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부에서는 ‘외로울때 위로를’이라는 제목으로 이중섭과 박수근 그리고 두향의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일본강점기에 꿋꿋하게 예술인의 기개(氣槪)를 지켜나갔던 이중섭을 만나고, 6.25 전란 중에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가난하게 살았던 양구의 박수근 그리고조선 시대 관기로서의 고단한 삶 가운데에서도 정절(挺節)의 상징인 매화를 사랑했던 두향을 차례로 만나게 됩니다.
제2부에서는 ‘허무할 때 활력을’이라는 제목 아래 지역의 역사와 장소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였습니다. 전주의 생기발랄한 한옥마을의 풍경과 청산도의 아름다운 유채꽃을 소개하며 독자 여러분을 남도 여행으로 안내합니다. 이어서 경기도 포천 광릉숲에 담긴 조선 임금세조의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역사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제3부에서는 ‘억울할 때 격려를’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인물로 돌아가 신여성(新女性) 나혜석과 전등사의 나부상 그리고 단종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일본강점기에 페미니즘의 선구자로서 남성들의 권위에 저항하다 쓸쓸하게 생을 마쳤던 여인 나혜석, 그리고 강화도 전등사에 있는 특이한 형태의 나부상(裸婦象)과 세조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어린 단종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줍니다.
제4부에서는 ‘포기하고 싶을 때 용기를’이라는 제목으로 민병갈과 정약용, 그리고 남한산성의 백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인 민병갈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반면, 너무나 유명한 실학자 정약용은 강진 유배지에서 그 힘든 삶을 살면서도 왜 끝까지 선비의 절개(節槪)를 지키고자 했을까요? 마지막으로, 병자호란 이야기를 통하여 당시 남한산성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소개하며 오늘날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합니다. 끝으로, 이 책의 기획과 발간을 도와주신 도서출판 한국문화사의 관계자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의 깊은 고마움을 표합니다.
장진태 교수
(한양사이버대 교양학부)
---「머리말」중에서
우리 열두 명은 모두 다릅니다. 나이와 사는 곳, 하는 일과 기질이 다르지만, 여행인문학이라는 주제로 함께 모였습니다. 자신이 느낀 진솔한 경험과 이와 연관된 여행지 이야기. 이른 봄부터 시작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책에 담겨있습니다. 당신을 책 속 감정여행에 초대합니다. -SYS 회장 김정희-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예기치 않은 상황에 부딪히게 됩니다. 기다려주지 않는 냉혹한 사회 속에서 억울함과 외로움이 급습할 때, 혼자 떠난 여행이 저를 치유했듯이, 이 책이 당신의 외로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진섭-
글을 낳았습니다. 힘들고 지치고 외롭던 날들을 견디게 해 준 추억 소환.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면서 다시 한 번 위로받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더 이상 외롭지 않기 바랍니다.-이소영-
허무할 때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혼자라도 좋아요. 나를 잡아당기는 곳으로, 내가 계획한 대로 걸어보아요. 완벽하지 않은 것이 인생이래요. 여행 인문학이 저와 독자 여러분의 인생에 함께 하기 바랍니다. -원두리-
허무함의 어제는 몰입과 성취감입니다. 허무할 줄 알면서, 우리는 또 이렇게 12개의 여정과 사연을 만납니다. 결코 허무하지 않을 열정과 설렘이 지금부터 펼쳐집니다. -조승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해냈다. -장현숙-
SYS는 삶의 힐링이었다. -설경숙-
행복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천리포 수목원에 있는 나무와 꽃의 어우러진 모습을 보고, 마음 가득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일상에서 찾는 작은 행복을 여러분과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김태선-
여행은 자신을 찾아가는 설렘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황홀한 고독을 맞으려면, 지금 당장 문을 열고 나가야 합니다. -신재천-
---「저자들의 말」중에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해 지는 모습을 보려고 창밖을 내려다 본다. 천천히 움직이는 정체 차량들이 올림픽대로 위로 길게 꼬리를 잇고 있다. 오늘 하루도 애썼을, 차에 탄 모르는 사람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가 하고 싶어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둘째 딸이 유치원 다닐 때 일이 떠오른다. 이 당시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도 매일 저녁에 저 차량 행렬에 합류해서 올림픽대로를 지나다녔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던 때여서 퇴근하고 나면 유치원에 가기 바빴다.
