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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의 님의 침묵, 전편 다시 읽기

한용운의 님의 침묵, 전편 다시 읽기

[ 양장 ] 푸른사상 학술총서-1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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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153*224*30mm
ISBN13 9788956403212
ISBN10 89564032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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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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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님’을 가져보았는가. 그리고 ‘사랑’을 해보았는가.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이 두 가지 말 앞에 ‘진정한’이라는 한정어를 붙이고 다시 질문을 한다면, 정말로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그렇다는 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참다운 님을 갖고, 참다운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인간의 심층을 조금만 이해하고 성찰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님이니 사랑이니 하고 부르는 것들이 실은 얼마나 범속한 마음의 바탕 위에서 에고의 조정을 받는 가운데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한다면 우리들 대부분은 에고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정한 님도 갖지 못하고, 진정한 사랑도 하지 못하며, 진정한 님도 창조하지 못한 가운데 살아가는, 불교적 의미에서의 ‘중생’이다.
그렇다면 님은 깨친 자만이 가질 수 있고, 사랑은 깨친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인가. 엄격한 기준을 앞에 놓고 말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깨치지 않고는 제대로 말할 수도, 살 수도 없다는 말처럼, 그런 가운데서는 진정한 님을 가질 수도 없고, 진정한 사랑을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비록 그가 중생일지라도 그 안에 불성인 여래의 속성을 지니고 사는 까닭에 그들의 공심(公心)과 대아심(大我心)이 작용하는 한 일시적으로 님을 가질 수도 있고, 어느 순간 사랑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그도 모르는 사이에 작동하는 ‘본각(本覺)의 훈습(薰習)’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위 시는 이런 우리가 자기 자신을 깊이 돌아보면서 진정한 님과 진정한 사랑을 이해하고 그에 도달하고자 간절한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숨겨진 비밀을 열어주기 시작한다. 진정한 님은 앞서 말했듯이 깨친 자가 공심과 대아심으로 동체(同體)의 사랑을 느끼는 자아초월적 대상이다. 여기서 님과 나는 주객의 분리 이전의 전일적 상태이자 주객을 초월한 한 몸이다. 그러므로 그런 나에게 님에 대한 사랑은 어떤 일이 있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그것은 조건이나 의지의 작용이 아니라 깨침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한용운이 ?군말?에서 중생이 석가의 님이며, 철학이 칸트의 님이고, 봄비가 장미화의 님이며, 이태리가 마시니의 님이라고 예를 들어 보여준 것은 이런 차원을 염두에 두고 한 일이다. 진정한 님은 자기를 헌신하고자 한 원력의 산물이고 진정한 사랑은 한계와 조건이 없는 보살심의 작용이다. 깨침과 원력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이런 님과 사랑은 멈출 수 없는 영원한 것이고, 도구적인 것이 아니라 진리의 구현체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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