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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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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34g | 152*210*13mm
ISBN13 9788952242051
ISBN10 89522420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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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는 키가 작았기에 도끼는 바로 노파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노파가 비명을 질렀지만 아주 약한 소리였다. 그녀는 그대로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도끼의 등으로 노파의 정수리를 계속 내리쳤다. 노파는 피를 콸콸 쏟으며 그대로 벌렁 자빠졌다. 그대로 숨이 끊어진 것이다.
그는 도끼를 시체 옆에 내려놓고 피가 묻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노파의 오른쪽 호주머니에 재빨리 손을 넣었다. 열쇠 꾸러미가 손에 잡히자 그는 서둘러 꺼냈다. 이제 더 이상 어지럽지 않았지만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열쇠를 꺼낸 후 보니 노파의 목에 걸려 있는 끈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도끼날을 이용해 간신히 끈을 잘라낼 수 있었다. 그 바람에 도끼와 손이 온통 피범벅이 되었다.
--- pp.77~78

“당신 미쳤군요.” 자묘토프가 속삭이듯 말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자묘토프를 향해 몸을 기울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술을 달싹이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 무서운 말이 그의 입술 위에서 미친 듯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말이 금방 튀어나올 것 같았다. 혀를 놀리기만 하면!
“이봐요, 그런데 만일 내가 노파와 리자베타를 죽였다면?”
그는 갑자기 입을 놀리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묘토프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더니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 p.141

“이제 됐어! 신기루 따위! 쓸데없는 공포, 환영 따위! 모두 이제 됐어! 삶이 존재하고 있어. 내가 지금 과연 살아 있지 않단 말인가? 내 삶은 노파와 함께 죽은 게 아니다! 그래, 그녀는 평온히 누워 잠자고 있고, 그걸로 충분하다! 이제 정말 끝낼 때가 된 것이다. 이성과 빛이 지배하는 세계여 오라! 그리고…… 의지와 힘이 지배하는…… 그러면 똑똑히 보일지니……. 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병이 완전히 나은 것 같았다. 갑자기 오만감과 자신감에 충만한 것 같았다. 그리고 매 순간순간, 바로 전과는 다른 인간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무슨 특별한 일이 일어나서 그를 그렇게 바꿔놓은 것일까? 그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절망감에 사로잡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던 그가, ‘아직 내게는 삶이 있다, 내 삶은 그 노파와 함께 죽지 않았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만이 확실할 뿐이었다.
--- p.156

“저는 비범한 사람은 언제나 죄를 범할 수 있고, 그럴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비범한 사람에게는 일종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암시했을 뿐이지요. 물론 공적인 권리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 무언가를…… 그러니까 그 어떤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을 자신의 양심에게 허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 제 논문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렇다면 가능한 한 명확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뉴턴이 위대한 발견을 했는데, 그 위대한 발견을 발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치지요……. 그럴 경우 뉴턴에게는 전 인류에게 그 위대한 발견을 보급하기 위해 그런 장애들을 제거할 권리, 심지어 의무까지 있을 거라는 겁니다.”
--- pp.2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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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에서 진형준 교수는 30년 넘게 문학교수와 비평가로서 쌓아온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작품을 장악하는 비상한 정신과 그 정신을 우리말로 살려내는 탁월한 능력은, 다른 이들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완벽하고 나무랄 데 없는 축역본을 만들어내었다.
- 채수환 (홍익대학교 문과대 영문과 교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업적이다. 어른들 자신도 읽기 힘들어하는 고전을 원전 그대로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오랜 편견과 오해에 정면으로 맞서 돌파해버리기 때문이다.
- 이영목 (서울대학교 인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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