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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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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484쪽 | 614g | 140*210*28mm
ISBN13 9791158791292
ISBN10 115879129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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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을 꿈꾸는 살인마. 그의 지나간 연인들은 모두 방부처리 되어 ‘불멸’의 상태로 발견됩니다. 프로파일러 조이는 이 기괴한 사건에서 유년 시절 일어난 연쇄 살인 범행 도구를 마주하게 되지요. 진정한 사랑을 찾는 살인마와 그를 쫓고, 쫓기는 프로파일러의 신선하고도 유쾌한 스릴러입니다. - 소설 M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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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물에 용액을 붓자 코를 찌르는 포름알데히드 냄새가 방 안에 가득 찼다. 처음에는 이 냄새가 싫었지만 이젠 좋아하게 되었다. 냄새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게 되었으므로. 영원. 방부처리액은 부패를 막아준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말은 기껏해야 모호한 개념에 불과하다. 진정한 사랑은 이런 한계조차 뛰어넘는 법이니까.
남자는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며 전보다 소금을 더 많이 넣었다. 미묘한 균형. 쉽게 얻은 지식은 아니다. 방부처리액은 영원을 약속하고, 소금 용액은 유연성을 더한다. 좋은 관계란 모름지기 유연해야 하는 법.
잠긴 문 너머에서 삐그덕 소리가 들렸다. 소음들, 여자의 고통스러운 신음에 뒤섞여 잇따라 들려오는 삐걱대고 갉작거리는 불규칙한 소리들이 신경을 긁었다. 여자는 다시금 결박을 풀려고 애쓰고 있었다. 도무지 가만있는 법이 없고, 줄곧 남자한테서 도망치려 했다. 처음에야 다들 똑같지. 하지만 달라질 거다. 남자는 확신했다.
끊임없는 움직임은, 숨죽인 애원은, 목쉰 비명은 곧 잦아들고 마침내 멈출 것이다. 여자는 조용하고 잠잠해질 것이다. 그러고 나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리라.
--- pp.6-7

맨쿠소가 책상에 놓인 폴더를 펼치면서 운을 뗐다. “그러니까…… 특수요원 테이텀 그레이, 로스앤젤레스 지국에서 오셨군.”
테이텀이 웃음 지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1년에 걸친 아동 성도착자 조직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최근 승진했고.”
그런데 ‘성공적인’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투가 어쩐지 별로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아니, 거의 실패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테이텀은 내심 못마땅했다.
“그냥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랬나? 자네 차장 생각은 딱히 그렇지 않던데. 또 내가 알기로는 내부 감사가 있을지 모른다고…….” 맨쿠소는 페이지를 한 장 넘겨 뭔가를 읽는 시늉을 했지만, 테이텀은 이미 맨쿠소가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뱃속에 생겨난 조그만 분노의 덩어리가 점차 커지는 듯했다.
맨쿠소가 폴더를 내려놓고 말했다. “우리, 툭 까놓고 말해보지. 자네가 승진한 이유는 이게 대중의 관심이 높은 사건이었기 때문이야.”
“뭐 남 일 같진 않으시겠죠.”
장하다, 테이텀. 5분도 안 됐는데 이미 상사가 널 싫어하게 만들다니.
--- pp.22-23

남자의 얼굴에서 무엇을 봤기에 그토록 겁을 먹은 걸까? 공포에 질린 남자는 서둘러 차로 돌아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평소와 똑같아 보였다. 남자는 집으로 차를 몰고 돌아가 욕실에서 샤워를 하며 긴장을 풀었다. 다음번엔 더 나으리라. 여자가 좀 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리라. 하지만 우선 여자와 헤어져야 했다.
남자는 바닥에서 여자를 들어 올려 도로 의자에 앉혔다. 여자는 둘 사이의 긴장을 감지한 듯, 탁자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남자는 여자의 팔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웃음 지으며 물었다. “우리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 안 그래?”
남자는 둘 사이에 침묵이 감돌게 했다. 여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남자는 자기가 아는 것을 죄다 떠올리려 애썼다. 그동안 본 영화와 읽었던 책들. 여자는 울 것이다. 여자는 아름다웠다. 순간, 남자는 하마터면 마음을 바꿀 뻔했다. 다시 잘해보자고, 다시 기회를 달라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결국 두 사람에게 상처만 남으리란 사실을 알았다.
--- pp.50-51

박사는 눈을 깜빡이고 이를 악문 후 일어서서 문을 꽝 닫고 나갔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테이텀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조이를 보았다. 조이는 차분히 그 눈길을 받았다. 저 프로파일러를 퇴치하라고 날 데려온 거 아닌가? 이 일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진행되길 바랐을까? 마르티네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었잖아요.”
조이가 받아쳤다. “저는 동의할 수 없어요. 상황이 좀 가열돼서 유감이지만 저 사람은 경위님한테 해로운 조언을 했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 수도 있었어요.”
마르티네스가 물었다. “이제 어쩌죠? 당신 친구분 말이 옳다는 말씀인가요? 우리가 살인범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범죄 현장에서 잠복근무를 해야 하나요?”
조이와 테이텀이 눈을 맞췄다. 조이가 말했다. “이 살인범은 그렇지 않아요.”
테이텀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요?”
“그건 사실이에요. 연쇄살인범들은 종종 범죄 현장에 돌아와요, 대체로 자기 행위를 돌아보며 자위를 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이 범죄들은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벌어지지 않았어요. 첫 피해자는 자기 아파트에서 살해당했는데, 범인이 과연 거기로 돌아갈지 의문이에요. 두 번째 피해자는 길거리에서 사라졌고, 결박당했음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있어요. 따라서 저는 이 피해자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납치당했고 살해당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라면 결박을 왜 했겠어요? 시신들이 발견된 장소는 살인자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거예요. 범인이 이끌리는 곳은 자기가 여자들을 실제로 살해한 장소겠죠. 거기서 잠복근무를 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어요. 인력 낭비에 불과해요.”
조이가 테이텀을 향해 도전적인 눈빛을 보내자 방 안에는 팽팽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 pp.84-85

“고양이가 나랑 둘만 남겨두고 갔다고 너한테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네가 침실에 두고 간 갈색 구두 알지?”
테이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끼며 대답했다. “네.”
“거기에 똥을 쌌다, 테이텀.”
“젠장, 버리셨어요?”
“난 손끝 하나 안 댈 거야. 냄새가 나지 않게 문을 닫아놨다. 오줌 냄새도 차단할 겸.”
“오줌 냄새라고요?” 테이텀은 자리에 앉았다. 아, 이게 사는 건가.
“네 고양이가 침대에 오줌을 쌌어. 그후엔 이불을 갈가리 찢어놨고.”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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