴물이 칼을 앞으로 내밀며 한 발 걸어 들어왔다.
--- p.292

그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똑똑하고 착실하며 모두에게 호감을 사는 어른. 그런 가면을 쓰는 편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에 훨씬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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