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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도끼

꽃보다 도끼

: 이성 방출·반전·통쾌함으로 써내려간 배꼽 빼는 스릴러 로맨틱 에세이

리뷰 총점9.4 리뷰 7건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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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64g | 128*188*16mm
ISBN13 9791196861728
ISBN10 119686172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매우 쉽다. 비속어와 욕설을 전혀 모르지 않는다면 읽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가 없다. 평범한 서민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고 내용도 아주 일상적이면서 문제 해결 방식도 매우 단순무식하다. 평소 독서를 하지 못한 죄책감이 있는가? 당장 이 책을 읽자. 고전을 읽어도 한 권이고 이 책을 읽어도 한 권이다. 독서를 했다는 뿌듯함을 가장 쉽게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이 책 상당 부분의 글은 페이스북에 올려서 이미 검증을 받은 것들이다. 장관으로 치면 청문회를 통과했다는 것이고 대통령으로 치면 TV토론을 거쳤다는 뜻이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 pp.4-5

사랑도 체력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체력이 약하면 고기를 한 끼에 5인분씩 처먹는 애인의 식욕에 맞춰 함께 먹어줄 수도, 시도 때도 없는 잔소리를 감당해 줄 수도 없습니다. 운동을 해야 합니다. 체력이 약하면 데이트를 하다가도 짜증을 부리게 되고 그러다 더 처맞게 됩니다. 새해에는 모든 독자들의 미친 체력과 근육질화를 기원합니다.
--- p.14

근처 벤치에 앉아 있다 우연히 이 사건을 목격한 입 싼 남자놈 하나가 이 사건을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어. 처음엔 일기장, 다음엔 소설책, 그다음은 두꺼운 전공책 등이 되어 입에서 입으로 건너갈 때마다 점점 던진 물건의 크기가 커졌어. 그러다가 나중엔 도끼로 대갈통을 찍었다고 소문이 났더군. 그 뒤로 학교에서 난 경외와 숭배의 대상이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어. 나랑 만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게 불문율이 되어 버렸지. 나를 만날 때 오토바이 타는 척하면서 헬멧을 쓰고 나가라는 지침도 돌았어.
--- p.19

다음날부터 그와 다시 술을 마셨어. 민족해방이나 통일조국에 대한 염원 같은 고급진 주제는 아니었고 주로 음담패설이나 면도칼 씹은 이야기 또는 나 때문에 어느 산 중턱에 묻힌 불쌍한 남자 등에 대해 이야기했었던 거 같아. 그는 그날부터 의자가 하나도 없는, 마루 바닥에 앉아 먹는 술집으로 나를 이끌었어. 자세는 더욱 조신해졌으며 다 마신 술병은 내 앞에서 바로바로 치웠어. 그리고 그가 지금 나에게 페친 신청을 했어.
--- p.36

“아아앜~~시발... 졸라 아파.” 갑자기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고 내 손은 해산하는 여인처럼 그의 머리채를 쥐고 있었어. 그는 그 뒤로 내 손을 잡지도 키스를 시도하지도 않았어. 내 첫키스는 그렇게 수년 뒤로 미뤄졌어.
--- pp.41-42

하지만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 법. 난 여기서 글 소재의 금광을 발견하고 말았던 거야. 대한민국 개저씨들은 어쩜 그렇게 다채롭게 음란하고 화려하게 개소리를 할 수 있는지. 이건 직접 본 사람이 아니면 그 감동을 전해주기 참 힘든 분야야. 나는 지금도 개저씨들에게 짜증과 고마움의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어. 나머지 글이야 일상적인 것들이니 별 상관없지만 페북과 관련해선 미리 알아둬야 할 거 같아서 미리 적어둬. 내가 성질은 더러워도 의외로 자상하거든.
--- pp.90-91

내가 그렇지 뭐. 뭐. 뭐 아 그건 됐고... 아참, 최하고 김은 어떻게 됐게. 그건 상상에 맡길게. 근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분들 비만 오면 그렇게 삭신이 쑤시고 두개골이 도끼로 맞아 금 간 것 같이 아프다고 한다네. 그게 다 심보를 못되게 쓰니까 그런 거지. 난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고.
--- p.120

