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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

프란츠 리스트

: 피아니스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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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28g | 128*188*20mm
ISBN13 9788931589511
ISBN10 8931589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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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니는 51세에 『내 생애의 추억Erinnerungen aus meinem Leben』이라는 자서전에서 리스트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 자서전은 둘의 만남부터 시작하여 소년 리스트가 실력을 연마하던 시절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낸 귀중한 자료기도 하다. 아래 글은 자서전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어느 날 아침에 한 남자가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사내아이를 데리고 나를 찾아와 아이의 연주를 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아이는 창백하고 허약했다. 연주할 때는 손의 움직임에 이끌려 의자 위를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왔다 갔다 돌아다니기에 혹여나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을지 가슴을 졸였다. 그의 연주는 완전히 변칙적이며 부정확했다. 운지법도 엉망이어서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건반 위에 손을 내동댕이치는 듯했다. 그런데도 나는 하늘이 그에게 선사한 재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화성에 대한 지식 하나 없이도 천부적인 센스로 자신의 연주를 완벽하게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 p.30

리스트의 방대한 작품 중에는 다른 작곡가의 멜로디를 리스트 풍의 화려한 기교로 편곡한 ‘패러프레이즈’ 곡이 무수히 많다.
패러프레이즈란 원래 수사학 용어로 ‘유사한’, ‘의사적인’ 을 뜻하는 ‘패러para’와 ‘글, 말’ 또는 음악의 ‘악구’를 뜻하는 ‘프레이즈pharase’가 합쳐진 말이다. 본래의 글이나 한 절을 다른 말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다시 들어보면 이 패러프레이즈는 프랑스어 대화를 피아노로 치는 듯이 들린다. 마치 살롱에서 오페라나 회화나 문학에 대한 화제를 이야기하는 느낌이랄까?
--- p.78

그해 말,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스트는 르 봐이에 후작 부인의 살롱에서 당시 파리 사교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미녀, 마리 다구 백작 부인을 만났다.
마리에게 리스트는 ‘예술의 화신’이었다. 그녀는 리스트의 타고난 자질이나 재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예술적 소양을 지니고 있었다. 리스트는 그녀가 꿈에 그리던 로마 시대의 영웅처럼 비추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연애는 파리 사교계를 뒤흔드는 중요한 스캔들이 되었다.
--- p.84~87

리스트의 열광적인 팬들은 ‘리스토마니아lisztomania’라고 불리며 어마어마한 집단을 형성했다. 그 집단이 항상 여성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그녀들은 집단 히스테리로 보일 만큼 몰려다니며 열광했다.
리스트의 연주를 듣고 기절한 여성들은 바로 이 부르주아 집단이었다. 이 모습이야말로 음악을 통해 쾌락을 추구하고 그것에 푹 빠진 ‘노예 청중’의 상징이자 19세기라는 시대를 대변하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여러 가지 단서들을 조합하여 추측해 보면, 이렇게까지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열광하게 된 배경에는 리스트라는 한 인물 때문만이 아니라 ‘우상’이 필요했던 당시의 시대적 맥락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 p.129

이전까지 피아노만으로 연주회를 연다는 발상은 그 누구도 생각해 내지 못했다. 그 유명한 쇼팽조차 평생 단 한 번도 솔로 콘서트를 연 적이 없다. 그 당시 콘서트는 공연 하나에 피아노도 있고 가곡도 있으며 실내악도 있는, 이른바 혼합형 콘서트였다.
리스트는 1839년 6월 4일 벨조이오소 대공비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이 고단한 음악적 독백의 발명을 나는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툼에 지쳐 일반적인 프로그램을 짜지 못하고, 이어지는 연주회를 저 혼자서만 하기로 했습니다. 청중을 향해 마치 루이 14세가 된 마음으로 힘차게 “내가 바로 음악회다.”라고 외치려 합니다.’
--- p.138

리스트는 피아니스트로서 피아노를 정복하기를 바랐다. 유소년기부터 천부적인 센스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의 연주 기술 대부분은 오랫동안 피가 맺힐 정도로 수련한 결과 얻은 것이었다.
리스트는 젊은 시절 당시 유럽에서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킨 바이올린의 마술사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는 그의 훌륭한 초절기교에 감탄을 금치 못하여 ‘나는 피아노계의 파가니니가 되겠어!’라고 외치며 미친 사람처럼 연습에 몰두했다고 한다.
--- p.155

둘은 최고의 라이벌이었지만 경쟁 상대는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의 진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쇼팽의 연주를 파리에서 처음 들은 리스트는 피아노가 가진 시적 표현의 가능성을 알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쇼팽 또한 피아니스트 리스트에게 탄복했다. 1833년 6월 20일, 쇼팽이 자신의 벗 페르디난트 힐러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금 리스트가 내 연습곡을 바로 옆에서 연주하고 있어. 내가 쓴 곡을 어떻게 연주해야 좋을지 그에게서 빼앗아 오고 싶네.’
--- p.205

‘살아 있는 모든 귀한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고,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평안히 잠들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예술이자 목적입니다.’

리스트는 1865년 4월 로마에서 삭발식을 하고, 같은 해 7월에 신품 성사를 거쳐 성직자가 되었다. 아직 살아 계셨던 그의 어머니는 그 소식을 듣고 ‘정신적인 자살’이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리스트는 왜 성직자의 길을 걷고자 했을까?
그것은 그의 예술에서도 필연적인 일이었다. 음악이 종교나 다름없던 그에게 예술적 세계관이나 예술에 대한 헌신 역시 모두 종교적 정신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 p.259~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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