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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92g | 114*184*20mm
ISBN13 9791196735555
ISBN10 119673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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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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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싸늘하고 컴컴한 거리, 나는 새벽 날씨를 우습게 본 탓에 어깨를 귀밑에 바짝 붙이고 꼴사납게 부들부들 떠는 벌을 받았다. 그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도 했고 애처롭기도 한 것이 삶의 모양새와 제법 닮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뒤로 우스꽝스러운 긴 행렬이 만들어졌다. 하나같이 어깨를 추켜세워 귀밑에 붙인, 딱 나와 같은 모습을 한. 6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예상 보다 많아서 놀랐다. 나처럼 멀리 다니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대한민국 주택 정책도 문제가 참 많다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했지만 너무 먼 회사를 골랐다 싶었다. 버스가 오기 전에 어머니께 문자를 보냈다.

‘아들이 이제 첫 출근을 합니다. 열심히 다닐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가 사준 타이를 하고 갑니다. 고마워요.’
---「’2월2일, 빙산의 아주 작은 끄트머리’」중에서

[ 모두 늦은 시간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이 회사 와서 처음 들은 칭찬이지만 여러분도 (아마) 오랜만에 들은 칭찬일 것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제가 지금 춤 추고 싶은 마음이네요. 수고해주신 분들 축하합니다. 오늘 시간 되시는 분들은 ‘치맥’ 간단히 하고 들어가면 어때요? ]
이런 메일을 더 자주 보내고 싶다. 이런 작은 성과들이 쌓여서 우리 팀원의 자신감도 회복하고 일의 보람도 더 느꼈으면 좋겠다.
---「’3월 7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중에서

[ 얼굴 보고 얘기하자 하셨지만 내일 애들이랑 면담하실 테니 몇 가지 먼저 말씀드릴게요. 정현주 사원은 지난 2년 계약이 끝난 후에 기대했던 정사원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이 되면서 마음이 많이 다쳤습니다. 그런데도 업무는 너무나 많고요. 윤주도 그 속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재계약을 할지 이직을 할지 고민 중인 상태니, 두 사람 얘기를 더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화 씨도 애가 착해서 까라면 까고, 일도 열심히 하는데 ‘잘한다’는 얘기보다 사소한 일에 트집 잡혀서 욕만 먹으며 지내온 애라서 전보다 좋은 상사와 일했으면 좋겠고요. 기본적으로 계약직이 느끼는 소외감과 박탈감이 있을 텐데 (처음에 현주가 들어왔을 때 명함을 파달라고 했다고 계약직 직원이 우리 회사에 소속감을 가질 이유가 뭐가 있냐며 빠꾸를 먹었다가 옜다, 하고 파준 회사입니다.) 업무까지 가중돼서 계약한 9-6보다 초초초과근무를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모두가 합리적인 선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을 갈 수 있는 방법이라면 오케이입니다. ]
---「’3월21일, 폭풍전야’」중에서

“은혜도 모르는 게. 돈 부어가며 가르쳐 놨더니 일 좀 시켜보려 했더니만 다른 회사로 내빼려고?”
쏟아지는 폭언에 김윤주 씨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어서 관리팀장과의 면담 직후 자기가 처음 계약할 때 들었던 이야기와 방금 나눴던 대화 내용을 정리해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그 메일이 관리팀장에게 상당한 위협이 된 모양인지 길길이 날뛰며 협박까지 했다는 게 아닌가.
---「’3월 29일, 계약직의 설움’」중에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떤 기분인지 아세요?”
그녀의 물음에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조용히 입을 닫고 있었다. 한참 말이 없던 그녀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아, 나는 하찮은 사람이구나.”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웃기죠. 이딴 회사 그냥 확 때려치우면 되는데 그래도 혹시나 정직원 될 수 있을까 봐, 그럼 좀 더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저 진짜 하찮네요.”
---「’3월 30일,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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