단순 똥침 가격 사건이 폭행 사건으로 비화된 거였어. 과장이 정신을 차리고 수술 부위에도 안정이 찾아와 폭행이 아니라는 진술을 할 때까지 친구분은 경찰서에 갇혀 있어야 했다는 거야. 난 끝내 내가 신고한 사실을 말하지 못했고 평생 비밀에 붙이는 대신 양심을 가책을 덜기 위해 과장에게 소개팅을 시켜주었어. 소개팅은 어찌어찌 잘 이어지더니 결혼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어. 말이야 바른 말이지 경찰서에 몇 시간 잡힌 대가로 결혼까지 하게 해줬으니 과장한테는 새옹지마고 인생역전이잖아.
--- p.128

나의 명령에 개기거나 토를 달면 음식을 지지던 프라이팬으로 대갈통을 후려치고 주걱으로 놀부 마누라처럼 스매싱을 날리면서 “주는 대로 처먹으라고 이 써글노마.” 하며 주막을 순식간에 특설 링으로 만들 수 있는, 스포츠 친화적이면서 인간적인 기업. 혹시라도 실컷 처먹고 돈 안 내는 놈이 있으면 박치기로 기절시켜 주막 안쪽 어느 깊숙한 장소로 끌고 가 의자에 묶어놓은 후 한 손엔 도끼를 또 한 손엔 회칼을 든 채 “돈 낼래 니 배때지 장기 뗄래?” 하는 식의 단순선택형 질문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를 완벽하게 혁파한 개혁적 주막. 그런 주막의 CEO가 되고 싶어.
--- pp.138-139

우린 이 사건을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해. 메시지는 바로바로 지워야 하고 폰은 한시도 몸에서 떨어지게 해선 안 되며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소개팅시키는 일 따윈 건 절대 네버 해선 안 된다는 것. 이건 동양대 표창장을 받는 일이나 사기꾼 5촌 조카가 권유하는 사모펀드에 가입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라는 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 p.162

그래서 지도자는 나르시스트가 아니어야 하고 거기다 한 가지 더 보태면 최소한 모국어에는 능통해야 해. 자기가 뭔가를 설립했다고 실컷 자랑해놓고는 그 말 때문에 상황이 불리해지니 ‘나’라는 주어가 빠져서 내가 설립한 것이 아니라고 우긴다거나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같은 말을 하면 내가 아무리 슬퍼도 슈퍼마켓 매대에 진열된 벌꿀을 지나치는 순간만은 슬퍼할 수가 없게 되는 이상한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거든.
--- p.177

그리고 이 사상에 의하면 이런 응용도 가능해. 지금 연애를 못 하면 다음 주기에도 또 연애를 못 해. 지금 못생긴 남자를 만나면 다음 생에도 또 못생긴 남자를 만나. 그래서 우린 당장 이 사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이건데, 지금 이 책을 안 읽으면 다음 생에도 또 못 읽어. 그래서 못 읽음으로써 놓친 기막히게 변태스러운 내용들을 영원히 모르게 되는 거야. 그러니 지금 당장 이 책을 다 읽어야겠어, 안 읽어야겠어?
--- p.187

“저기 있네...” 저 멀리 남자 새끼들의 새까만 대갈통들이 보였어. ‘10년 조금 넘게 살았지만 그중에 1년 넘는 시간을 정훈이 너와 함께 보냈구나. 시발, 우리 태어난 날은 달라도 죽는 날은 같은 거다. 정훈아, 지금이 그 시간인 거 같다.’ ‘X 됐다.’ 어차피 죽을 거 장렬하게 싸우다 죽자. 정훈아~~~~
--- p.197

그 뒤로 난 학교만 끝나면 하숙집 포커판으로 출근했어. 덕분--- p.?)에 복학생 박은 여자 후배의 라면 시중과 술 시중 드느라 매일 새벽에 지쳐 쓰러져 자야 했어. 결국 그는 다음 학기에 휴학했다고 해.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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