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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후의 사람

이름 이후의 사람

파란시선-0059이동
전형철 | 파란 | 2020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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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20g | 128*208*10mm
ISBN13 9791187756705
ISBN10 1187756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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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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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종말은 내 처음의 것.
말이 늦다. 유음은 배워 두고 받침은 잃어버린다. 문자의 유전자는 사라지지 않고 심장 아래 잘 끼워진다.

아직이거나 이미였던 것들에 달린 열성의 꼬리표.

날이 차면 산이 밝아진다. 코끼리 뼈를 상처 없이 도려내고 한 줌 모래알을 쥐고 단풍잎에 한 손을 올린다. 배경이 사라지고 창살만 남는다. 손가락을 벌린다. 느리게 감옥은 커진다.

칸막이 하나다. 밤이 무덤을 열어 문에 들어앉는다. 지키지 못한 임종을 옷걸이에 걸어 두고 턱을 성호의 방향대로 긋는다. 신음은 낮고 치명적으로.

둥지에서 죽지 못한 아기 새에게. 부디. 산 자의 놀음. 죽은 자의 기도. 뒤로 돌아 걸으며.

세상의 모든 탄생은 나 다음의 일. ***
--- 「슬프다고 말하기 전에」 중에서

지나간 계절은
잇바디에
검은 호두를 굴리며 산다

아침을 박차고 나가는 침대에 남은 어둠과
마르지 않은 이슬과
달리는 원들이 가르는 신호

나는 시작되고 싶지 않아

가속이 시작된 별자리를 향해

쏘아 올린 말은

누구의 우주에 매달리고 있나, 휘고 있나, 달리고 있나

오래 중심을 지킨
바큇살처럼
첨점(尖點)의 고리를 따라

너를 닮아
홀로 무너지는 일

마음을 세운다는 것과

마음의 지분을 계산한다는 법

초원을 헤엄치는
비린 바람의 비늘을 말린다

두 팔을 벌려 알을 털어 내듯

파편들 부스러기들
뿔뿔이 흩어지고
산산조각 나는 ***
--- 「사이클로이드」 중에서

순치 18년 정월 13일 계해(癸亥) 밤 5경 혜성이 동쪽 하늘의 우수(牛宿)에 속한 하고성(河鼓星)에 나타났다*

염소의 머리를 하고 물고기의 모습을 한 별이 기수(汽水)에 떨어졌다 소격서의 제조가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고 제를 올렸으나 주위의 촛불들이 하나둘씩 꺼졌다 나라에 빛이 사라진 첫날이었고 상(上)은 군(君) 항(行)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변고에 대비하였다

혜성이 하고성의 소성(小星) 가까이로 조금씩 이동하였다*

낮부터 취중에 귀뚜라미들이 허공을 채웠다 솔(?)의 무리가 지나는 자리마다 백성의 귀는 난(亂) 중의 벽서처럼 도성에 출몰하였다 사람의 소리가 아닌 것들이 사대문의 담을 넘었고 선비를 살찌우는 비유어(肥儒魚)들이 개천을 거슬러 삼각에 닿았다 구우(久雨) 지나 건들장마에 이무기가 상의 눈썹으로 흘러들어 파천한 상은 자주 꿈에서 깨어났다

꼬리의 길이는 2척 조금 넘고, 꼬리의 자취는 하고성의 중대성(中大星)에 미쳤다*

상은 소(疎)에 위아래를 두지 않았으나 금시에 행간의 의미를 살피고자 했다 기작과 모작을 구분했고 복지지리(復之之理)의 성변을 일월로 치환하였다 마침 죽은 군대의 장군이 두 개의 단자를 올려 후인의 매무새를 급박히 알려 왔으나 서쪽 각수(角宿) 거성의 변고를 미처 알지 못하였다

