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 원인은 외부에 있지 않다. 우리 인간 자체에 존재한다. 모든 질병은 어떤 원인들의 결과다. 자연의 법칙을 어기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다. 병은 본시 무지, 공포, 사랑의 결여, 사랑도 쟁취 가능한 것으로 여기는 독선 등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에서 생긴다.
육체와 마음이 그 본래의 리듬을 잃었을 때 병은 생긴다. 이를 반증적으로 따지면, 본래 몸의 리듬을 되찾으려는 처절한 싸움 역시 바로 병인 것이다. 이런 이치를 알 때 비로소 싸움은 멈추게 된다. 이는 내 말이 아니다. 어느 서양의학자가 내밀하게 고백한 부분이다.
병의 원인을 아는 순간 병은 사라진다. ‘사탄은 그 존재를 아는 순간 사라진다’는 성경 말씀처럼. 이런 이유로 먼저 병을 치료하고자 한다면 인간 본성부터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의사는 환자를 만나면 반드시 환자의 몸이 아니라 마음부터 살펴봐야 한다. 근원적인 것에 천착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마음과 공명하는 동양의학을 새롭게 말해야 할 이유다. ---「서문」
과거와 달리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을 많이 하는 현대인들이 소모하는 열량은 두 끼 정도의 식사로도 충분하거나 넘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한 끼만 먹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음양의 조화가 제대로 한 끼에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기(五氣)나 오미(五味)가 잘 담긴 음식을 충분히 먹을 기회를 1식이 제한할 수 있다. 한 끼만 먹기 위해 식탁을 풍성하게 할 사람은 없다. 자연히 음식의 가짓수가 줄게 되면 음식의 다섯 가지 기운과 다섯 가지 맛이 담길 수 없다. 「황제내경」 ‘소문’편에도 마시고 먹는 데 절도와 절제가 있어야 한다는 ‘음식유절(飮食有節)’ 정도만 언급했지 몇 끼를 먹으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1일 1식을 할 수는 없다. 성장기 학생이나 뇌를 바쁘게 사용해야 하는 수험생에게도 마찬가지다. 직장생활 속 사교 오찬이나 만찬, 부모의 밥상머리 교육도 1식을 하게 되면 할 수 없을지 모른다. 나 홀로 사는 세상이 아니다. 도저히 1식의 패턴을 맞추기 힘든 사람이나 머리가 핑 도는 영양 부족, 불균형의 사람들이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식사 형태다. ‘음식유절’도 정도껏이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줄을 끊을 수도 있으니…. ---「1일 1식이 좋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국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하지만 예전보다는 덜 먹거나 먹더라도 싱겁게 먹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밥과 국물을 함께 먹거나 식사 때 물을 마시는 것이 소화작용을 떨어뜨리는 일일까?
우리는 속이 불편하거나 입맛이 없으면 죽을 먹는다. 죽은 수분량이 많아서 많이 씹지 않고 그냥 후루룩 삼키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고 흡수에 문제가 생겨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죽만큼 소화가 잘되는 음식도 없다. 죽을 먹고 한 번 돌아서면 금세 배고파질 지경이다. 죽은 한 번 걸쭉하게 끓여서 소화가 잘되는 것이라고 하면,
우리가 즐겨 먹는 국수나 냉면은 또 어떤가. 국물까지 많이 마시는 경우도 많은데, 소화가 잘 안 돼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역시 소화액을 희석시키는 수분량이 문제라면 수분이 많은 수박은 소화가 잘 안 되고, 뻑뻑하게 물 없이 먹는 찐 고구마는 소화가 더 잘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잘 씹어서 삼키면 물론 침의 분비량이 많아지고, 위장 안의 소화액이 충분하면 소화가 잘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물을 마신다고 해서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은 억지다. 이것은 이론적인 측면만 부각된 나머지, 실제로 인간의 몸에서 이뤄지는 기능과 결과가 무시된 측면이 많다.
본시 위장은 습(濕)을 좋아하고 조(燥)를 싫어한다. 물은 일종의 소화제로 작용할 수 있다. 물은 음식물이 소화가 잘되게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입이 자꾸 마르는 사람은 물이나 국이 없으면 오히려 식사하는 것이 더 힘들다. 위산이 너무 많이 분비되는 사람도 차라리 물을 마셔서 위산을 희석시키는 것이 소화에 더 좋을 수 있다. ---「‘식사 때 물을 마시면 소화를 방해한다?」
한의학에서는 우울증은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痛卽通)」의병으로 본다. 막히지 않고 잘 통하면 아프지 않고, 아프지 않은 것은 잘 통하기 때문이라는 이 말은 「동의보감」에 나온다. 몸이든 사람들과의 관계든 세상 살아가는 이치가 그런 것 같다. 잘 돌아가고, 잘 흘러야 한다. 막히면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자연은 순환의 질서 속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변화한다. 낳고, 번식하고, 생장하는 것을 반복한다. 자연은 바로 소통의 달인인 셈이다. 자신, 가족, 이웃, 사회와 소통하지 못할 때 걸리는 병이 우울증이다.
동양의학은 그 질병보다는 사람에 더 주목한다. 허리통증이라는 결과보다는 그 사람의 어떤 문제가 이러한 통증을 만들어냈는지를 보는 것이다. 통증이 왜 생겼는지의 근본을 찾아가다 보면 통증이 있는 근육, 뼈, 신경의 문제를 넘어 그 사람의 자세, 식사, 수면, 음주, 마음 등 생활의 모든 부분을 보게 된다. (중략)
우울할 때는 밖에 나가서 햇빛을 충분히 쬐고 부지런히 걷는 것이 좋다. 양기를 북돋아 주는 햇빛을 충분히 받으면 몸 안의 기의 소통이 원활해진다. 또한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자 의학적으로 증명된 행복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왕성해진다. 세로토닌 신경이 약해지면 우리는 정신적 · 육체적 고통을 겪게 된다. 활력 넘치는 생활을 위해서 많은 돈을 들인 장비로 운동하기보다는 볕 좋은 날 30분 이상 산책을 하는 것이 더 낫다. ---「우울증은 전염되지 않는다?」
당뇨병은 그 자체보다 후유증이 더 무섭다. 당뇨병 역시 충분히 예방하고 고칠 수 있다. 물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선척적인 요인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후천적인 요인을 철저히 통제하면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다. 불규칙한 식사나 지나친 고량진미(膏粱珍味) 또는 심신의 과로와 스트레스, 무리한 성생활 또는 약물 오용 등을 이상적으로 조절하면 가능하다.
당뇨병에 걸리면 몸에 열이 많아져 목이 마르고 오줌이 많아진다. 「동의보감」에서는 치자가 성질이 차기 때문에 열독을 없애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어서 속을 끓여 가슴이 답답해서 화딱증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치자는 입안이 자주 마르며 눈이 충혈되고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줌도 잘 배출되도록 돕는다.
매운 향신료나 고칼로리 음식 등을 멀리해야 한다. 이것들은 열을 내기 때문에 안 좋다. 보리밥, 참외, 수박, 오이 등의 서늘한 음식을 가까이해야 한다. 소화과정에서 수분 소모가 많아 몸을 건조하게 만드는 밀가루, 열성을 지닌 묵은 밀가루는 피해야 한다.
---「당뇨병은 알아도 고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