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꿈이 뭐냐고? 꿈이라. 어릴 적 엄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엄마는 더 크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아이가 내게 질문한 뒤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머릿속은 며칠 동안 그 생각으로 가득했다. 어느 날 잠든 아이들을 뒤로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아이만 키우고 말 건 아니었다. 아이를 키우고 나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구직 활동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경단녀 말고, 육아 후에도 돌아갈 곳이 정해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출산을 위해서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기간제 교사가 아니라, 나도 당당히 출산휴가를 내고 출산 준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그렇게 아이의 질문은 나의 인생 질문이 되었다.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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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 동안 아이의 질문을 곱씹으며 내린 결론은 이랬다. 서른 중반에 들어선 나이지만 나는 아직 성장하고 있고, 진짜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것. 그건 사실이었다.
사실 이 나이면 뭐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아니, 서른이면 많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루고 안정기에 접어드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중략)
마냥 흘러간 시간이 안타까웠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를 옹호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나이가 된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이다.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으며, 게다가 일까지 하느라 꿈 따위는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현모양처가 되는 것을 꿈꿨는데, 어쩌면 지금의 삶이 거기에 맞닿아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안심했다.
그러다가 불쑥불쑥 불안함이 밀려왔다. 진짜 내 꿈이 뭐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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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시험에 합격한 후 결혼하겠다던 내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럭저럭 살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그 생활에 안주하게 된 것이다. 꿈은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 숨어서 도통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공부를 할 수 없는 다양한 핑곗거리를 만들어 현실과 타협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기간제 교사의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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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것,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오랜 꿈이었는데도 현실 육아는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다. 독박육아가 이리 힘들 줄이야. 각오만으로는 그 시간을 버티기 힘들었다. 육아 전쟁이라는 말이 전적으로 공감이 되었다. 육체적인 피곤과 힘듦보다 마음이 병들어 가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게 뭐든 육아 말고 몰입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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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최소한 3년은 부모가 애착 육아를 해야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로 자란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3년이라는 시간을 버틸 여력이 없었다. 집에서 육아만 하다가는 반쯤은 미치겠다 싶었다. 그렇게 도망치듯 기간제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아이만 전적으로 키운 시간이 정확히 2년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아이 셋을 낳아 키우겠다는 엄마가 고작 2년이라는 육아 시간을 버티고는 두 손 들고 항복했으니 말이다.
--- p.35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육아를 해내면서, 나는 다시 나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답답한 24평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의 역량을 키우고 성장하고 싶었다. 나도 대화가 되는 ‘사람’을 만나 주저리주저리 ‘말’이라는 걸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워킹맘의 삶을 선택했다. 대단한 사명감으로 일을 했다기보다 내가 살고 싶어 일했다. 단지 그 이유가 다였다.
--- p.37
나는 비정규직으로 내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정규직에 대한 열망은 있었으나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임용고시가 두려워 다른 취미 생활에 눈을 돌린 적도 있었고, 공부하는 흉내만 냈던 적도 많았다.
기간제 교사의 삶은 공부로부터 도망친 결과라고 생각했다. 누구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서러웠다. 즐겁게 일을 하다가도 유난히 연말이 되면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런 마음으로 언제까지 살아야 하는지 답답했다.
--- p.75
서른넷, 셋째 아이 출산과 동시에 임용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공부를 위한 준비 기간으로 정했다. 내가 치르는 시험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공부해야 할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 공고문을 프린트했다. 그리고 수많은 합격 후기들을 보며 어느 범위까지,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 할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다음으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공부법에 관한 책을 훑어보며 나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데 주력했다. 자신의 성향과 환경, 처해있는 상황에 맞는 공부법을 찾아야 효과적으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상황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가장 효율적인 공부법을 찾아야만 했다.
--- p.82
‘애들 재우면서 또 잠들었네!’
아이들 등원 시간에 맞춰 겨우 일어나서는 또 자책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다 그렇지!’ 하면서 합리화를 해보지만, 또 밀려버린 공부 계획표를 보니 한숨만 나왔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조금이라도 공부해둬야 강의 진도에 맞춰 공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곤함 때문에 아이들을 재우다 나도 따라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에는 한없는 후회만 남았다.
--- p.121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괜찮다. 공부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실천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묵묵히 조금씩 성취하면 된다. 최종적으로 이뤄낼 목표를 확인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 하루, 이번 주 동안 해야 할 단기 목표를 세워 하나씩 해치우면 그만이다.
목표가 명확하고 그에 알맞게 잘 실천한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만큼의 경지에 분명히 오른다는 것을 믿으면서 말이다. 그 과정을 충분히 즐기면서 목표를 성취하는 맛을 경험하기 바란다. 그 작은 성취가 모여 결국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p.141
공부는 시간 싸움이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더욱 피부로 와 닿는다. 교재의 페이지를 넘기는 그 시간까지도 아껴야 할 때가 온다. 요약하며 줄여가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처럼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육아 맘에게 공부 시간 확보는 늘 중요한 요소였다. 공부할 범위와 시간을 줄여가는 공부를 해야 하는 수험생에게 교재 내용 전체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 p.164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누구는 시간이 없어서, 누구는 용기가 없어서 시작하지 못하고 망설인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나의 존재는 점점 작아진다.
해야 할 일에 치여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를 키우고 나면? 돈을 조금 모으고 나면? 서른에 할 일을 마흔에 하겠다, 쉰에 하겠다고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면, 무너진 자존감을 세워가면 될 일이다. 내 마음이 시키는 것을 조금씩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하고 싶은 일을 능숙히 해내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지금 내 앞에 당장 해야 할 일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리고 꿈 목록을 하나씩 써 내려가면 좋겠다. 그 안에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오늘 그 일을 위해 몸을 움직이기를.
--- p.209
무슨 일을 하든지 처음은 늘 서툴다. 처음은 어렵고 힘들다. 사소한 습관 하나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잦은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도전한다. 그러다 어느 한 지점, 고비를 넘기면 마음이 편한 상태가 되고, 능숙해지는 날이 온다.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실패와 도전이 반복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자신을 다독이며 실천해 가면 된다.
--- 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