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낮의 환한 빛 아래서 보면 다음 두 가지 모두 그야말로 이상하고 독특하게 보인다고 주장한다. 변이의 시기에 비치는 그릇된 황혼에 비춰볼 때만 그것들은 다른 모든 것과 비슷하게 보일 뿐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사람’이라 불리는 피조물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라 불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을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전반부에서는 인류가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던 때에 펼친 주요 모험을 간추려 보았다. 후반부에서는 인류가 기독교인이 되어서 발생한 변화를 요약했다.
--- p.17
나는 독자가 기독교 세계를 외부에서 통째로 바라보되 여러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보도록 돕고 싶다. 이는 독자가 자연을 배경으로 삼아 인류 전체를 바라보기를 원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바라보면, 둘 다 초자연적 존재처럼 그들의 배경에서 두드러진 존재로 부각된다...붉은 흙으로 빚어진 인간은 자연의 푸른 초장 위에 뚜렷이 드러나고, 순백의 그리스도 역시 붉은 흙덩어리인 인류 위로 뚜렷이 부각된다.
--- p.25~26
이집트가 전제 정치와 문명 사이의 잘못된 해석을 반박하듯, 바벨론은 문명과 미개함 사이의 엉뚱한 해석을 논박한다. 바벨론 역시 첫 기록이 쓰인 시점은 이미 문명화된 상태였다. 바벨론 문명이 의사전달 체계를 갖출 정도로 충분히 성장한 뒤에야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는 간단한 이유에서 알 수 있다.
--- p.115
비교종교학은 정말로 매우 비교적인 학문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주로 정도, 거리, 차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비교종교학이 비교하려고 애쓸 때는 그저 ‘비교적’ 성공할 뿐이다. 비교종교학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로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을 비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p.147
그런 모든 이방종교의 본질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오직 상상력만으로 신의 실체에 이르려는 시도라고. 여기서는 이성이 상상력을 조금도 제한하지 않는다. 인류의 모든 역사를 살펴보면 이성이 고도로 발달했던 문명사회에서도 이성은 종교와 분리된 것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 p.198
불교는 단지 하나의 철학이라는 견해에 불교도들이 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을 단순히 지적인 게임으로 본다면, 즉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이 놀았던 것처럼 세계를 공처럼 위로 던지고 받는 유희로 본다면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은 붓다가 한 형이상학적인 학문을 창시했다는 말일 것이다. 또는 심리학적 학문이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 p.238
유물론적 역사 이론은 모든 정치와 윤리는 경제의 표출이라고 하는데, 이건 정말 너무나 단순한 오류이다. 이 이론은 생활에 필요한 조건과 삶의 정상적인 관심사를 혼동하는데, 이 둘은 아주 다르다. 마치 사람은 두 다리로만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오직 신발과 스타킹을 사려고 걸어 다닐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 p.246
교회는 삶의 모든 면에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데 비해 인생 자체는 그렇게 공급하지 못한다. 다른 모든 사상 체계는 교회에 비하면 편협하고 불충분하다. 이는 허풍이 아니다. 이는 진정한 사실이자 진정한 딜레마이다.
--- p.315
우리는 그리스도의 출생과 기독교의 탄생 모두에 똑같은 혁명의 역설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무언가가 멸시당하는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그 동굴은 한편으로 버림받은 자들이 쓰레기처럼 휩쓸려 버려지는 구멍이나 구석일 뿐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폭군들이 보물처럼 찾고 있는 무언가 귀중한 것이 숨겨진 곳이다.
--- p.323
이제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정말로 사람의 이야기로 읽는다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지적하고 싶은 바는, 그렇게 아무 편견 없이 복음서를 읽으면 당장은 믿지 않더라도 최소한 믿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는 당혹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p.331
그러나 열쇠의 비유는 정확성을 갖고 있어서 정확히 파악된 경우가 드물다...그리고 그 현상을 짧게 묘사할 때 열쇠라는 옛 비유보다 더 완벽한 것은 없는 듯하다. 초기 기독교인은 바로 열쇠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또는 그가 전한 내용이 열쇠였다. 당시의 모든 기독교 운동은 그 열쇠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있었다.
--- p.379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 두 가지 반박으로 시작해도 좋겠다. 첫째, 기독교 신앙이 단순한 시대, 곧 무지하고 속기 쉬운 시대에 등장했다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이다. 둘째, 기독교 신앙은 단순한 것, 즉 모호하거나 유치하거나 본능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난센스이다.
--- p.387
그때 만약 교회가 그 세계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유럽은 현재 아시아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물론 고대 세계와 같이 현대 세계에서도 눈에 띄는 인종과 환경의 진정한 차이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무튼 우리가 대체로 변화 없는 아시아에 관해 얘기하는 까닭은 그 대륙이 큰 변화를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 p.421
이 책은 오직 이교적인 인류 속에 나타난 기독교는 유일무이한 것의 모든 특징을 지녔고 심지어 초자연적인 것의 특징까지 갖고 있었다는 주장을 펼치는 책이다. 기독교는 다른 어떤 것과도 달랐다. 그리고 우리가 기독교를 더 공부할수록 그것은 다른 어느 것과도 덜 비슷해 보인다.
--- p.444
기독교세계는 혁명을 연이어 겪었고 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기독교는 죽었다. 기독교는 여러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왜냐하면 무덤에서 나오는 길을 아셨던 하나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역사를 특징짓는 첫 번째 놀라운 사실은 바로 이것이다. 유럽은 반복해서 전복되었고 각 혁명이 끝날 때마다 다시 기독교가 꼭대기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 p.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