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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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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148*210*30mm
ISBN13 9791190434058
ISBN10 119043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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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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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밀려와 우리의 몸을 적시기 시작하지만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파도가 점점 밀려와 앉아 있는 우리의 몸 위로, 가슴 위로, 마침내는 목까지 물이 차오르지만,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파도가 점점 밀려와 마침내 우리의 머리가 물 속으로 잠기기 시작한다. 파도가 점점 밀려와 마침내 우리의 형체를 완전히 집어삼킨다.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단지, 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 나는 하나의 춤을 가졌다. 나는 하나의 바다를 가졌다. 빛이 산산이 부숴지는 수면 위로 흰 새의 형태를 가진 목소리가 날아간다. 그날 바닷가에서, 죽기 전의 싱그러운 젊은 처녀인 친척 여자에게, 나는 입맞추었던가. 구부러진 가운데 손가락을 가졌으며, 파도처럼 부서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집을 나갔던 내 최초의 여인, 그녀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신 웃음을 멈추지 않으면서, 해변의 새들을 향해서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새를 보고 있는 건 아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 엄마. 내 입에서는 생애 최초의 말이 흘러나오지만, 나와 그녀, 둘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 p.30, 배수아 「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중에서

술을 마시면 잠이 들어버리는 사람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고 잠들면 금세 잠에서 깨어버리는 사람. 바의 주인은 끝까지 점잖게 자리를 정리하고 선물로 꼬냑을 한 병 두고 갔다. 꼬냑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는 쓰레기를 손에 들고 나갔다. 나는 최선생의 거실에서 자겠다고 하였다. 이를 닦고 나와 최선생과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우리는 보리차를 마시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와 영화 사이 광고는 길고 나는 저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하며 영화 줄거리를 설명하려 하였지만 이미 본 영화의 내용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나는 그 때 알게 되었다. 내가 설명을 시작한 영화는 자주 막히고 이야기는 뜸을 들이고 주인공들은 무엇을 할지 몰라 멈췄다가 어색하게 움직였다가 그런 식으로 덜컹거렸다. 이야기를 얼버무리다 영화는 다시 시작하였고 나는 다음 광고쯤 잠이 들었다.
--- p.42, 박솔뫼 「매일 산책 연습」중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열에서 낙오한 흰 고니가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에 왔다
얼굴에 흰 천을 씌우고
상한 날개를 잘라야 했다
날개를 자르자 흰 고니는 더 이상 먹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눈을 가리고 주둥이를 묶고
그 사이로 미음을 집어넣었다
--- p.80, 김혜순 「고니」중에서

SNS에서 맛집 알파고 얘기가 퍼진 건 지난여름부터였다. 맛집 알파고의 활동을 요약하면 이렇다. 사람들이 트위터 멘션이나 댓글로 음식 사진을 보내면 상호를 맞힌다. 물론 보낸 사람은 사진에 대한 힌트를 전혀 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다를 것 없는 떡볶이 떡과 다를 것 없는 어묵, 평범하기 그지없는 고추장 양념의 색과 그릇을 보고도 M대학 인근의 엄마손 떡볶이입니다, 하고 답하는 것이다. 정확도는 놀랍게도 99.9퍼센트였다.
--- p.102, 김금희 「크리스마스에는」중에서

남포동 미도리마치에 내 친구들이 있다고 알려준 이는, 싱가포르 연합군 포로수용소에서 사귄 여자애다. 그녀는 보름 전 불쑥 날 찾아왔다. “9년 만에 고향집에 갔는데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날 못 알아보더라. 동생들은 쫄쫄 굶고 있고.” 그녀는 양산 내 고향집 마루에 드러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는 똥지게를 지고 마늘밭에 거름을 주러 갔다. 그녀는 내 친구들이 미도리마치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미도리마치, 미도리, 미도리…… 미도리는 초록이다. 위안소에 미도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애가 있어서 나는 그 뜻을 알고 있다.
--- p.170, 김숨 「초록은 슬프다」중에서

철판을 때리는 망치질 소리에 수레는 눈을 떴다.
새벽 두시였다. 깡깡! 깡깡! 리듬을 타는 힘차고 규칙적인 망치질 소리. 선박 수리 조선소에서 새벽 교대조로 일하는 깡깡이 아줌마들의 첫 망치질 소리일 것이다. ‘제발 잠 좀 자자. 뭘 얼마나 잘 살겠다고 꼭두새벽부터 망치질이냐’, 베개 속으로 더 깊이 머리를 파묻으며 수레가 구시렁거렸다. 하지만 잠은 이미 깨버렸다. 몇 시간이나 잠들었던 것일까. 한 시간? 두 시간? 요즘엔 엉망이 되도록 술을 마시고 엎어져도 좀처럼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른 봄, 호수 수면에 남은 마지막 살얼음판처럼 잠은 너무나 얇고 아슬아슬해서 작은 진동이나 소음에도 쉽게 깨져버린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수레는 생각했다. 베트콩들이 밤새도록 포탄을 쏘아대던 밀림에서도 잘 잤고, 극성맞은 거머리와 모기떼가 들끓는 진흙탕 참호 속에서도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잘 잤었다. 10미터짜리 파도가 연신 덮쳐대던 태평양의 그 작은 원양어선 기관실 위에서도 늙은 고양이처럼 잠만 잘 잤었다. 그런데 이 푹신한 침대 위에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잠을 더 자야 했다. 새벽에 아치섬에서 중요한 거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거래가 끝나기 전에 누군가 죽을 것이다.
--- p.202, 김언수 「물개여관」중에서

