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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 2부 하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 2부 하

[ 반양장 ] 블랙라벨클럽-001이동
리뷰 총점9.1 리뷰 187건 | 판매지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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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4월 15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664쪽 | 140*210*35mm
ISBN13 9788926761519
ISBN10 892676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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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
“어제 고생이 많았어.”
그제야 발렌시아의 얼굴이 드러났다. 외르타는 종종거리며 문 앞까지 뛰어갔다. 마치 방금 전 넋을 놓고 있던 사람은 저와 다른 이였다는 듯. 그녀는 그와 마주 선 뒤에야 걸음을 멈췄다. 외르타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지나치게 컸다. 그녀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는 그녀를 잡지 않았다. 외르타는 그 사실에 의아함을 느끼다가, 의아함을 느끼는 자신에게 당혹했다. 그가 자신을 잡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일이라는 말인가?
발렌시아는 그녀가 아직까지도 쥐고 있던 잔을 빼앗아 들었다. 외르타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뚜벅뚜벅 걸어가 탁자 위에 잔을 올려 두었다. 그녀는 그의 뒤에서 팔짱을 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발렌시아 경.”
“기침하셨습니까.”
오후 두 시였다.
“아, 그래. 경, 미안하다.”
“괜찮습니다.”
“괜찮을 리가 없지. 직접 나를 데려왔다더구나. 그것도 앙히에…….”
“괜찮습니다.”
외르타는 그의 단언에 약간 당황했다. 말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내가 어제…….”
“다만 지금부로 당신에게 조건을 걸겠습니다.”
“응?”
“저택 바깥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의 저택 출입을 금합니다. 당신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은 솔 미라이예 안으로 한정됩니다. 바깥 정원에도 나가시면 안 됩니다.”
그녀는 귀를 의심했다.
“경?”
“반복해 드려야 합니까?”
“…….”
“당신은 이제 저택의 정문 바깥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제 선에서 관리할 것입니다.”
“관리…….”
“편의상의 단어 사용입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외르타는 뒤로 물러났다. 단 몇 초 만에, 턱에 걸려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가, 폈다가, 다시 확 찌푸렸다. 저 사람이 왜 저럴까. 외르타는 단 한 가지 이유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발렌시아 경, 묻겠다. 내가 어제 그만한 실수를 했나?”
“취하지 않으신 듯 정정하셨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저는 어제와 같은 방종함이 당신의 안전에 해가 되리라 판단했습니다. 이것은 양국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는 분께는 당연한 경계입니다.”
그녀는 기가 막혀 무슨 반박을 하지도 못했다.
“동의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는 그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뒤돌았다. 그녀는 계속 얼떨떨하게 앉아 있다가, 일말의 불안감을 느껴 소리를 질렀다.
“경! 농담이지? 농담이라고 하렴.”
지금 훼방을 놓지 않는다면 저 거짓말 같은 말이 진짜가 될 것 같았다. 요구를 들은 발렌시아가 반쯤 몸을 돌렸다. 외르타는 물론 자신의 죄를 알았다.
“미안하다. 당신이 내가 없어진 자리를 보고 얼마나 놀랐을지는…… 정말 미안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나를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경, 내가 그걸 조건으로 하고 솔 미라이예에 왔잖아.”
잘못에 움츠러들어도 이 기세등등함만큼은 도무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뻔뻔함은 결국 천성이다. 외르타는 마지막 남은 양심으로 제 오른손을 가슴에 댔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으마. 알드 바제사께 맹세할 수도 있어.”
“객으로 머무시는 한 유효한 명령입니다.”
외르타는 확 들끓는 속에 침대 기둥을 잡았다. 맹세했던 손이 미끄러졌다. 자신도 모르게 거울 같은 말이 반사되었다.
“명령?”
“객과 가주는 피보호자와 보호자의 관계입니다. 고려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명령이란 말 당장 취소하지 않으면…….”
“언짢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입니다.”
외르타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 뛰어내렸다. 발렌시아는 그 모습에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외르타는 그런 그에게 시선을 두지도 않고, 곧장 침대 옆 의자에 개어 두었던 아델의 붉은 천을 꾹 쥐어 들었다. 작은 맹금처럼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의 말은 잘 알아들었다. 발렌시아 경, 명령이라? 명령? 되었다. 더 이상 여기에는 안 머문다. 객이고 뭐고 안 해.”
정적.
외르타는 자신이 전조 없이 난폭해져도 상대의 표정에 동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황했다. 제 난폭함은 사실 시위였다. 방금 전 스스로 위층의 계단을 보며 생각했듯이, 딤니팔, 이 동부의 땅에서 그녀가 제대로 누울 수 있는 곳은 이 자리뿐이었다. 이곳이 아니면 도대체 어느 곳에 가서 편안할 수 있겠는가. 떠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잉그레에 가신다면 이보다 더 엄중한 보호를 받으실 수 있을 테니 다행입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귀를 의심했다. 저자가 지금 무어라 말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외르타가 이해하든 말든 발렌시아는 적당한 속도로, 적당한 높낮이로, 무감동하게, 끊임없이 공고해 나갔다.
“비전하께서는 언제든 당신을 기쁘게 맞아 주실 것입니다. 아직 데카를로의 방에 계실 시간입니다. 전하께 무례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또한 폐하께서도 일전에 이미 제게 부탁하신 바, 당신의 의탁에 놀라지 않으실 것입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셔도 괜찮습니다.”
외르타는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깨달았다.
“새벽에 르나치 공에게 이끌려 조각길에 들어섰고, 그를 공작이 경계해 금족령을 내렸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동의할 수 없었다, 말씀하십시오. 폐하께서는 이해하실 것입니다.”
“당신…… 처음부터…….”
“후일 뵙더라도 예의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번복의 여지없이 성큼성큼 떠났다. 외르타는 한 대 맞은 듯 멍하니 서서 그의 메마른 등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을, 그의 표정과 그의 생각을 도무지 모르겠다. 방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축객령은 순식간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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