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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 올컬러 ]
라문숙 | 혜다 | 2020년 03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61건 | 판매지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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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에세이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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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64g | 130*188*17mm
ISBN13 9791196719456
ISBN10 119671945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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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함으로 가득 찬 삶은 얼마나 분주한가? 정해진 것 없이 아침마다 온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삶의 고달픔, 만약 미미하게나마 내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아마 ‘아름다운 것’ 정도가 아닐까? 가능한 끝까지 밀어붙이자고 다짐하면서도 매일 실패하는 나, … 언제 변할지 몰라 더 즐겁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머뭇거림, 느끼는 대로 산다는 것이 어쩌면 이런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위안을 삶는다.
--- 「느끼는 대로 살고 있나?」 중에서

매일 비슷한 때 일어나 비슷한 날들을 보내며 살고 있다. 마치 이렇게 살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어제 한 일을 오늘 또 하면서 지겨워하거나 실망하지도 않는다. 특별한 기대도 희망도 없지만 그런 날들이 모여 괜찮은 한 달이 되고 기억하고 싶은 한 해가 된다는 비밀을 내게 알려준 게 그림책이다.
--- 「그림책의 힘」 중에서

어느 날 내가 문득 낡은 그림책들을 보는 건 그 각각의 ‘나’들을 만나는 것과 같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를 때, 숨고 싶을 때, 그리울 때, 어쩔 수 없을 때, 내게서 멀어지고 싶을 때 내 안의 ‘나’들을 다시 만난다. 마흔 살의 내가 스무 살의 나를 용서하고, 열다섯 살의 내가 쉰 살의 나를 이해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내가 나와 화해하고 싶을 때 그림책들이 도움이 된다. 그래서 그림책을 산다. 씨앗을 고르듯이 그림책을 고른다.
--- 「내 안에는 여럿의 ‘나’가 함께 살고 있다」 중에서

그럴 때 누가 왜 우느냐고 물어봐 줬으면. 그 질문에 대답해봤으면.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다고, 저녁노을이 지는데 시장 간 엄마가 아직도 안 오셨다고, 새로 산 구두를 잃어버렸다고, 제일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가버렸다고, 첫사랑이었을지도 모르는 남자친구가 사라졌다고 대답하면서 꺼이꺼이 울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홀가분하고 맑아졌으면.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난데없이 울컥할 때가 있다」 중에서

비록 서툴고 어눌할지라도 내 속을 통과해서 나온 언어들은 그냥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씨앗이 된다. 글을 쓰는 동안 내 몸속에 숨어있던 씨앗들은 싹이 트고 자라서 꽃으로 피어났다. 그림책 씨앗들이 피운 꽃의 꽃말은 “괜찮아요”다.
--- 「그림책을 읽는 것은 그림책 속 장면들을 내 방식대로 다시 그리고 쓰는 일」 중에서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게 너무 많았다. 어느 날 그림책이 이유를 찾아 헤매는 내게 물었다. “왜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이유 없이 좋은 것, 그게 제일 좋다. 삶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 반대도 성립한다. 우리는 여전히 오늘을 살고 지난날들은 꽃밭처럼 아름답다.
--- 「한때 그림책의 주인이었던 어른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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