그해 K시를 연고지로 둔 야구팀의 성적은 예상 밖이었다. 원년 멤버인 야구팀은 오랜 부진을 겪고 있었고 그해 역시 마찬가지로 비관적인 성적이 예상되었다. 이미 전성기를 지난 팀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다. 선수들 평균 연령이 높았고, 투수진은 나이가 더 많았고 부진한 실적에 비례해 구단의 투자는 갈수록 줄었다. 하지만 그해 봄 연승을 거두었다. 공공연하게 놀림을 받던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서른넷에 복부 비만이 뚜렷해진 7번 타자가 홈런을 쳤을 때, 동네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 함성에 김무진의 울음소리가 묻혔다.
--- p.264, 편혜영 「냉장고」중에서

1950년, 대한민국에는 부산과 인근 지역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 오래된 국제 항구에서 자본주의를 쥐어짜 내는 건 불가능했다. 부산 최전선 사수 후 도착한 유엔군의 도움으로 서울까지 다시 밀고 올라가 나라를 도로 세울 수 있었다. 몇 해 동안 부산은 미국의 직접적인 통치 하에 놓였다. 바둑, 골프, 낚시를 빼고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야구를 제외하고는 부산중부경찰서만큼 도드라진 미국의 잔재를 찾기 어려웠다. 부산국제영화제조차 유럽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 p.308, 마크 본 슐레겔 「분홍빛 부산」중에서

저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합니다. 건물 외부에 매달려 마치 벌떼처럼 웅웅 거리는 에어컨 실외기. 아주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는 빵집 구석의 UV벌레 퇴치기. 노래 [작은 것들의 위한 시]가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카메라에 포착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휴대전화 스크린. 빨강, 파랑, 초록의 미세한 다이오드. 샤부샤부 식당 식탁의 내장형 전열기. 관절염에 걸린 할머니가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전기장판. 빨간불이 켜질 때까지 카운트다운하는 교통신호. 음료나 음식이 준비되면 진동과 함께 삐 소리를 내는 동그란 진동벨. 지하상가에서 지친 이들의 종아리를 풀어주는 기계 --- p.제가 없다면 지하상가는 어두운 터널 형태의 화장실에 불과하겠죠.). 휘어진 네온사인과 LED. 자갈치 시장 앞에서 깜박거리는 물고기 떼.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의 주황색 불빛. 매해 12월, 광복로 차 없는 거리를 수놓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나무들 사이에서 빛나는 순록. 그리고 상점 창문에 움직이는 글자와 춤추는 전화번호를 표시하는 것도 저예요.
--- p.334, 아말리에 스미스 「전기(電氣)가 말하다」중에서

떠나기 전, 유리는 나에게 일기장을 갖고 다니라고 했다. 적어도 자기 자신은 찾을 수 있겠죠. 부산항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벌써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 일기장 따위는 갖고 다닌 기억이 없다. 일기란 가장 일그러진 형태의 노출증이라고 생각한다. 일기를 쓰는 행위에는, 그 내용이 아무리 비밀일지라도, 누군가 읽을 것이라는 희망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그칠 줄 모르고 자신을 향해 내뱉는 소리나 혼잣말과는 다르다. 일기는 불완전한 상태의 자아가 그 순간에만 드러내는 최대치의 진실을 보여줄 뿐이다. 마치 사무실 창 너머로 보이는 저 바닷물처럼 인간이란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그 밑을 들여다보면 시시때때로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 p.360, 안드레스 솔라노 「호수에 던져진 돌이 되리라」중에서

여기에 왜 오셨죠. 도착해보니 여기였어요. 여관 앞 골목에 들어서면 맞은편에서 출근 중인 백인여성들이 걸어오고 긴 다리 교차해 걸으며 도넛 박스에서 도넛 꺼내먹는 그들과 서로 길을 비켜주고 가끔은 농담을 나누고 가끔은 말없이 서로의 표정에 패인 구덩이의 깊이만큼 고개 숙여 지나가고 가끔은 단속반이 비자 없는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있었고 그런 날에는 길을 되돌아가 별 볼일 없어 보이는 타워를 중심으로 이리저리 구부러진 공원을 몇바퀴 돌았다. 오르막길을 오르고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언덕의 갈림길이 많은 공원에서 몇 번은 뒤를 돌아보면서 빙글빙글 걸어온 길 위로 자기 자신이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을 향해 지금의 자신과 똑같은 옷차림으로 걸어오고 있는 꿈에서 깨어나면 사람들이 사라진 옆방에서 오늘은 쫓겨나지 않은 이들이 수치심을 지워내려 안간힘 다해 코를 골아대고 있었고 책상에 앉아있던 티엔은 두 이모들이 가르쳐 준대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 p.406, 이상우 「배와 버스가 지나가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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