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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의 토끼와 흰말과 고양이

백 년의 토끼와 흰말과 고양이

시작시인선-034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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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86g | 128*188*10mm
ISBN13 9788960215061
ISBN10 8960215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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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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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은 여전히 당근을 좋아하고 고양이는 언제나 발톱을
감추고 있지 흰말은 긴 다리와 꼬리, 동물들은
영역 표시를 잘하는 편이지

백년은 누군가의 이름 백년은 너무 오랫동안 집을
비웠군, 청소부들이 필요했을까? 마른 들판은 토끼
들의 운동장, 토끼들의 놀이터였지

동물원의 주인은 백년인데 청소부들은 마른 숲속을
가로지르고 푸른 거북이는 강가에서 낮잠을 자는 동안

백년은 고개를 갸우뚱 뒷손질로 또 다른 백년에게
엉덩이 뒤에 감춘 바통을 슬그머니 넘기고 있네

구름은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어서 한강 위에 까맣게
멈추어있지 보이지 않는 별들도 궁리를 찾아 밤하늘을
떠나지 못하고 바다 쪽으로 말을 잃고 흘러가는
백년의 눈물, 소금꽃이 되었겠다
보이지 않는 백년에게, 안부를 물을 수 없네
--- 「백년의 토끼와 흰말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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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태의 시는 생동하는 호흡을 가지고 있다. 평평하고 관습적인 문법을 회피하는 전략으로 끊임없이 미지의 언어를 불러온다. 황정산 평론가는 해설에서 이를 “중층의 시선과 다성의 목소리”로 짚어내고 있다. 하나의 시에 여러 목소리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시인의 능력이다. 그만큼 시적 사유가 열려 있다는 증표다. 시는 결국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인데, 생동하는 언어를 가지려면 밀도 있는 사유와 풍부한 상상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관습적 문장을 버리고 낯선 세계를 영접하는 시인의 언어는 주술처럼 우리 앞에 던져진다. “김밥을 먹으며 잘린 동백의 끓는 피를 생각”(「칼의 동행」)하고, “개나리도 병아리도 노랑만은 아니지/ 개쉬땅 개쉬땅”(「개쉬땅나무의 겨울잠」)과 같은 탈각을 얻는다. 시인은 바람을 “병아리 등을 타고 가는 나비” “다듬잇돌 위에 퍼붓는 방망이와 방망이 사이”(「바람 1」)라는 빼어난 표현으로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 훑는다. 오랫동안 시를 쟁이고 만지고 써온 내공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시집이다.
- 정병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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