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신탁을 활용한 자금조달의 법적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신탁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후 자금조달 측면에서 신탁업무를 시작하였지만, 가족신탁은 보다 더 창조적인 재산관리도구라는 점을 깨달았다. 지난 5년간 가족신탁 업무만을 전담했다. 자산가들을 만나 가족 이야기를 듣고, 가족을 위해 어떻게 자산승계계획을 수립하느냐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가족신탁으로 하나하나 풀어드릴 때 희열을 느낀다. 가족신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낯선 우리나라에서, 가족신탁을 주요 업무로 하는 신탁사업부를 맡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행히 신탁업 종사자나 신탁업 관련 전문가보다 자산가들이 가족신탁의 효용가치를 더 빨리 이해하고 가족신탁계약을 체결해 주셔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앞당겨 우리나라에 가족신탁을 정착시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 부의 세대이전이 시작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가족신탁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많은데, 가족신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고,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가족신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다.
원래는 10년 정도 가족신탁 업무경험을 쌓은 후 책을 쓰기로 했지만, 출판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5년간 약 1,000여 건의 자산승계신탁 설계 경험이 축적되긴 하였으나, 여전히 경험과 연구가 많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가족신탁 활성화를 위해 부족함을 무릅쓰고 책을 쓴다. 우리나라에서 가족신탁을 상사신탁의 관점에서 쓴 책으로는 최초가 될 것이다. 참고할 만한 선행 연구자료가 없는 까닭에 필자의 경험과 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니, 필자의 부족함을 혜량해주시기 바란다.
이 책에서 부족한 부분은 향후 가족신탁 관련 경험을 더 쌓아서 개정판에 반영할 예정이다. 특히, 가업승계신탁은 추가적인 연구와 실증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경험이 축적되면 별책으로 발간하겠다.
이 책의 목표는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회계사, 노무사 등 자산승계를 둘러싼 다양한 전문가들이 짧은 시간 내에 가족신탁을 설계하여 의뢰인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가족신탁을 직접 이용할 필요가 있는 분들이 쉽게 이해하고 가족신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술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이 책은 신탁법 이론을 깊이 다루지는 않는다. 신탁법 이론을 상세히 기술한 책은 국내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가족신탁 설계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신탁법 이론을 다룬다.
2. 현행 민법의 증여, 상속, 후견 제도를 활용한 자산승계계획 수립과 가족위험관리 도구로서의 활용과 그 한계를 분석했다. 기존 민법의 제도만으로도 자산승계계획의 수립이나 가족위험관리가 충분한 분들은 그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다만, 기존 민법의 제도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으니 가족신탁 활용을 함께 검토해보는 것을 권한다.
3. 가급적이면 가족신탁을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계약서를 넣었다. 이 책에 삽입된 신탁계약서는 금융투자협회가 제공한 예시안을 참조하고 필요한 부분은 일부 수정한 것이다. 이 계약서를 바탕으로 가족 구성원의 특징, 재산규모 및 재산유형, 가족신탁을 이용하는 분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특약을 구성해서 사용하기 바란다. 민사신탁을 설계하시는 분들도 이 계약서를 가감하여 사용하면 된다.
4. 그림이나 표를 많이 삽입하여 가족신탁계약 구조의 이해도를 높이려 하였다. 글보다 그림이나 표의 전달력이 높기 때문에 필자가 평소 강의자료로 활용하는 그림이나 표를 되도록 많이 넣었다.
5. 이 책에서 소개된 신탁설계 부분은 아직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가 없는 내용이지만, 우리나라 민사법과 신탁법을 조화롭게 해석하면서 만든 신탁설계이므로 실제 활용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6. 중요한 법조문은 가급적 책 본문에 넣어서 바로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신탁은 “가장 창조적인 재산관리도구”이다. 사회가 신탁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가족신탁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신탁을 직접 이용하는 분들은 물론 신탁 설계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전문가들이 가족신탁을 많이 활용해야 우리나라 신탁의 미래가 밝을 것이다. 저출산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정부 정책적으로도 가족신탁의 활성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영역이다. 정부가 나서서 가족신탁 관련 제도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정부, 학계, 법원, 그리고 실무자가 함께 가족신탁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시기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를 신탁의 세계로 인도하고, 인생 스승으로서 저자를 이끌어 주신 박사 지도교수이신 고동원 교수님과 석사 지도교수이신 임재연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가족신탁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신 신영증권(주) 원종석 부회장님, 황성엽 사장님, 김대일 전무님께 감사드린다. 신영증권에서 필자와 함께 ‘One-Team’을 이루어 가족신탁을 개척하고 있는 신탁사업부 조태형 부장님, 강성유 변호사, 신관식 세무사, 최준오 과장, 이영훈 세무사, 강라연 변호사, 이현정 사원과 지점 일선에서 가족신탁을 고객께 제안드리는 지점 영업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신탁실무를 많이 취급한 서동수 과장은 꼼꼼하게 교정하면서 필요한 유권해석을 제공해 주었다. 이 책을 출간할 기회를 준 조세통람 서동혁 대표님과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끝으로 집에 오면 책상에 앉아 원고 집필만 하고 있는 남편, 아빠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준 아내와 두 딸에게도 그동안 못다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2020년 6월
여의도에서 오영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