혜성의 성체는 하고소성에서 점점 어두워졌다 북극과의 거리는 82도였다*

아침 어상(御床) 수라에 팔도의 귀와 입이 배설되었다 상의 정수리에 주름이 늘었고 단자의 배후에 성의(聖意)가 미쳤다 상의 선택이 무리의 기미를 보였기에 자오선 위에 배열된 별의 문장이 왕조의 문양을 붉게 물들였다
상은 그만 무렴자를 내렸다

달빛이 밝고 또 새벽이 밝아 오기 때문에 혜성의 형체가 매우 희미하였으며 꼬리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하고성(河鼓星)의 중성인 견우성이 남쪽으로 이동할 듯하자 날이 밝아 왔다 수지(手指)로 관측할 수 있는 법인데 빛이 밝아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여 관측할 수 없었다

천문학 교수 송인용(宋仁龍)
전 관상감 정 황효공(黃孝恭)
광흥창 주부 송이영(宋以潁)
홍문관 부수찬 김만기(金萬基)*

후(後)의 학문이 전대의 기록으로는 설명될 수 없었다 소리로 적었으나 뜻으로 거세했으며 알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를 수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말하지 않음으로 깊었고 모름으로 앎을 칭송했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단자의 구멍 사이로 멸실된 시간들이 익수(溺水)의 세간(世間)을 건너왔다
상의 관상감 측후(測候)와 각루(刻漏)는 수(數)와 괘(卦)로 남아
죽은 장군의 대로(大路)에 가로등을 이루었다

천행이었다
천운이 아니었다

빛이 너무 밝아서 소멸되었을 것 같으나 분명히 알 수는 없었다*

●*로 표시한 부분은 1661년 2월 11일 「성변등록」에서. ***
--- 「성변측후 단자(星變測候 單子) 2 ―단자론(monadology)」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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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철은 아무도 아닌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다. 그 말들은 누군가가 스치며 남긴 흔적이다. 놀랍게도 자신의 목소리도 이름 없는 목소리의 흔적 속에 있다. 그 흔적은 순간이라 읽을 수 없다. 다만 들어 감내할 뿐이다. 들음을 견디는 일은 “바람을 반려 삼”는 일이다(「남방계」). 그것이 이어지는 일이 삶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런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전형철의 시는 그 질문 앞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우리가 서 있는 삶의 처음과 끝을 잇는 모든 순간이 우리의 시간이라 할 때, 그 시간을 전형철은 “당신의 이름은 참”이라고 부른다(「참(站)」). 순간이 “참”으로 이어질 때 종종 우리는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앞에 무언가 나타나는 순간이 사라지는 순간과 함께 다가올 때 삶은 늘 그 살아 숨 쉼으로 인해 우리를 지나쳐 가므로, 이 지나침이 시간이므로, 시간은 우리에게 독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의 진로를 읽어 내려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별의 궤도는 이미 뒤틀려 버렸”기 때문이다(「말들의 묘지」). 그래도 전형철은 노래한다. 바로 그것이 우리를 스쳐 간 모든 삶이 태어난 순간이라면 그 뒤틀림의 기록을, 우리 생의 기이함을 감내해야 한다고. 그 행위는 늘 실패한다. 그 실패를 산다.

전형철은 그것이 우리 생의 “밀률”이라 노래한다(「카이로스」). 우리 삶이 그렇듯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아닌 노래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노래는 이후를 연다. “여전히 그 무엇도 아니”지만 이후에는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온다(「신의 사슬」). 그 이름 이후에야 우리는 다만 사람일 수 있다. 전형철이 “이름 이후의 사람”(같은 시)이라 노래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전형철은 그것이 삶이 우리에게 주는 기회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니 전형철이 듣는 이름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함께 듣자. 그 들음의 순간 우리 삶이 마주할 빛나는 순간이 시간의 처음과 끝을 끊어 내고 우리 앞에 올 것이니. 전형철의 시는 이 들음과 함께하며 이후를 여는 노래다.
- 김학중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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