11월 중순을 넘긴 어느 날도 여느 때처럼 퇴근하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차도에 진입하고 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딸아이이다.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면, 겨우 밥 한 숟가락 먹여서 유치원에 보내고, 해 진 저녁에야 만나니 당연한 일이다.
이 날은 차가 유난히 밀려서 평상시보다 사십 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엄마를 기다릴 어린 아이에게 사십 분은 네 시간보다 길게 느껴질 것이기에 마음이 조급했다. 아이가 있을 다목적실로 뛰어갔는데,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지, 내부가 조용하고 어두웠다. 유치원 사무실에 가 알아보려다 딸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대여섯 발자국 걸어가는데, 마루 저쪽에 가방을 메고 앉아있는 아이가 보였다. 이렇게 어둑한 곳에 아이 혼자 있는 것이 염려스러워 그 쪽으로 걸어갔다.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이 없고 아이 형태도 희미해서, 내 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동도 하지 않던 아이가 자그맣게 말을 했다.
“엄마, 왜 인제 와.”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줄 알았다.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나는 화가 났다. 이 넓은 공간에 아이를 혼자 있게 하고, 불안감 느껴지게 불까지 어둡게 켜두다니. 유치원 사무실에 갔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담당 선생님이 나를 기다리다가, 업무 마감하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가 도착한 것 같다고 했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곧 오시니 조금만 기다리자고 말해줬다고 했다. 유치원 업무가 종료되면 불을 반만 켜둔다고 하면서 시간 맞춰 오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아이의 조그마한 손을 잡고 유치원을 나서는데 을씨년스런 바람이 휘익! 하고 몰아쳤다. 유치원으로 뛰어갈 때에도 정신 사나운 바람이 불고 있었는데, 아직도 불고 있었나 보다. 낙엽이 작은 회오리바람에 말려들어 가 공중 부양하듯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보며, 내일은 더 추워지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이번에는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었다. 체구가 작은 아이는 바람을 맞으며 걷기가 버거운지, 걸음을 멈추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를 코트 안에 감싸서 데려가느라, 내 얼굴을 덮은 머리카락은 쓸어내리지도 못하고 걸었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
‘내가 누구를 위해 이렇게 사나.’
늦게 도착했다고 선생님에게 기분 나쁜 소리를 들어서가 아니다. 일과 육아에 대한 갈등과, 나라는 존재를 잃어간다는 허망한 현실을 어쩌지 못해 터져 나온 한숨이었다. 그동안 무의식에 잠재해 있던 상념들이 일순간에 들고 있어나는 기분이었다.
이 당시는 회사 공동 경영에 참여하면서 나를 둘러볼 시간 없이 척박한 일상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내 자발적인 선택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업무 결과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서 심적으로 힘들어 하고 있었다. 가슴 어딘가가 휑하니 비어 있는 것 같더니, 이런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변을 산책하고, 관련 책을 봐도 소용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감정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날 이후 아이는 일찍 데리러 오라고 신신당부 했다. 이대로 지내면 아이의 정서적인 면과 내 존재감에 커다란 상처가 될 것 같았다. 고민 고민하다가 일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일은 다시 할 수 있지만, 육아는 시기를 놓치면 영영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 큰아이가 여행 가고 싶다고 여러 번 했던 말이 생각나 가족여행을 준비했다. 남편과는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딸 둘을 데리고 일주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우리 모녀는 매년 한 번씩 모녀여행을 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